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는 나이 많은 남자와 딸 같은 소녀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살펴보고 있었다. 소녀는 돈을 받아 쥐고 생글생글 웃었다. 그리고는 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지만 연지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아저씨 정력이 젊은이 못지않아요.”
소녀는 여러 차례 성관계의 체험을 털어놓는 듯 했다.
“아직 쾌감은 모르지?”
“그냥 좋아요. 다음에 또 만나요.”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어 쪽으로 걸어 나가는 것을 보고 연지는 다시 훈이에게 눈을 돌렸다.
“요즘 애들 참 무섭지요?”
“보통이 아니야.”
“딸 가진 엄마로서 섬뜩해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남편과 한참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딸애가 방문을 확 열더니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거예요. 남편은 내려오지도 못하고 딸아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이불을 찾으니 발끝에 있지 뭡니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딸아이가 방을 나갈 때까지 기다렸지요.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 딸 방으로 건너가서 말했어요. 너도 나중에 시집을 가면 남편이 성관계를 강요할 때가 있어. 그때 나의 입장을 이해하기 바란다. 그렇게 말하고는 일체 집에서 남편과의 관계를 끊었어요. 각방을 쓰기로 결심했는데 정 하고 싶으면 밖으로 나가자고 했지만 차도 없고 해서 3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더니 별로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섹스는 하면 할수록 느는가 봐요. 당신과 하고 나면 또 하고 싶으니 말이에요.”
“그런 일도 있었구나. 딸 있는 가정은 조심해야지.”
두 사람의 대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랑이란 세 가지의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읽은 적이 있어. A 허슬러의 연애대위법에는 심의적 요소, 점령적 요소, 육체적 조건 이 세 가지가 모두 합해야 사랑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거야.”
훈이는 짧은 밑천으로 사랑을 논했다. 그러나 지나에게는 그런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사랑이란 서로 좋아하면 되는 것이지 심의적 요소니. 점령적 요소 같은 것은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우리 언제 합할 건데?”
연지는 구름 잡는 이야기를 꺼냈다. 확실한 보장이 되지 않을 바에야 막상 석호를 따라 간다는 것이 겁이 났다. 모두 잃어버릴 것 같아 조심스레 꺼냈다. ‘딸은 아버지를 주고 오면 안 될까?’ 여기까지 말이 올라오다가 삼켰다.
“당신이 준비되면 언제라도…….”
훈이는 연지의 손을 잡아당겼다. 손가락에 낀 반지가 섬광을 발했다. 이 반지는 2년 전 연지의 생일에 동대문 보석상가에서 사 준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섯 번이나 교환하였다. 갈 때마다 조금씩 올라간 금액은 결국 백만 원을 훌쩍 넘었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반지를 전당포에 잡혀먹고 다시 찾을 수 없어 길거리표 이미테이션을 끼고 있다고 성화 끝에 해 준 반지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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