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초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이진동 기자 ⓒ 뉴스타운 최재원 | ||
조선일보 2005년 7월 21일자 1면. <안기부, YS정부때 비밀조직 운영 政·財·言 인사들 대화 不法도청>이란 긴 제목의 머릿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3면의 <극비조직 '미림'… 식사·술자리 무차별 도청工作> 으로 이어졌다.
1·3면을 장식한 장문의 기사는 한 사람의 기자에 의해 작성됐다. 바로 조선일보 이진동 기자. 그는 MBC가 '안기부 X파일' 보도를 두고 몇 개월을 고민하는 사이,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을 최초보도, 이른바 '특종'을 해냈다.
이 기사는 비밀 문건과 도청 테잎을 가지고도 보도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던 MBC가 마침내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하도록 이끌어냈고, 삼성과 중앙일보, 정치권까지 연계된 대한민국 전대미문의 '초대형 불법도청 스캔들'을 불러일으켰다.
조선닷컴 '갈아만든 뉴스'는 25일 <한국을 뒤흔든 '비밀도청' 대특종은 이렇게 탄생했다>는 제목으로, 이진동 기자가 직접 출연한 6분 13초 분량의 동영상뉴스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이진동 기자의 출연이 계속될 예정"이라며, 이른바 '이진동 마케팅'을 선언했다.
때마침 브레이크뉴스의 김학찬 칼럼니스트는 26일 '조선일보의 완승으로 끝나가는 X 파일'이란 글에서, "MBC에 이상호 기자가 있다면 <조선일보>에는 이진동 기자가 있다."고 까지 표현하며 이 기자를 추켜세웠다.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진 않았지만, 사실 이진동 기자는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와 같은 굵직굵직한 기사를 써왔던 베테랑 '탐사기자'다. 한국일보 사회부에서 12년 기자생활을 했고, 지난 해 조선일보 탐사보도팀으로 영입됐다.
그는 탐사보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탐사보도의 본령은 권력과 언론의 문제다. 권력의 큰 부정이나 비리에 초점을 맞추는 게 탐사보도다. 내가 생각하는 탐사보도는 (기획취재보다는) 고발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언뜻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발기자'임을 자임하는 MBC 이상호 기자와도 비슷해 보인다.
이상호 기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상호 기자를 잘 안다. 내 한참 대학(연세대) 후배다. MBC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일반적으로 보수신문을 공격하는데 앞장섰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상호 기자가 (핸드백 사건 때) 과도하게 비난받은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동 기자는 올 1월, 김희선 의원 사무실 리모델링 관련 리베이트 수수의혹을 고발했고, 4월엔 김원웅 의원 부동산 의혹을 제기했다. 올 4월초 조선일보 탐사보도팀이 해체되면서 사회부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에서 탐사보도가 왜 어려운가' 하는 질문에 그는, "결국에는 인력과 돈의 문제다. 매일매일 뉴스를 생산해내야 하는 언론사의 입장에서 탐사보도에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하기란 쉽지 않다. 또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보공개가 잘 안되어 있어, 정보 접근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신문기사는 방송기사에 비해 훨씬 '정치'(精緻)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이나 그에게서는 남다른 섬세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의 섬세함이 살아 있는 한, 탐사보도팀의 해체와는 상관없이 그의 '탐사고발' 보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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