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가 문제삼은 폭발실험동영상. 실험당시 사파이어의 제품은 터지지 않았다. ⓒ 뉴스타운^^^ | ||
최근 대덕벨리에선 한 벤처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기관이 벤처기업의 신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파문이 일고 있다.
공정위와 이 벤처기업은 신기술의 실험결과를 놓고 약 1년5개월간 공방을 벌여왔으며, 현재 이들의 공방은 공정위 전체위원회의 상정만을 앞두고 있다.
가혹한 실험 vs 신기술 발전에 저해되는 법규
공방에 핵심에 있는 건국산업(대표 박진하)은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로, 과기부 KT 신기술 인정, 산자부 기술표준원 “신개발기술의 일등상품화” 등에 선정된, 휴대용가스레인지 ‘폭발방지밸브’ 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한 업체이다.
건국산업은 기존의 제품과 달리, 소비자들의 생활환경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용기 폭발 가능 조건’을 전제로 기존제품과 비교폭발실험을 감행했다. 그런데, 이 폭발실험 동영상을 자체 판매회사인 홍진테크(www.sa-fire.co.kr)에 올린 것이 문제가 돼, 경쟁사들이 ‘공정거래법의 비교광고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제소한 것이다.
공정위측은 “실험방법이나 실험장치가 정부의 안전성 검사기준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실제 사용환경에 비해 실험조건들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실험환경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나 건국산업측은 공정위가 말하는 비교광고금지 조항의 잣대가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는 기존 업체에 맞춘 편협한 기준이라며 반발했다. 신기술에 대해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비교광고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벤처기업에서 개발한 신기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뿐”이라는 것이 다른 벤처기업인들의 지적이다.
^^^▲ 터져버린 휴대용가스레인지. 이처럼 소비자의 안전도 위험에 처해있다. ⓒ 뉴스타운^^^ | ||
소비자 안전은 도외시하는 공정위
당초 비교광고에 대해 동일한 실험인 경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던 공정위가, 관련기관과 함께 직접 참관하여 현장에서 실험과정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혹한 실험환경을 인위적으로 설정했다”며 또 다시 문제 삼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지적에 대해, 건국산업이 실시한 실험방법을 분석해 본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가스 폭발관련 전문가인 K대의 한 교수는 “휴대용가스레인지 폭발사고는 현행 법규에서 정해놓은 최소한의 상황이 아니라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가혹한‘ 조건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며,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과대불판을 사용하는 경우 휴대용 가스레인지 폭발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때때로 일어나는 폭발사고에 의한 인명피해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건수가 많지 않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공무원들의 안전불감증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으며 “공정위의 판단기준은 소비자들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국산업측은 “세상에 처음 나온 신기술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검사기준이 없다고 해서 부당하다는 지적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소비자 안전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에 맞는 검사기준을 조속히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며 반문했다.
이처럼 건국사업과 공정위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대덕벨리내의 많은 벤처사업가들은 이 사건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대덕벨리벤처연합회 마케팅 위원장 이상지 박사는 “사실상 벤처기업의 기술과 제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그 우수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법과 규정 때문에 신기술의 사업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R&D 특구지원책을 발표하며 대덕벨리의 활성화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공방을 지켜본 벤처기업인들은 “R&D 특구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공정거래법의 부적절한 해석이 신기술의 덫이 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MS의 끼워넣기 판매와 관련해, 공정위의 판결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정위의 판단이 정말 공정한지를 재고해봐야 한다며 공정위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있다.
스스로의 자생력만으로 버텨온 건국산업과 수많은 벤처기업은 정부의 약속된 지원책은 커녕, 신기술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현실에 허탈할 뿐이다.
또 다시 정부의 말뿐인 지원대책과 사탕발림에 울고 웃어야 하는지, 대덕벨리의 벤처기업인들은 동료 업체의 행방을 놓고 착잡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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