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우리 당 후보는 형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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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우리 당 후보는 형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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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우리당에는 레스비언이 없다, 이건 어떻습니까?"

멘붕 연대의 강로리 폭로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혜빈 후보가 동성애자였다는 주장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남녀 양당제로 개헌이 이루어졌을 때도 동성애자들이 제3당으로 '동당'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법률이 아직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묻혀 사라졌다.

그런데 강로리가 오혜빈과 동성애당 창당을 도모했다는 폭로는 꺼진 불씨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른 나라에서도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락하는 데가 많은데 우리도 이제 인정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남당 대선 본부에서 전략회의를 하던 정문오가 갑자기 공대성 후보를 쳐다보며 말을 던졌다.

정문오 의원에 대해 멘붕연대에서는 3중 인격자, 옛날 모당의 실력자 정몽준, 문재인, 이재오의 이름을 한자씩 따서 만든 사람 같다는 평을 하기도했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요? 우리가 갑자기 동당을 들고 나오면 남성 표만 깨지는 것이 아니고 여성표도 깨지게 돼요. 누구 선거 망칠 일 있나."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공대성이 벌컥 화를 냈다.

"뭐, 그걸 선거 공약으로 내 놓자는 게 아니고요...."

정문오가 말을 얼버무렸다.

"여당에서는 희한한 공약을 내건다고 합니다."

사무총장 배덕신이 회의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딴 화제를 들고 나왔다.

"무슨 공약인데?"

공대성 후보가 배 국장을 쳐다보았다.

"오혜빈 후보는 독신이라서 가족이나 친척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집권하더라도 친인척 비리 문제 같은 것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발상입니다. 그런데 우리 공 후보님은 7남매에다가 부모님, 이모님, 이종사촌, 외사촌까지 친인척이 장난 아니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아무도 못 말리는 형님까지 계시지."

정문오가 한마디 더 거들었다.

"그러니까 뭐야? 우리는 친인척이 많으니까 비리도 많을 것이란 말인가?"

공 후보가 불쾌한 듯 마시던 커피 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전 정권을 보면 형님이 늘 문제였지 않습니까? 봉하대군 형님에다 만사형통 형님에다..."

정문오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여당에서는 어떤 공약을 내건다는 말인가?"

공후보가 짜증 섞인 말투로 배 국장을 건너보았다.

"우리 당에는 형님이 없다, 우리 사전에는 만사형(兄)통도 없다고 한답니다."

"우리 당에는 형님이 없다? 그럼 우리도 내놓을 게 있지요."

듣고만 있던 주경진이 입을 열었다.

"그게 뭔데?"

공대성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당에는 레스비언이 없다, 이건 어떻습니까?"

"ㅋㅋㅋ..."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좋은 맞불이야. 그러면 멘붕 연대에서도 좋아 할 것 같은데요."

"멘붕연대 뿐 아니라 '공자왈 연대'나 '삼강오륜 지킴이' 같은 시민 단체들도 좋아할 것입니다."

배 국장이 싱글벙글 웃었다.

'공자왈 연대'는 유교사상 확산 운동을 벌이는 자칭 조선 유림의 후예들이 만든 시민운동 단체였다. 전국 도덕 재무장 운동, 조상 제사 모시기 운동본부 같은 단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삼강오륜 지킴이'도 성격은 비슷하지만 구성원이 한문 교육을 지지하는 교수들이 주축이 된 단체였다.

주경진은 흥미롭게 눈을 반짝이는 공대성 후보의 머릿속을 독심술을 통해 들여다보았다.

공대성의 머릿속에는 고집 세기로 유명한 형님 공쾌성의 얼굴로 가득찼다.

- 네가 대권을 잡으면 내가 꼭 할 일이 두 가지 있다.

공쾌성 형님이 유난히 큰 눈알을 부라리며 과욕과 심술이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두 가지 씩이나요?

- 이놈아, 내가 공 씨 집안의 장남이고 부모님과 맞먹는다는 맏형이야! 그런데 뭐 떫으냐?

- 아닙니다. 두 가지를 말씀해 보세요.

- 뭐 정권 말아먹을 그런 일은 아니야. 조그만 거야.

- 조그맣다고요?

- 그럼. 첫째는 간통죄를 폐지하는 것이다.

공쾌남 형은 젊은 시절 시골 이웃 마을에 사는 유부녀와 눈이 맞아 동네 대나무 밭에서 여러 차례 일을 벌이다가 동네 아이들에게 들켜서 간통죄로 구속당한 일이 있었다. 공쾌성은 그 일로 농협 대리직에서 쫓겨난 것을 평생의 한으로 품고 있었다.

- 두 번째는 무엇입니까?

- 두 번째는 전국의 사채업자들에게도 협회를 만들게 해서 양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핸드폰에 스팸 문자로 쏟아지는 고리 사채 문제도 해결 될 것 아니냐? 그리고 내가 금융업체 대리 출신 아니냐. 책임자는 내가 적임자 일 것이다. 명칭은 사채업 협회, 아니 돈놀이 조합, 뭐 이런 순수한 이름이 좋을 거야.

형님의 이러한 요구는 친인척 비리의 큰 마당을 아예 만들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생각한 공대성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주경진은 다시 정문오 위원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았다.

- 만사형통이라? 공대성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정권 말기 증상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아마 형님을 비롯한 친인척 등쌀에 정권말기 아닌 정권 초기 증상으로 여기저기서 비리가 쏟아져 나올 거야. 그렇게 되면 공대성 정권은 못 견디게 되고 다시 대선이 실시되겠지. 그 때는 나한테 기회가 오는 것 아닌가. 모바일을 통한 국민 경선제, 프라이머리 방식, 아무튼 뭐 그런 기회가...

공대성 후보의 머리에서 형님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여자들이 나타났다. 먼저 나타난 여자는 미모의 발레리너인 김하진이었다. 처제인 김하진은 잠옷 차림으로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음에는 나이 지긋한 여자와 잠자리에 누워있는 장면이 나왔다. 처음 본 그 여자가 공대성의 첫사랑인 조연하라는 것은 뒤에 알았다. 두 여자의 얼굴은 공대성의 처인 김숙진 여사가 화난 얼굴로 나타나자 사라져버렸다.

주경진은 혼자 피식 웃었다. 저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니 이 나라가 한심한 나라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 홍보 대행사에 들른 주경진은 상담실에서 한 남자와 상담을 하고 있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아니, 저건 문지수잖아.'

주경진은 잘못 들어간 방을 얼른 나오려고 했으나 불행하게도 문지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며칠째 전화를 따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서먹한 표정이 되었다.

"오빠!"

주경진은 하는 수 없이 돌아섰다.

"지수가 여긴 웬일이야?"

"여기도 우리 여당 홍보 대행사 중의 하나야. 여기 사장이 여자잖아."

여자가 사장이 맞기는 하나, 남편과 공동 대표로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양성 대표가 정확한 말이었다.

"오빠 여기 인사 건네. 양천수 박사님이야."

"예, 주경진입니다."

문지수가 소개 하는 바람에 주경진은 엉거주춤 인사를 했다. 얼른 보아도 이마가 시원하고 눈이 큰 호남형의 남자였다. 아랫 입술이 삐죽이 내밀고 있는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결단력이 부족해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듯 낯설지 않았다.

"요즘 매스컴 좀 타는 양천수 박사님."

문지수가 설명했다.

"그럼 오혜빈 후보와 관련된 그 소문의 주인공이신가요?"

멘붕 연대가 폭로한 연하의 애인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주경진이 물었다. 양천수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동공을 통해 독심술로 양천수의 마음을 슬쩍 들여다 보았다.

양천수의 머릿속에는 오혜빈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문지수를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각종 핸드폰의 모양이 춤을 추고 있었다.

"여당 대선을 돕고 있나요? 모바일 선거 운동을 기획하고 있군요."

주경진의 말에 양천수는 조금도 놀라는 것 같지 않았다.

"맞습니다. 이젠 모바일 시대입니다. 모든 일은 형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일은 모바일 통해 이루어집니다."

"만사형통이 아니라 '만사phon통'이라고 하자는 데요."

문지수가 웃으며 말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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