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통일외교안보분야 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에 투자해서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이런 의미에서 이번 일이 불거졌을 때 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나, 남한의 기업이 이미 확보한 권리를 위해서나 현실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상대하는 초법적인 범위의 일이라는 것을 감안해 우리의 법을 갖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김 대통령은 “북한은 법적으로는 반국가단체이며 지금 우리는 반국가단체와 접촉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와 같은 김 대통령의 언급은 정치적 해결조차 거부하는 인상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현대상선 대북송금 문제의 전모를 특검제나 국회의 국정조사 등을 통해 전모가 공개되는 것이 국익과 남북관계의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김 대통령의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아울러 이러한 김 대통령의 언급은 한나라당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과 민주당 일각에서 요구하고 있는 ‘직접 해명’ 요구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정치권이 김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표명을 수용, 국회에서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대북송금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지는 불투명하다.
회의에서 김 대통령은 또 "대북거래를 통해 현대가 북한의 거의 전 경제분야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한국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엄청난 장래의 가능 성이 열렸다"면서 "남북간 긴장완화, 국력증진, 북한의 민심변화, 북한의 경제전반에 우리 기업이 관여할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된 것 등 이러한 것들은 커다란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다루지 못할 일도 많이 있는 것이며 초법적으로 처리할 일도 많이 있다"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반응
민주당은 5일 김 대통령이 대북송금 의혹의 전모를 공개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데 대해 제각기다른 반응을 보였다.
노무현 당선자의 측근 의원들은 즉각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구주류와 개혁파 일부 의원들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더라도 김 대통령이나서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의 반응
한편,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5일 김 대통령의 대북송금 '전모공개 불가' 표명에 대해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며 특검제의 조속한 도입을거듭 촉구했다.
박희태 대표 권한대행은 "국민의 동의없이 집권자 마음대로 북한에 거액을 보내도 괜찮고 앞으로도 대북 밀실거래를 계속하겠다는 얘기냐"면서 "한마디로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은 진실고백과 대국민 사과밖에 없다"면서 "얼마든지 국민의 동의를 얻어 대북지원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그렇게하지 않은 경위가 뭔지 대통령은 솔직히 털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박종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의 동의절차를 무시한뒷거래 행위를 통치행위라고 규정하고 국익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협박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대북 뒷거래 사건은 전모를 밝히지 않는 게 오히려 국익을 해칠 것"이므로 "김 대통령은 검찰에 즉각적인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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