땅에 묻은 시신도 땅 속의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모두가 썩어 흙이 된다고 믿고 있지만 그 과정이 땅 속마다 다르다. 묘를 쓴 지 3,4년 내에 이장하면서 육탈과정을 확인하는 이유도 땅의 조화를 보기 위한 것이다.
시신이 깨끗하게 육탈되어 뼈에 기름기가 흐르며 뼈의 색이 누렇고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으면 황골(黃骨)이라고 해서 명당으로 쳐 이장을 중지한다. 이 경우엔 땅 속인데도 흙이 보송보송할 정도로 물기가 없다.
명당이 후손에게 미치는 영향이야 어떻든 사람들은 자기의 어버이나 친척들을 최소한 물이 차는 땅에 묻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속에 물이 있는가 없는가를 아는 사람이 존경받는 것은 당연한 인정인지도 모른다. ‘주역’에서도 땅 속에 물이 있는지를 아는 사람을 지수사(地水師)라고 했다. 흔히들 지관(地官=왕릉자리를 잡아 주는 지사의 벼슬)이라고 부르는 지사(地師)는 지사수의 줄임말이다.
땅 속에 물이 있는가 없는가를 아는 방법은 고도의 술법이므로 따지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묘 속에 물이 차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지상의 물이 스며들어가는 경우다. 흔히들 건수(乾水)라고 한다. 늘 솟는 물이 아니라 비가 오면 잠시 생겨서 괴는 물을 얘기한다.
풍수지리설에서는 양수(陽水)라고 하며 무덤에 이런 물이 들면 육탈은 물론 뼈까지 1,2년 내에 녹아 흔적도 없어져 버린다. 이장하기 위해 무덤을 헐고 보면 물론 물은 고여있지 않다. 지상의 변화에 따라 물이 고였다 빠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물이 들었는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나무관(棺)에 흔적이 나타난다. 다음은 시신의 위치가 변한다. 관에 물이 차면 시신은 관 속에서 뜨게 마련이고, 떳다가 뒤집히는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는 해골이 머리 위치에 있지 않고 발쪽에 뒹구는 경우도 있다. 사람을 거꾸로 묻었다고 착각할 정도다. 그러나 이 또한 물에 떠다니다가 물에 빠져나갈 때 밀려와 가라앉아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렇게 땅 위의 물이 관 속에 스며드는 경우는 물이 따뜻하기 때문에 거의가 똥물 같은 빛깔로 악취를 풍긴다.
시신이 이렇게 편안하지 않으니 그 후손인들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김호년 선생의 우리강산 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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