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남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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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남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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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좋은 곡차 있으면 한잔만 주십시오.”
“있기는 한데 진짜 귀중한 곡차라.....”
“여기까지 온 기념으로 내가 속세에서 맛볼 수 없는 곡차 한잔을 대접할테니 자 이걸 들고 따라 오시오.”

얼마전 서울땅 속세에서 생활하는 보살과 처사 20여명(주당 10명, 주포스맨 6명, 비주당 4∼6명)이 강원도에 자리잡은 모 사찰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사찰 앞으로는 명경같이 맑은 동해바다가 넘실거리고 야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해맑은 산소를 가득품은 그야말로 신천지 같은 이곳에서 우리는 현실파 주당임을 또한번 입증하고야 말았다.

점심 공양과 다도가 막 끝나갈 무렵 혹시나 싶어 건넨 말에 스님은 속세의 때가 흠뻑 묻어 있는 우리에게 귀한 곡차 한잔을 대접하겠다는 허락을 해주셨다.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데 스님은 랜턴을 찾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조백자 같은 호로병 하나를 들고 따라 오라는 것이었다. 스님을 따라 간곳은 대웅전 바로 옆에 위치한 보물창고 같은 동굴이었다.
스님은 열쇠를 찾더니 큼직한 자물통을 열었다. Y자형식으로 뚫린 동굴 안에는 수십개의 큼직한 독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처음에는 김장독인줄 알았는데 스님이 그중 하나를 찾아 뚜껑을 열었을 때 우리는 깜짝 놀랐다. 그 많은 독에는 진짜 속세에서 볼 수 없는 갖가지 곡차들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향긋하게 풍겨나는 향만 맡아도 취할것 같았다. 기분 같아서는 한병을 다 마시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어찌 곡차를 그리하겠는가. 호로병 한병에 귀한 곡차를 가득 채우고 돌아서는데 바로 옆에 복분자가 보였다. 은근슬쩍 “스님 이것도 한 번 맛보죠”하면서 동굴밖으로 얼른 가지고 나왔다.

방으로 돌아온 우리는 약 1분간에 걸쳐 그 곡차의 유래와 담그기까지의 일담을 들은후 한잔씩 나눠 마셨다(비법은 스님들에게서 전해내려오는 비법이어서 알려 줄수 없다고 함). 갑자기 복분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지난 25년간 국내외서 이름난 술, 좋다는 술 다 마셔봤지만 이처럼 향기롭고 입맛 당기는 곡차는 없었다. 말로는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는 바로 신선들만 느꼈다는 그맛이었다.
어디 맛만 일품인가, 스님이 한잔의 곡차를 모두 들게하고는 건배제의를 하는데 그 맨트 또한 걸작이었다. ‘부라보’도 ‘위하여’도 ‘부자되세요’도 아니었다. 바로 ‘득남하세요’였다. 스님의 맨트 치고는 충격적이었다.

스님의 위트와 다시는 맛볼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곡차를 두고 주당이 어찌 그대로 가랴.

우리는 스님을 졸라 또 동굴에서 한 호로병을 가져와 마실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두병을 비웠을까 스님 말대로 혈액순환을 돕는데 큰 효과를 발휘해서인지 대부분 얼굴이 불그스레해졌다.

당시 기분 같아서는 독하나를 짊어지고 서울로 올라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두가 곡차 맛에 찬사를 보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입술에 묻은 향만 음미 한채 사찰을 나섰다.

더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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