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너, 하트 좀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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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너, 하트 좀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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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문지수는 반가워 주경진의 손을 덥썩 잡았다'

"6백 년 전에 드라곤 아이가 있었단 말이야? 드래곤 아이, 용(龍)의 아이란 말인가? 용도 아이를 낳나? 암룡과 숫룡이 있나?"

오혜빈이 웃으면서 말했다.

"글쎄요. 용에 성별이 있다는 말은 여러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흔히 흑룡이니, 청룡이니, 황룡이라는 말은 쓰지만 숫용, 암용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거든요."

문지수는 자신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용의 알이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암룡, 아니 여자용도 있을 것 같은데? 옛날 도자기 작품 같은 데 그러진 용도 여자 같은 용이 있고 남자처럼 보이는 힘찬 용도 있거든. 어떤 책에 보면 남녀용은 눈썹으로 섹스를 하고 알을 낳는다고 돼있어."

오혜빈 후보가 갑자기 용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긴 용의 새끼를 교룡(蛟龍)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엄마용이 있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드라곤 아이인가?"

"하지만 교룡이란 꼭 새끼용을 말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용이 탄생하려면 깊은 늪에서 이무기의 신분으로 엄청난 세월을 보낸 뒤 승천한다고 하잖아요. 그 이무기가 교룡이라는 설도 있거든요."

문지수는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지식을 동원했다.

"용은 원래 임금을 상징하는 것이지. 최고 권력의 상징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용에 비유한 시절도 있었지."

"지금도 대통령 후보를 용으로 비유해서 말해요."

"그런데 김마리 의원을 보고 드라곤 아이의 신세가 될 것이라고 협박을 했다는데 그게 무슨 뜻일까?"

오헤빈이 궁금해 하던 쪽으로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6백 년 전 드라곤 아이의 신세가 된다고 했는데, 그건 아무래도 단종 때의 무당 용안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단종 때의 무당 용안이라고?"

오혜빈이 몹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것도 할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

그 때 차가 대선 본부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오혜빈은 문지수를 놓아주지 않고 자기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비서실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김마리 의원과 허연나 사무총장겸 대변인도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문 비서가 드라곤 아이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마침 장본인이 잘 오셨네요."

오혜빈이 김마리를 보고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그까짓 협박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내가 드라곤 아이처럼 된다고 했는데, 협박을 좀 모양 나게, 폼세 있게 하려고 한 소리일 것입니다."

"그래 드라곤 어린이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오혜빈 후보는 김마리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문지수의 입을 쳐다보았다.

"어린이가 아니고 아이입니다. 아무래도 영어의 눈, eye 같아요. 그렇다면 용의 눈이란 듯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용의 눈, 즉 한자로 쓰면 용안(龍眼)이지요. 용안은 임금의 얼굴을 말하기도 하지요."

"음... 용안은 임금의 눈이 아니고 얼굴 용자, 즉 얼굴이란 뜻이잖아. 그런 데 아이가 눈이란 뜻일 수도 있구나."

오혜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6백 년 전 단종 시대에 한성 장안에 용안(龍眼)이라는 아주 잘나가는 무당이 실제로 있었답니다. 요즘도 정치인이나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는 용한 역술가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그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용안 무당의 집에는 궁중 종친들로부터 정승, 판서들이 줄을 섰다고 하니까요. 한국민속신앙사전에 보면 용안이 영월에 유배되어 있던 단종의 외할머니 화산부인 최씨의 안내로 단종의 거처에까지 가서 굿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김마리가 문지수의 말허리를 끊고 나섰다.

"그럼 나를 그 무당에 비유해서 한 말이냐?"

"문비서 이야기를 더 들어 보시죠."

오혜빈이 김마리와 허연나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문지수를 재촉했다.

"그래서?"

"당시 왕실은 어린 단종이 왕위에 오르자 대신과 대군들 사이에 권력 다툼이 일어나 나라 장래를 한 치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되었지요."

"권력 싸움의 핵심은 세종의 명을 받아 고명대신이 된 김종서, 황보인 등과 수양대군 일파가 아니었습니까?"

허연나가 보충 설명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가 아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김종서가 안평대군을 앞세우고 단종을 밀어낸다는 소문을 수양대군 측에서 퍼뜨리고 있었지요. 말하자면 김종서를 치기 위한 명분 축적이었습니다."

"명분 축적에는 유언비어가 최고지. 흑색선전에 능한 자가 권력을 잡는다는 것이 요즘의 명언이야."

김마리가 한숨을 한번 쉬었다.

"안평대군 이용은..."

"뭘 이용해요?"

허연나가 물었다.

"이용, 안평대군의 성이 이 씨요, 이름이 용입니다. 안평대군은 그때 무계동이라는 인왕산 계곡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묵객, 화가들을 초청해 풍류를 즐기며 한가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 집을 무계정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무계동이란 경치가 기가 막힌다는 무릉도원의 이름을 딴 것인가?"

오혜빈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 무계동이라는 곳의 위치가 경복궁의 뒤안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장안의 여러 풍수 지략가들이 그 자리는 왕이 나오는 자리라고 예언 했습니다. 안평대군의 역모설을 만든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를 핑계로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 훈구파를 모두 베어버렸죠."

"말하자면 혁신 세력이 보수 세력을 박살낸 케이스구먼."

김마리가 오혜빈 후보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용안이라는 무당은 수양대군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여, 수양대군파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지요."

"그럼 내가 오혜빈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 적중한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 그게 뭐 협박이 돼?"

김마리가 다시 문지수의 입을 쳐다보았다.

"그 뒤가 문제였습니다. 열두 살의 어린 나이인 단종이 왕위에 올랐다가 숙부 수양대군에게 용상을 뺏기고 영월로 귀양 가 있을 때 무당 용안이 간 큰 예언을 합니다.

"뭐라고?"

"단종 임금이 다시 용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엥?"

모두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노발대발한 수양대군은 용안에게 극형을 명합니다. 용안은 광화문에서 산채로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을 당하고 머리를 저자 거리에 사흘이나 걸어두는 끔찍한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그럼 나를 사지를 찢어 죽이겠다는 말이야? 이 나쁜 놈들..."

김마리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우리가 집권하면 이런 흑색선전부터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자, 점심시간인데 기자들이 모여 있는 식당으로 가시죠."

오혜빈이 일어서자 모두 따라 나갔다. 그러나 문지수는 대선 캠프 어귀에서 주경진과 딱 마주쳤다.

"주 선배, 여기서 기다린 거야?"

문지수는 반가워 주경진의 손을 덥썩 잡았다.

"아니 지나가는 길이야."

문지수는 주경진의 말을 들은 체도 않고 그를 끌고 지하 카페로 들어갔다.

"나 지금 바쁜데..."

주경진은 문지수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역력했다. 그러나 문지수의 눈 속을 들여다보고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지수의 머릿속은 벌써 주경진과의 베드신으로 꽉 차 있었다.

"우리 여기서 간단히 먹고.... 하트 좀 줘."

"내 하트를? 사랑해 달라고?"

"애니팡 안하니?"

문지수가 심술궂게 웃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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