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수군(水軍)의 해전전술 중 대표적인 ‘당파전술(撞破戰術)’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새롭게 제시됐다.
임원빈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장이 오는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사)이순신리더십연구회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위기극복과 이순신 병법”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서다.
임 원빈 소장은 이제까지 ‘당파전술’을 적선에 아군의 함선을 부딪쳐 격파하는 충돌전술로 이해해 왔던 오류에 대하여, 이순신이 옥포해전(1592년 5월) 뒤 조정에 보낸 장계의 기록을 토대로 당파전술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제시했다.
이 장계의 기록에는 “좌부장 낙안군수 신호는 왜의 대선 한척을 당파(撞破)하고...(중략)... 우부장 보성군수 김득광은 왜의 대선 한척을 당파(撞破)했으며...(중략)...합해서 왜선 26척을 모두 ‘총통으로 쏘아 맞혀 당파(撞破)하고 불태우니〔銃筒放中撞破焚滅〕’ 넓은 바다에는 불꽃과 연기가 하늘을 덮었으며, 산으로 놀라간 적도들은 숲속으로 숨어 엎드려 기운이 꺾이지 않은 놈이 없었습니다.”(<옥포파왜병장(玉浦破倭兵狀)>)라고 되어 있다.
임 소장은 이 기록의 ‘총통으로 쏘아 맞혀 당파하고 불태우니’라고 한 대목에서 ‘당파’란 배끼리 충돌하여 격파하는 충돌전술이 아니라, 총통으로 대장군전, 장군전, 철환 등을 쏘아 격파하는 ‘총통(함포)포격전술’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격파하는 주체가 함선 자체가 아니라 천자, 지자, 현자총통 등에서 발사한 대장군전, 장군전, 철환의 피사체라는 것,
당파전술이 충돌전술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두꺼운 소나무로 건조된 조선의 거북선이나 판옥선이 삼나무로 만들어진 일본의 아다케부네나 세키부네에 비해 견고했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잘못 유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임원빈 소장은 “일본 수군이 백병전 위주의 재래식 해전전술만을 고집했던 반면 이순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은 첨단 함포포격전술과 활, 화공술 등의 재래식 해전전술을 적절히 결합한 혁신된 수군이었다”며 “원거리 총통포격전술 중심의 ‘당파전술’은 임진왜란의 해전양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분석했다.
그는 임진왜란 해전의 경우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 영화감독의 주관적 해석이나 상상력이 가미되어 역사적 사실과는 매우 상반된 모습으로 그려졌다고 꼬집었다. 임 소장은 “지난해 개봉되어 1800만에 가까운 관객이 보았던 영화 <명량>에서 등장하는 해전 장면 가운데 주요 승리요인 으로 소개되고 있는 백병전과 충파전술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 제작진들의 인식수준에서 주관적으로 구상해 낸 창작물이다.”며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은 우리 국민에게 이순신을 널리 알리는데 큰 공(功)이 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과(過)도 크다”고 지적했다.
또, 주제발표에서는 이순신 동상에 대한 제안도 주목된다. <난중일기>에서 이순신과 그의 부하 장수 그리고 사부(射夫)들은 거의 매일 활쏘기 훈련을 하였다는 기록은 있지만 칼싸움훈련을 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린 시절의 소년 이순신은 전쟁놀이를 할 때도 활을 가지고 다녔고, 조산보 만호 겸 녹둔도 둔전관 시절 오랑캐의 침략을 받았을 때도 활을 쏘아 위기를 반전 시켰다는 다양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비롯한 전국에 산재해 있는 대부분의 동상들은 큰 칼을 집고 있거나 차고 있는 모습이어서 무장으로서 위엄을 나타내는 상징성이나 예술성은 있는지 모르지만 ‘활의 나라 조선’, ‘늘 활을 가까이 했던 무장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정체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 활을 차고 있는 이순신, 활을 들고 있는 이순신, 활을 쏘고 있는 이순신 등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 이순신 동상이 만들어지길 제안했다.
이밖에도 이번 주제발표에서는 ▲전쟁 승리의 원칙으로 군사력 집중의 원칙, 주도권 확보의 원칙이, ▲수군 전략으로 남해 해로 차단전략, 수륙병진 전략, 서해 해로 차단전략이, ▲수군 전술로 당파전술, 거북선의 돌격전술, 학익진 전술, 이순신의 해전전술 종합 등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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