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타우루스의 미궁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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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루스의 미궁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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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도 우월감도 블랙홀을 닮았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확실하게 죽어야 바로 살고, 살고자 발버둥치면 바로 죽는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위에 예시된 한 쌍의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충무공의 어록이다. 각각 두 자씩 순서를 돌려보면 앞뒤의 뜻이 서로 바뀐 듯하지만 뉘앙스가 좀 다르다.

즉생필사 즉사필생(則生必死 則死必生)

살고자 꾀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꾀하면 반드시 산다.

노량해전에서 충무공의 최후는 자살이다,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때 그는 사멸을 택하므로 역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겼다. 마음은 복잡했으나(必生則死), 결단은 단순했다(必死則生).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막8:36), 제자들에게 자신의 십자가형을 일러주던 예수의 모습을 닮았다. 로마의 카이사르가 영웅이라면, 조선의 이순신은 성웅이다. 생사초월에서 그 품격이 차이난다.

테세우스는 크레타의 미궁에 뛰어들었으나 오히려 괴물 미노타우루스를 죽이고 죽음에서 탈출하였다. 즉사필생(則死必生), 죽기로 대들었더니 실제로 살아남았다. 그는 아테나의 영웅이 되었고 개선장군처럼 귀향했다. 그리고 전설은 이 젊은이를 거들었다.

그때 아크로폴리스에서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게우스 부왕은 판단미스로 투신자살한다. 그래서 왕위승계의 갈등도 없이 테세우스는 바로 집권할 수 있었다. 이런 흐릿한 연계는 나중에 알렉산더 대왕과 필립포스 부왕 사이에서도 다시 나타난다. 필립포스가 아들 알렉산더의 인기를 시샘했다고 사학자들은 판단한다.

거세 콤플렉스, 어린 아들이 옆(방)에서 엄마와 성교하는 아빠로부터 당하는 정서적 불안감이다. 영웅(英雄)일수록 거세공포는 더 클 것이다. 테세우스가 크레타에서 귀국할 때 아리아드네를 낙소스에 떨어놓은 것도 그런 배경이 깔려있었다고 본다. 테세우스는 우선 생존하기 위하여 아리아드네를 디오니소스에게 빼앗겼다고 변명했을 것이다. 후후,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다른 것이 누구이거나 비슷하다.

테세우스는 왕비가 일찍 죽으면서 주변 도시국가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러자 크레타는 나이든 테세우스에게 아리아드네의 자매 페드라를 바쳤다. 그런데 그녀가 누구인가? 수간하여 미노타우루스를 낳은 어머니의 딸답게 의붓아들 히폴리투스의 젊음에 쏙 빠진다. 그러나 거세 콤플렉스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었던 히폴리투스는 계모의 유혹을 단번에 거절한다. 욕염(欲炎)에 사로잡힌 페드라는 자결로, 오해를 받은 아들은 부왕의 위장된 사고로 죽는다.

권력 밖에 몰랐던 테세우스의 말년은 비참했다. 즉생필사(則生必死), 그는 비교적 오래 살았으나 나라도 빼앗긴 채 횡사로 생을 마감한다.

페드라 콤플렉스는 모친이 아들에게 연정을 품다가 파국을 맞는다는 심리이다. 이것은 비극적 신화로 대표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더불어 문학 및 예술의 소재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사람의 마음은 맑은 호수가 아니라, 그 속이 어둡고 몇 겹으로 소용돌이치는 복잡한 체계(complex system)이다.

참, 미노타우루스 콤플렉스도 여기에 첨가하자. 여기에는 소 같은 힘을 과시하는 우월감과 흉물로서의 열등감이 교차한다. 앞에서 인용한 심리는 모두 근친상간 금지를 바탕삼고 있으나, 미노타우루스 콤플렉스는 존재의 근거를 묻는 심리이다. 테세우스의 칼 앞에서 미노타우루스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항 없이 목을 내놓았을 것 같다. 미궁에서 홀로 사는 것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지루했다. 드디어 미궁을 탈출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흑흑.

옛날에 지구는 대륙도 하나, 대양도 하나였다지. 지하의 용암이 용광로 안에 녹은 쇠붙이처럼 소용돌이쳐 지각 판을 여러 개로 나누어 이동시켰다. 그래서 땅이 움직이면 지진이요, 바다가 움직이면 쓰나미이다. 또 지상의 대기가 회오리치면 태풍이다. 우주가 회오리치는 곳이 블랙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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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2005-10-14 16:10:54
안봉규 기자의 투철한 역사 철학관...
저는 이 사회의 모든 곳에 이런 정신이
조화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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