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입학제, '失' 보다 '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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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입학제, '失' 보다 '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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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경쟁력 강화와 이용자 전체의 공동혜택

전국 150개 대학 총장들이 교육부총리에 '기여입학제 도입 건의문'을 제출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대학 기부금 입학제도 단계적 허용' 제안이 교육부의 반대로 무산된 지 3년 만에, 또다시 기여입학제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특정 학교에 물질을 무상으로 기부하여 현저한 재정적 공로가 있는 경우나, 대학의 설립 또는 발전에 비물질적으로 기여하는 등 공로가 있는 사람의 직계자손에 대해 대학이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 입학이 가능하도록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여입학제 도입 논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국제경쟁력을 가진 대학의 육성을 위한 선결 과제인, '사립대학의 부족한 재정문제 해소'의 방안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기여입학제가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교육에 엄청난 불평등을 초래하며, 대학간의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겨 대학서열을 가속화시키리라는 도입 반대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도입 필요성

매년 신학기마다 대학캠퍼스에서는 등록금인상에 대한 투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걸핏하면 총장실이 점거당하고 등록거부 학생들이 제적위기에 몰리곤 한다. 한 해 5-10% 정도 수준의 등록금 인상 문제 때문에 학교측과 학생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다.

한국 대학의 재정빈곤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심각한 수준에 있다. 따라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 문제는 해결되어야 하며, 현실적으로 그 유일한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기여입학제의 도입이다.

2005년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교육 예산은 약 29조 원이다. 그 가운데서도 대학 이상 고등교육기관에 배정되는 예산은 3조 6천억원, 인건비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실질 지원 예산은 1조 9천억에 그친다는 것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1년에 25조 원에 달하는 미국 하버드대 한 곳의 예산이 우리 교육 예산 전체와 맞먹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교육의 글로벌화와 교육시장 개방을 맞아, 현재의 재정 규모로서는 우리 대학들이 도저히 해외의 유수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기여입학제가 도입되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불평등'논리의 허점

기여입학제에 반대하며 주장하는 '불평등'논리는 이미 현실에 엄존하는 불평등을 외면한 원리주의적 주장이라는 데에 허점이 있다. 이미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통해 한 해에 6천명 이상의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고려대, 성균관대, 외국어대 등의 주요 사립대학에도 한 학교에 100여 명씩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입학하고 있다. 본래 취지는 외교관 자녀들과 같이 불가피하게 외국에서 거주하고 학교를 다닌 학생들을 고국의 학교에 문을 열어주자는 것이었지만, 제도를 악용하여 불필요하게 외국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외국어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년간을 살다 온 학생들이다. 언어라는 것은 '미국에 가면 거지도 영어를 잘한다'는 말처럼 학습능력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런데도 외국에서 다년간을 거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국내대학의 입학에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것 또한 불평등이 아닌가?

2001년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유층의 조기유학 열풍이 불면서 영어능력을 통한 대학입학자는 향후 급속히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유학으로 인한 모든 비용은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기여입학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조기해외유학도 결국에는 대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이 막대한 비용을 미국 등 선진국에 퍼다줄 것이 아니라, 국내 사립대학 재정으로 옮겨 오는것이 바람직하다.

올바른 도입방안

물론 기여입학 인원에는 학교별로 최저한도로 제한을 두어야 하며, 기존의 특별전형제도에서와 같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학능력을 가진 자에 한해야 한다.

그리고 기부금의 70% 정도를 사립대학 발전기금으로 국가에 적립하여 기여금액이 적거나 기여입학자가 없는 대학에 지원한다면, 기여입학에 따른 부익부빈익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여입학제도의 도입은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평등을 인정하고 보다 나은 방법은 무엇이냐', 그리고 '무엇이 정말로 사회정의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운 길로 갈 수 있느냐'하는 문제를 얼마나 통찰력있게 바라볼 수 있는가에 문제의 열쇠가 있다.

사회주의 체제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차피 '자본'에 의한 불평등은 일정 부분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에 의한 불평등이 불가피한 문제라면, '부유층이 자기 자녀만을 위해 해외 유학을 보내고 해외 교육기관에 쏟아 붓는 돈을 국내 대학에 대한 기부금으로 전환해, 대학 이용자 전체가 공동 혜택을 누리자'는 것이 기여입학제 도입의 핵심이다.

물론 사립대학 운영 및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 등 관련 법규와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제반 여건이 갖추어진 상태에서라면, 기여입학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교육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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