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에서는 왜 방위를 그토록 따지는가? 집이 남향이면 어떻고 동남향이면 뭐가 다른가? 또 같은 남향집이라도 대문이 동남쪽에 있으면 좋고, 북동쪽에 있으면 나쁘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이 풍수고, 풍수는 바로 ‘바람과 물’이라는 말이다. 방위는 곧 바람의 풍향인 풍(風)이고, 풍은 바로 공기이며, 공기 중 가장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산소다.
그래서 현대 풍수지리에서는 풍수를 산소의 연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물은 정지되고 갇혀 있으면 썩기 때문에 유통, 즉 통수 통풍의 과학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양택삼요결에서 대문의 위치를 제일 중요시 하는 것도 집안의 공기를 대량으로 환기시켜 주는 것이 바로 대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동남쪽에 들어오는 태양광선의 열량은 동쪽보다 많고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집이 동남향일 때의 예기다. 그런데 살균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어떻든 이런 태양의 열과 방위를 계산, 통풍을 유도 설계한 집이 바로 국보 52호인 해인사 장경판고, 즉 고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다.
이 건물은 1398년(조선 태조 7년)에 창건됐고, 60년 뒤인 1458년(세조 4년)에 중수하는 등 세 번의 중수기록이 있다. 길다란 두 채의 이 창고는 우선 동남향이다. 태양광선을 제일 많이 받도록 앉혔다.
그런데 창고의 벽에 난 창문을 잘 살펴보면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다. 동남쪽 벽의 창문은 상하 두 개 중 아래쪽 창은 넓은데 위쪽 창은 좁게 설계되어 있다. 평범한 균형감각이다.
그런데 그 반대 쪽 벽은 그 반대로 장치되어 있다. 아래쪽 창문은 좁고, 위쪽 창문은 넓은 것이다. 위가 크고 아래가 좁은 비대칭이다. 바로 이것이 창고 안의 통풍을 유도한 과학적인 계산에 따른 설계다.
이 창고의 바닥은 맨땅이다. 아래쪽 넓은 창으로 동남향의 햇볕을 받으면 공기는 위로 상승하게 마련이고 상승한 공기는 바로 위인 좁은 창보다 창문이 넓은 반대쪽 위쪽 창문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마련이다.
즉 대각선으로 공기가 유통되어 창고 안의 전체 공기가 움직여 습한 공기를 밖으로 내몰고 무더위도 식혀준다. 5백 년 전의 우리 조상들의 자연을 이용한 지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김호년 선생의 우리강산 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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