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민족대축전에 참가중인 북측 당국 및 민간 대표단 일행이 지난 14일 6.25 전쟁이후 처음으로 동작동 서울 국립 현충원을 방문해 역사적인 참배 현장을 뉴스속보로 보게 됐다. 잔득 기대를 걸고 속보를 지켜보면서 잠시 전 흥분과는 달리 허탈한 감정이 되었다.
북측 대표단장격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조국평화통일 위원회 부위원장을 선두로 북측 대표단이 현충탑에 도착 가볍게 고개를 숙여 ‘묵념’ 을 한 후 당연히 밟아야 할 헌화와 분향의 절차 없이 5분도 채 되지 않아 현충원을 떠나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환영의 뜻을 보이는 이번 북측 참배에 대해 굳이 폄하를 할 생각은 없지만 북한 측은 현충원 방문 행사에서 6.25 전몰자 및 한국 전쟁과 관련 아무런 언급도 없이 시간을 핑계로 단 몇 초의 묵념만으로 국내외 언론매체에 시선을 끈 후 자리를 떠났다.
이에 대해 북한 측 김 단장은 “조국 광복을 위해 생을 바치신 분들이 모셔져 있어 방문을 하게 됐다” 고 참배의 배경을 서슴없이 말했다. 김 단장이 이처럼 현충원 방문을 한국전쟁 전몰군경 등에 대한 사과가 아닌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위해 싸운 ‘조국해방전사’ 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방문 했다면 ‘동상이몽’ 식의 정부가 그리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북한의 경우 김일성 동상과 혁명열사 등 현충 시설을 방문 참배할 때는 ‘선심을 다해 존경 한다’는 의미에서 필수적으로 꽃바구니로 헌화를 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 이번 참배에서 묵례로만 끝나는 것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가 없을 뿐더러 단 몇 초를 위해 보도진과 진행단이 그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인력을 투입해야만 했는지 관계 당국에 묻고 싶다.
물론 사전에 북측과의 협의가 이루어 졌겠지만 동작동 ‘현충원’은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초개 같이 바친 애국지사들도 있지만 6.25 남침 전쟁에 맞서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과 무장공비들의 침투로 희생된 경찰관 등의 위배가 모셔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 마음에 부담이 들었다면 애초에 참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더구나 음흉한 저들이 속셈이 따로 있는 제스처를 쓴 것이라면 우매한 우리 정부는 또 한번 국내외적으로 저들에게 이용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제스처가 자칫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외치며 통일만을 염원하는 한총련 등 국내 운동권에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더욱 부추겨 커다란 영향권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현충원 관계자나 정부 관계자는 저들의 저의도 제대로 파악치 못한 채 성급하게 참배하나만의 의미를 두고 ‘민족화합’ 이니 ‘한반도 냉전종식을 위한 전환점’ 운운하며 들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저 찾아주어 감사하다는 식이다. 그 짧은 4~5초간의 묵념에서 과연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있었을까?
필자의 지나친 노파심이긴 하지만 행여 우리가 이렇게 참배를 했으니 너희들 남쪽 사람들도 ‘김일성 동상’ 과 ‘혁명열사’ 가 있는 현충원을 참배하고 헌화하라며 이를 북한 주민들에게 홍보꺼리로 만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더구나 6.25 전쟁 기념식에서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던 국무총리가 이번에는 북측 대표들의 만찬까지 준비해 놓고 “20년간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분단을 악용하는 군부독재를 없애야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총리 공관도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얻은 것” 이라고 ‘자화자찬’ 하는 모습이 역겹기도 하지만 남측과 이념이 다른 북측과의 자리에서 그런 말이 거침없이 나오는 저의를 이해 할 수가 없다.
광복 6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세계대전 등 전쟁과 관련된 1세대 지도자들이 모두 고인이 되는 등 한반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는 그 많은 변화 속에서도 통일을 염원하는 평화의 질서는 아직 이른것 같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이념을 달리하는 우리다. 그런 탓에 서로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다. 이번 현충원 참배를 순수하게 받아드려야 하겠지만 행여 남측의 상응한 대응조치를 노리며 북한 사람들에 대한 심리효과 이벤트성 제스처에 말려드는 우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이는 저들이 항상 두 얼굴로 살아오면서 속과 겉이 다른 행동을 보이며 우리를 속여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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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문제가 있나보군요.
통일 무드에 찬물을 뿌리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이정도로 변화하고 있는게 어디입니까?
정동녕 장관님 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