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점다랑' 대표 김상미씨 ⓒ 이훈희^^^

최근에 복제인간을 소재로 했던 ‘아일랜드’라는 외화가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배양을 성공한 기사와 맞물려 국내 흥행에 성공했었다. 그 영화의 주된 내용은 복제인간을 통해 인류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음모와 복제인간도 자신의 삶이 있음을 깨닫고 자유를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복제인간이 자신의 자유를 찾아 나서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 것이 인간의 호기심이었다. 영화 속에서 복제인간을 만든 과학자는 인간의 호기심을 제어할 수 없음을 깨닫고 결국 복제인간들을 놓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인간의 호기심은 끊임없다. 궁금증을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지나치고 잊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갖고 있을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샤머니즘을 통해 인간의 불안한 미래를 위해 제사를 지내곤 했다. 이것은 현대에도 미신과 철학과 종교의 애매모호한 경계선에서 존재해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과학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반면에 이러한 불안한 요소를 알고 싶어서 종종 상담자를 찾아가곤 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인터넷 사주나 사주카페 등은 젊은 층을 겨냥한 현대판 점(占)집이 된 셈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점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왜냐하면 맹신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미로 보는 사람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수 년 전에는 안방과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하던 인기 연예인 안병경씨가 신내림을 받아 무속인이 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과학으로 해명하기 힘든 분야이지만 그렇게 하루아침에 변화된 그의 인생에 그는 순응하며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공인이 무속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세간의 입담에 오르내리지만 일반인이 무속인이 되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평범한 교사의 신분에서 갑자기 무속인으로 탈바꿈하여 입소문이 퍼진 사람이 있어 장안동에 위치한 ‘점다랑’이란 곳에서 기자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보해(寶解)’라 불리 우는 김상미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이 꽤나 많았던 모양이다. 일주일전에 예약을 하고 겨우 만날 수 있었는데 막상 찾아가보니 외형상으로 점을 보는 곳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다다미 바닥에 한옥 문살과 옛 가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인사동의 전통찻집에 차를 마시러 들어온 느낌이었다.

30대 중반으로 여겨지는 김상미씨는 전통찻집을 연상케 할 한방차를 가져오며 나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굿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차(茶)를 마시며 편하게 얘기해서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며 말을 시작했다. 디자인을 전공했고 미술학원을 운영하다가 갑자기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고 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입소문으로 인해 예약하지 않으면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정도로 바쁘지만 현재의 삶에 대단히 만족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주로 모 기업의 중역들이 찾아오거나 수험생의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그녀는 점을 봐주거나 미래에 대한 예언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갖고 사람들의 삶에 무게를 덜어주는 상담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일부 덜어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갚진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했다.

현대인은 서로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경쟁적 경제생활을 위해 살아가는 이들은 시시비비를 가리며 이익을 위해 산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을 여유롭게 쳐다본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잠깐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부담 없는 장소에서 휴식을 가져봄도 좋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을 만나서 밝게 웃는 짧은 시간만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우리의 삶이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