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8일 열리게 제 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Oscars2016)이 때 아닌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노예 12년>이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한 2014년 이후 2년 연속 남우·여우주연상, 남우·여우조연상에 오른 20명의 후보들이 모두 백인들로만 이뤄진 탓.
이 같은 상황에 영화 <똑바로 살아라>를 연출한 스파이크 리 감독과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 출연하였고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 등이 아카데미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촉발됐다.
스퍼이크 리 감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백합처럼 하얗게 된 오스카상 시상식을 지지할 수 없다"며 "어떻게 2년 연속 시상식 후보 40명에 유색 인종 배우가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느냐"고 피드를 남겼다.
제이다 스미스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녹화 영상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종 차별 행보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시상식, 참여와 시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들 배우들의 이 같은 선언과 함께 지난 18일,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념하기 위한 '마틴 루터 킹 데이' 행사 이모저모가 전해지면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에서는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중심적)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아카데미 측의 인종차별에 비난을 나타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 때에도 흑인 여성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감독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셀마>의 흑인 여성 에바 두버네이 감독과 주연 배우가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오스카상은 너무 백인중심적'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영화 <셀마>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 역을 연기한 흑인 배우 데이비드 오예로워도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며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셰릴 본 아이작 아카데미 위원장이 진화를 위해 "후보들의 인종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성명서를 오스카 시상식의 공식 트위터 계정 등에 발표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Oscars2016 시상식에서 진행을 맡은 흑인 코미디언 겸 배우 크리스 락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을 '백인만의 잔치'라고 비판하면서 "내가 마음껏 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상식을 꼭 봐야 할 것"이라고 냉소했다.
배우 조지 클루니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에 유감을 표명하며 여성, 유색 인종 등이 배제된 채 백인, 남성 후보자가 선정된 최근의 아카데미 시상식의 편향됨에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백인들의 잔치가 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에 오른 작품을 살펴보면, 영화 <레버넌트><캐롤><헤이트풀8> 등이 인종 갈등 문제와 성적 소수자 이야기를 조명해 눈길을 모으고 있고, 이러한 작품에서 열연한 유색이나 흑인배우들은 공교롭게도 후보에서 제외됐다.
88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권위의 오스카 시상식은 유색인종이나 여성 감독, 제작자에겐 '유리천장'으로 불리면서 보수적인 성향을 버리지 않고 있다.
기시감이 드는건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과 감독들의 보이콧으로 권위가 추락한 지난해 한국의 대종상 시상식을 떠올리는 이번 흑인 배우들의 오스카 시상식 보이콧 사태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 등 주최측이 향후 후보 선정이나 공정성 측면에서 어떻게 변화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최근 개최된 미국의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룸>의 브리 라슨이 각각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이어 남녀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생애 첫 오스카상 수상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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