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사랑하고만 싶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42) 사랑하고만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은 엄마가 옆에 와 있는 것이 몹시 불편했던지 말했다.

“아빠랑 또 싸운 거야.”
“싸우긴, 사랑싸움하는 거지.”
“사랑싸움이 베개 들고 다니는 거야?”

딸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너도 시집가보면 알게 돼. 매일 좋을 수는 없을 테니까.”
“싸울 바엔 뭣 때문에 시집가. 혼자 살지.”
“그게 속편할지 몰라. 그러나 여자는 남편만 잘 만나면 괜찮아. 너 아빠 같은 남자는 절대 만나서는 안 돼.”
“아빠가 어때서.”
“무능력자이니까.”
“그래도 나는 아빠가 좋아.”
“잘 됐다. 너 아빠랑 헤어지면 딸린 혹이 없어서 좋겠다.”

연지는 갑자기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연지는 자신을 지켜줄 훈이가 있다는 것이 무척 당당했다. 전화를 해 볼까 생각했지만 딸아이 때문에 할 수 없어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뭐하고 있을까?”

연지는 중얼거리며 전화를 했다. 신호는 가고 있지만 얼른 받지 않았다. 행여나 다른 여자들과 같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부채질을 했다. ‘빼앗겨서는 안 돼. 훈이는 내꺼.’ 이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폰을 눌러댔다. 몇 번이나 누른 끝에 훈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지금 어디야?”

짜증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음악소리가 들렸다.

“응, 노래방”
“누구하고 있어?”
“친구들과…”
“거짓말, 여자랑 있지?”
“아니.”
“아니긴. 누구야. 머리를 다 쥐어뜯어 버릴 거야.”

연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앙칼졌다. 무슨 말을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노래 소리 때문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연지의 목소리 톤은 더욱 높았다.

“누구하고 있느냐니까?”

연지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는지 훈이의 핸드폰이 꺼졌다. 연지는 딸 방으로 다시 들어와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누구와 같이 있을까. 훈이는 바람둥이라서 치마만 둘러도 좋아할 것만 같아 나의 노예로 만들어 놓지 않고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제발 노래만 부르고 집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이 가까우면 노래방으로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한 시간을 가야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연지는 평소 좋아하던 용혜원 시인의 ‘사랑이 찾아 왔을 때’를 되내었다.

사랑이 찾아왔을 때 그 한복판이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이라 하여도
빠져들고만 싶다

사랑이 끝 간데없는
짙은 안개 속이라 하여도
찾아들고만 싶다

못다 피어서 절망하는 사랑보다는
활짝 피어나는 사랑이고만 싶다

흘러만 가는 세월이 다 떠나가 버리기 전에
내 사랑의 언어가 그대 가슴에 새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랑은
언제나 여운으로 남아 있어도 좋을
온 몸에 흐르는 사랑이고만 싶다

삶의 터널을 다 빠져나오기까지
그대만 사랑하고만 싶다

연지는 시를 몇 번이나 외면서 훈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20대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사랑해 훈이, 내 사랑 훈이’ 연지는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