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축제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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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축제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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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희가 오는 날이다.

태진은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도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나른했다.

창 밖엔 때 아닌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태진은 팬티만 걸친 채 창가에 서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문득 마리화나가 생각났다. 전의 경험으로 보면, 오늘 같은 날 한 대 피우면 죽여줬는데…….

태진은 몇 번을 갈등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마리화나를 말았다. 언제였던가. 마리화나를 피운 지도 꽤 오래 전이었다. 급하게 성냥을 그어 막 불을 붙이려다 멈칫했다. 그 순간, 왜일까? 무엇 때문일까? 입에 문 마리화나 위로 진희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몇 개월째 자신의 기를 불어넣어 주고 기진맥진해 널부러지던 진희.

태진은 갈등을 느꼈다.

성냥불을 한 번만 갖다 대면 환상의 세계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것과 진희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치료에 전념하는 모습이 떠올라 번민하게 만들었다. 딱 한 번만 피우고 싶다는 욕망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자제력이 피투성이가 되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앗, 뜨거!”

태진은 손에 들고 있던 불 붙어 짧아진 성냥개비를 던졌다. 손가락 끝이 타들어가 노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결국은 눈을 딱 감고, 종이에 만 마리화나를 변기에 버리고 말았다. 시원섭섭했다. 내친 김에 숨겨두었던, 몇 대 정도 피울 만큼 남은 마리화나를 변기 속에 함께 넣고, 물을 내렸다. 시원한 물 소리와 함께 마리화나는 순식간에 시커먼 변기 아가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완전한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여자와 접촉만 하면 바람 빠진 풍선이 되고 마는 모멸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남자를 여자에게 사용해 보지 않은 지도 몇 년이 넘었다. 그동안 진희에게서 치료를 받아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지만, 막상 실전에서 또다시 실패하면 그 뒤에 올 낭패감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아직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장흥에 갔던 날.

눈 덮인 차 안에서 소영이를 가질 수도 있었지만, 그녀도 원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도 사실은 남자에 자신이 없기 때문인지 몰랐다. 그런 줄도 모르는 소영이는 자신을 무척이나 자제력이 강한 남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진희는 얼마 전 기 치료를 하며 말했다.

남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육체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신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감성이 예민한 나이에 목격한 어머니의 불륜 현장, 그에 따른 정신적 충격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남녀의 섹스가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더럽고 추잡한 것만은 아니죠. 물론 선생님 부모들의 경우는 달랐지만, 정상적인 남녀의 경우라면 섹스를 원하고 때론 활화산처럼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욕정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이 당연하죠. 그건 이성 이전에 동물의 본능이니까.”

“그럼 진희처럼 무공이 경지에 이른 사람도 그런 욕망에 시달릴 때가 있나?”
“저는 뭐 여자가 아닌가요?”

진희가 태진의 배꼽 양 옆의 천추(天樞)와 배꼽과 사타구니 중간쯤에 위치한 중극(中極)의 경혈을 지압하며 한 말이었다. 태진은 그녀에게서 기 치료를 몇 달째 받으면서 한 마디씩 들어, 이제는 제법 경혈의 위치와 그 경혈에 해당되는 간단한 치료법도 알게 되었다.

“그럼 우리, 동물의 본능으로 돌아가 볼까? 내 남자가 완벽하게 살아났는지 테스트도 해 볼겸.”

그 순간,

“으악!”

태진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엄청난 통증이 엄습했다. 진희가 중극을 누르던 손가락에 엄청난 힘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한 번만 그딴 소리 더 하면 아예 평생을 성불구로 살게 할 거예요. 형편 없이 찌그러진 남자를 이제 겨우 기사회생시켜 놓으니까 뭐, 한 판 붙어 보자고요? 또 그딴 소리를 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
진희는 태진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낄낄거렸다.

밑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무공으로 단련된 그녀를 당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녀가 고개를 숙여 태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짧고 날카로운 키스였지만 짜릿한 전율이 그를 감전시켰다.

“이건 그동안 마리화나를 멀리하고 치료를 열심히 받은 상이에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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