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일부일처제는 위헌이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제17화] 일부일처제는 위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미친 짐승에게는 채찍과 도끼와 총알이 약이다!"

"일부일처제를 폐기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모티즌들의 질문이 강로리의 스마트폰에 빗발쳤다.

강로리는 중계하고 있는 모바일 인터뷰에서 즉석 대답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어떤 법률에도 남녀가 일부일처제를 지켜야한다는 강제 조항은 없습니다. 따라서 간통죄, 중혼죄, 혼인빙자 간음 같은 네거티브 법률만 손질 한다면 모든 국민은 적어도 연애와 혼인에 관해서는 자유로워 질 것입니다."

"맞아, 맞아 그러고 보니 우리는 엉뚱한 것에 묶여 살았군."

"그래서 저는 이런 법이 위헌이란 헌법소원을 낼 생각입니다."

"강로리를 대통령으로."

여기저기서 뜨거운 박수와 함께 찬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돈 많은 재벌 총수, 2세들이 수십 명의 여자를 농락한다는 현 실태를 모르십니까? 이 무슨 금수(禽獸) 같은 소리요?"

"개소리다! 집어치워라!"

극도로 흥분한 모티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동방예의지국을 금수의 세상으로 만들려는 저 여자를 당장 끌어냅시다."

"금수가 뭐요?"

"금수? 수출 금지한다는 뜻 아니오? 남자의 씨앗을 아내 아닌 여자한테 수출하면 안 된다는..."

누군가가 제 멋대로 한자를 해석했다.

"우리는 공자왈연대다. 강로리는 즉각 국민에게 사과하라. 우리 국민을 짐승으로 보느냐?"

"우리 삼강오륜 지킴이는 공자왈연대와 연대해서 강로리를 막을 것이다. 힘으로 안 되면 무기로 막을 것이다."

"뭐야? 폭력을 쓰겠다는 거야?"

"미친 짐승에게는 채찍과 도끼와 총알이 약이다!"

누군가가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강 후보가 함께 잠자리한 남자는 몇 명이나 되나요?"

사회하던 방용환이 격렬한 논쟁을 딴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걸 계산하는 여자도 있나요? 요즘이 성춘향 시대입니까?"

"오혜빈 후보와의 동성애는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었나요?"

한 모티즌이 식은 화제를 다시 꺼냈다.

"그건 노코멘트. 이제 같은 후보가 되었는데 우리는 페어플레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마디만 덧붙인다면 여러분은 오 후보의 몸매를 잘 보았을 것입니다. 그만하면..."

"양천수가 숨겨둔 오혜빈의 애인이라는 것 맞습니까? 혹시 강로리, 양천수, 오혜빈 이렇게 스리섬 이라도...."

"아니면 오혜빈, 양천수, 박소진 이렇게 셋이서..."

모바일에는 별의별 끔직한 이야기가 다 올라왔다.

"양천수 박사는 저와 법률적 부부가 아닙니다. 저와 양천수 박사의 애정 생활은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지요."

뜻밖에 박소진의 해명이 올라왔다. 회견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자 방용환이 수습에 나섰다.

"강 후보는 장차 오 후보와 단일후보 경쟁을 할 계획으로, 동성애자의 입장에서 작전상 출마를 한 것은 아닌가요? 적당히 유권자를 확보한 뒤 돈이나, 집권 후의 한자리를 약속하고 중도 사퇴한다든지 하는 계획이 있습니까?"

방용환이 강 후보를 점점 곤란하게 하는 질문을 했다.

"물론입니다."

"예?"

강 후보가 뜻밖의 대답을 하자 모티즌 대부분은 입을 딱 벌렸다.

"만약 오혜빈 후보가 돈을 원한다면 제가 후원금을 받아서 줄 것이고, 총리 자리를 원한다면 총리 자리도 줄 용의가 있습니다."

강로리는 미소를 머금기까지 하면서 여유를 보였다.

"그렇게 자신이 있습니까?"

"제 지지자가 가장 폭이 넓을 것입니다. 우선 자유 연애주의자, 즉 젊은 층의 대부분은 저를 지지할 것이고, 동성연애 운동 세력인 동당이 지지할 것입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여당 유권자의 적어도 3분의1은 저를 지지할 것이고, 특히 남당이 저를 대거 지지하고 있습니다."

"남당 유권자가 지지한다고요?"

방용환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입니다. 간통 폐지, 일부일처제 폐지를 꿈꾸어 보지 않은 대한민국 남자가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서너 명의 여자와 동시에 살아봤으면 하고 몽상을 해본 남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당연히 제 정책을 지지하지요."

강로리는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지금 보수 시민 단체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폭력 사용까지 들고 나왔는데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습니까?"

"저같이 아름다운 여자를 다치게 하거나 죽인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가적 손실이 될 것인데 그런 무모한 일이 일어날 리가 있습니까?"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까?"

사회하는 방용환이 다시 물었다.

"장차는 혼인제도라는 것을 없앨 것인데 그런 의미 없는 질문은 거두시지요."

"보부아르 부인과 사르트르 같은 계약 결혼 생활을 자유 혼인의 본보기로 생각하십니까?"

대학 교수라고 밝힌 어느 모티즌이 질문을 했다. SNS로 들어오는 중요한 질문은 방용환이 픽업해서 질문했다.

"그건 유치한 연애 장난입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와 일생을 살든, 한 남자가 여러 여자와 며칠을 살든, 또는 한 여자가 여러 남자와 평생을 살든, 이게 모두 자유로워야, 진정한 인간적 삶입니다. 일부일처로 평생을 살고 싶으면 그것은 아무도 말려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한 사람이 여러 상대와 산다는 것도 존중해야 합니다. 간통이 뭡니까? 이런 치졸한 단어는 우리 사전에서 없애야 합니다."

"옳소!"

"멋지다."

"대통령 감이다. 모두 찍읍시다."

지지의 목소리가 쏟아지는가 하면 극렬한 반대도 그치지 않았다.

"저 미친 여자를 쫓아내라!"

"몽둥이밖엔 약이 없다."

이렇게 출마 선언과 함께 소란을 떤 강로리는 유권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튿날 매스컴에서는 일제히 여야 후보와 강로리에 대한 여론 조사가 발표되었다.

- 오혜빈 후보 38.2%

- 공대성 후보 37.3%

- 강로리 후보 24.0%

모두가 깜짝 놀랐다. 미친 정책이라고 비난을 받은 강로리의 어이없는 정책이 먹혀들어갔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고 여야 양쪽 진영에서도 경악했다. 결코 논외의 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며칠 뒤면 강로리 후보가 올라설 수도 있을지 몰라. 이놈의 세상이 미쳤나."

여당 사무총장이 볼멘소리를 했다.

"대부분의 지지표가 우리 여당 유권자가 아닐까요? 같은 여성끼리니까..."

김마리 의원의 말을 허연나가 가로 막았다.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여자들은 강로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쓸개 빠진 남자들입니다. 간통제 폐지니, 일부일처제 폐지니 하는 망녕된 소리에 장난으로 찬성한 것입니다."

"이 나라를 소돔이나 고모라로 만들자는 것인가. 미친..."

좀체 냉정을 잃지 않는 오혜빈 후보도 단단히 화가 난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 뒤에 발표된 어느 방송사의 여론 조사는 강로리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켰다. 오차 범위 내외라고는 하지만 강로리의 지지자가 2~3% 높아지고 공대성 후보의 지지가 2~3% 낮아졌다. 오혜빈 후보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런데 점점 흥미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대선 레이스에 또 다른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