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멘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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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멘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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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일단 폭로해서 주목을 끌자는 작전이겠죠"

여당의 오혜빈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의 일이었다. 2018년 7월 여당의 후보로 전국을 누비며 한창 선거 운동을 할 시기였다.

주경진이 문지수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SNS의 전파력이 강한 이 시대에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 관한 이야기는 삽시간에 지구를 몇 바퀴 돌 정도로 빠르게 전파 되었다.

오혜빈의 선거 캠프에서 주로 비서 일을 하고 있던 문지수가 파악한 내용은 대체로 두 갈래였다.

미혼인 오혜빈 후보에게 연하의 남자 애인이 있는데 그 사실을 숨겨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 애인이 동성연애자이고 유명 여자 탤런트라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삽시간에 가지를 쳐서 여러 갈래로 퍼져나갔다. 그 중 가장 거북한 이야기는 동성애자인 탤런트 강로리와 사랑의 맹세를 하는 표시로 허벅지에 하트 문신과 이름의 약자를 새겼다는 것이다. 탤런트 강로리는 최근 정치에 뜻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난 여자였다.

또 한 갈래의 이야기는 숨겨온 애인이 연하의 남자인 저명 대학의 물리학 교수 양천수라는 것이다. 양천수는 오혜빈이 나온 대학의 물리학과 3년 후배로 평소 오혜빈의 아버지 오종현의 비서로 일했다. 물론 여당과 남당의 양당시대가 되기 전의 일이었다.

오혜빈의 아버지 오종현은 군인 출신으로 군사혁명 때 육군 중위로 혁명군측에 서서 승승장구하여 고위직에까지 올랐던 공무원이었다.

"허벅지 문신 이야기가 맨 처음 나온 진원지가 어디일까?"

주경진이 샤워를 끝낸 뒤 머리 손질을 하고 있는 문지수에게 물었다.

"여러 소스를 추적했는데 가장 의심 가는 서버는 멘붕연대였어요."

"멘붕연대?"

멘붕연대는 남녀 양당제 개헌을 맹렬히 반대해온 극단적인 시민운동 단체였다. 반체제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방용환을 중심으로 주간 연예지 기자 출신들이 모여 모바일 위주 SNS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시민운동 단체다.

"멘붕이라면 극단적인 화제만 골라서 SNS에 올리는 단체 아냐?"

"맞아요. 오혜빈 후보를 아주 저질 정치인으로 만들려는 것이지요."

"멘붕의 목적이 무엇이야? 그렇다고 멘붕연대가 남당의 공대성을 대통령으로 미 는 것은 아니잖아?"

"일단 폭로해서 주목을 끌자는 작전이겠죠."

문지수가 열심히 화장을 하면서 대답했다. 곧 돌아가야 할 모양이었다.

"그래서 여당 캠프에서는 어떤 대응책을 세우고 있는 거야?"

"오 후보의 해수욕장 사진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려고 하나 봐요."

"해수욕장 사진? 그러니까 해수욕복을 입고 있어 허벅지가 잘 드러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거지?"

"예."

"흠. 남당 유권자들 눈요기 감이 되겠군. 어때? 오 후보 몸매는 볼만한가?"

주경진이 문지수의 엉덩이를 슬슬 쓰다듬으면서 웃음을 흘렸다.

"옷 갈아입는 일을 몇 번 도와주었는데 아주 괜찮아요."

"유이냐, 신세정이냐? 아님..."

주경진이 이번에는 문지수의 입술을 갑자기 덮치면서 물었다.

"왜 이러세요. 아직 샤워한 몸이 마르지도 않았어요."

문지수가 몸을 빼면서 말했다.

"아, 미안. 어쨌든 유권자들이 대통령 후보 육체미 감상 잘 하게 생겼네. 언제 공개한다는 거야?"

"적당한 사진을 고르고 있나 봐요."

"멘붕연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겠군."

"아침에 법무 팀에서 검토한다고 보고하더군요."

"지수는 모든 회의에 다 참석하는 거야?"

"대체로 그런 셈이지요. 오 후보는 사람을 의심하는 버릇이 도를 넘을 정도예요. 그래서 믿는 사람 외에는 접근을 못하게 하거든요."

"지수는 어떻게 그렇게 신임을 얻었어?"

"아버지 덕분이죠. 아버지가 오 후보의 아버지 오 장군과 친했을 뿐 아니라 한때 오장군은 아버지한테 독심술 교육을 받은 일도 있거든요."

"하긴 아버지 문국당 교수님 추천으로 지수가 그 캠프에 들어갔으니까."

주경진은 그제야 문 교수와 오혜빈의 아버지가 가깝게 지냈던 것이 생각났다.

"저는 가봐야 해요."

문지수가 얼굴을 대강 다듬고 일어섰다. 좁은 원룸이 두 사람과 강아지 홈즈가 일어서자 꽉 차 보였다. 홈즈는 문지수를 쳐다보며 계속 꼬리를 흔들었다.

"홈즈야, 간다."

문지수가 재빨리 현관문을 닫고 사라졌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주경진이 황급히 핸드폰 버튼을 눌렀다.

"지수야. 잠깐만, 오 후보가 기자회견 하기 전 나한테 먼저 알려 줄 수 있니?"

- 뭐 하게요?

"나도 우리 캠프에서 점수 좀 따야지."

- 그럼 스파이 노릇을 하라는 말인가요?

"그걸 우리가 한 두 시간 먼저 안다고 무슨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야. 다만 내가 그 정도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 입지를 굳혀야 한다는 뜻이야."

- 오빠가 입지 굳혀서 다음에 할 일이 무엇인데요?

"알았어. 알려 주지 않아도 돼."

주경진은 소리를 꽥 지르고는 모바일을 꺼버렸다.

이튿날 모든 매체에 오혜빈의 해수욕장 수영복 사진이 공개되었다. 티비에서는 해변을 걷는 모습이 30초쯤 공개되었다.

오렌지색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오혜빈이 해변을 천천히 걸어 나오는 동영상이었다. 위에는 하얀 수건으로 어깨를 감싸고 있고 하체는 허벅지가 깊이 드러나 보였다.

"와! 몸매 끝내준다."

남당 캠프의 요원들이 티비 화면을 뚫어지게 몇 번이나 리플레이해 보면서 감탄했다. 아무리 보아도 허벅지 피부가 희고 윤기가 촉촉이 흐를 뿐 문신의 흔적은 없었다.

멘붕연대의 폭로는 참패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오혜빈의 해변 사진은 속임수다. 그 사진은 2년 전 사진이고 문신은 지난 연초에 했다는 증거가 있다.

발신지가 멘붕연대로 보이는 폭로 문자가 모든 모바일에 쏟아졌다.

다시 다음날, 여당은 반격에 나섰다.

여당 대통령 후보 오혜빈의 특별 기자회견이 육삼 빌딩 컨벤션 홀에서 열렸다. 모든 매체의 사진기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 미혼의 여자가 몸매를 공개한다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모든 방송국의 촬영 팀은 평소의 세 배가 넘게 동원되었다.

회견 시간이 예고된 오후 6시가 가까워오자 천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컨벤션홀이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무대 위에는 연설 대 하나만 놓여있고 배경은 하얀 스크린이 쳐져 있었다. 마침내 회견장 정면 벽에 있는 커다란 시계가 여섯시를 알렸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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