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이는 기가 막혀 웃었다.
“너 더위 먹은 것 아니야?”
“더위? 그래 더위 먹었어요. 왜 나를 데려가지도 않고 미치게 만드느냐구요?”
연지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라면 몰라도 하루 빨리 훈이의 품속에서 잠들고 싶었다. 그리고는 미친 사람처럼 말했다.
“내 핸드폰으로 전화하지도 마. 그리고 우리 집으로도 하지 말고.”
연지는 혼자 말하고는 끊어버렸다.
연지는 집에 들어가면 남편 때문에 전화를 못할 것 같아 집 앞에서 횡설수설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남편의 시선과 마주쳤다. 20년을 같이 살아왔기에 눈빛만 보아도 지금의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당신 바람난 것 아니야?”
남편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바람난 것같이 보여?”
“그렇잖아. 매주 토요일이면 어딜 가는 거야?”
“집에 있으면 누가 돈 갖다 줘? 당신 돈만 많이 갖다 주면 집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을 테니까.”
“그 놈의 돈돈! 돈으로 입을 막아 버릴 거야?”
“그럼 뭐로 막아. 내 입을 돈으로 좀 막아줬으면 좋겠어.”
연지는 옷을 훌훌 벗어 장롱 속에 집어넣고 훈이가 사준 건어물을 손질했다. 그러나 훈이의 가슴을 휘저은 것이 몹시 마음에 걸려 불편했다. 전화라도 해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하지 않고는 잠시도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당신 슈퍼 가서 샘표 간장 좀 사다줘요.”
남편이 문을 열고 나가기가 무섭게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자기 어디야?”
연지의 목소리는 조금 전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다시는 안볼 것 같더니? 십분도 안 되어 마음이 달라졌나?”
“당신은 여자의 심정을 몰라. 당신은 나만 울려 속상해서 그랬어. 따라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해봐. 얼마나 속상한지 알아?”
그제야 연지의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는 훈이는 적이 안심이 되었다.
“사랑해.”
“거짓말 좀 하지 말아요. 입에 발린 말을 하지 말고 사랑하거든 나를 데려가요.”
연지는 우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라도 말을 하고 나니 훈이에게 퍼부었던 감정을 억누를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어가서도 죽은 듯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남편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두 주일간이나 아내의 곁에 오지 못했다. 연지는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잠들어 버렸다. 남편은 아내가 잠이 들면 절대로 흔들어 깨우질 않았다. 다음 날 밤에도 남편은 또다시 접근을 해 왔다. 연지가 잠들어 있는데 접근해오자 벌떡 일어나서 쏘아붙였다.
“나는 당신의 장난감이 아니야. 당신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시집 온 것도 아니라고. 그리고 결혼을 했다는 의무감으로 당신을 맞이할 뿐 당신의 자가용은 아니야. 착각하지 마.”
연지는 베개를 들고 딸 방으로 건너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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