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바람아 파도를 몰고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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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바람아 파도를 몰고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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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는 연지의 말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밖으로 나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들어왔다.

“덥지,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훈이가 건네준 아이스크림을 연지는 조심스레 종이 포장지를 뜯어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입속에 넣었다. 그러나 훈이의 행동은 달랐다. 입 전체를 아이스크림으로 쳐 발랐다. 연지는 휴지를 뽑아 입을 닦으라고 내밀었다. 훈이는 고개를 저었다.

“입으로 닦아줘.”
“싫어.”

연지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입에 묻은 아이스크림 정도는 핥아먹을 수 있어야지.”
“그래도 그건 너무했다.”

연지는 웃었다.

“사랑을 점검하는 데 쓰는 시약이래.”
“그건 너무했다.”

연지는 더 이상 대꾸도 하지 않고 훈이의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었다. 이것으로 석호를 사랑하고 있다는 표현이 될 수 있다면 그 이상도 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훈이는 연지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던지 가슴이 터지게 포옹했다. 그리고는 연지이를 번쩍 들어 침대에 눕혔다.

“샤워하고 오세요.”

연지는 훈이의 가슴을 떠밀었다. 훈이가 샤워하러 간 사이 연지는 거울 앞에서 옷을 벗었다. 참 이상한 일은 훈이와 손만 잡아도 아랫도리가 축축이 젖어드는 것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팬티가 흠뻑 젖어 휴지로 닦았다. 좀 더 일찍 훈이를 알았더라면 ......... 그러나 지금이라도 만났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지는 화장을 옅게 하고 훈이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두 사람은 한 덩어리가 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칠흑 같은 바다에 파도소리만 두 사람의 마음을 세차게 두들겼다. 열대어처럼 두 입술을 맞대고 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가도 아래 입술을 빨아드릴 때마다 연지는 긴 신음소리를 냈다. 훈이를 포옹하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포옹하지 못한 한숨 소리도 함께 토해냈다.

“너무 행복해요.”

연지는 두 눈을 감은 채 훈이의 볼에 묻은 립스틱을 휴지로 닦았다.

“이제 우리는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어. 하나님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지 못할 거야. 우리 무덤까지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

훈이의 말에 지나도 고개를 끄덕이었다.

“남자는 여자보다 일찍 죽는데요.”
“그건 왜 그런지 알아?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를?”
“알아요. 영국에서 발표된 것인데 여자가 남자보다 신장이 더 튼튼해서래요. 그런데 당신이 먼저 죽으면 나는 어떻게 해. 항상 건강에 조심하고요. 당신이 나보다 더 늙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나 혼자 죽지 않을 거야. 같이 데려가라고 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지만 죽음은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거야. 당신과 나는 운명이 다르니까.”
“나 어디 신문에서 읽은 건데 강원도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데. 아주 다정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결혼 첫날밤에 죽을 때는 같이 죽자고 약속을 단단히 한 모양이야. 그런데 부인이 먼저 죽게 생겼나봐. 당신 품에 안겨 죽으니 한이 없다고. 여자나 남자나 먼저 죽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거야. 그런데 부인이 먼저 죽었는데 남편이 죽은 부인을 업고 산속 동굴에 들어가서 살려달라고 금식을 해가며 울었던가봐. 그러나 죽은 부인이 살아나지 않으니까 남편도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인데 요즘 누가 그렇게 죽는 사람이 있어. 얼마 전만 하더라도 부부 중 한 사람이 죽으면 화장실 가서 웃고 온다는데 요즘은 돌아 앉아 웃는데. 잘 죽었다고.”
“그러게. 솔직히 말해서 남편은 호적상 남편이고 당신은 내 마음의 남편이야.”

훈이는 연지의 목을 팔로 감싸고 누웠다. 연지가 두 눈을 감을 때가 제일 예뻤다. 티 없이 맑은 얼굴, 아무런 걱정도 없이 감아 내린 눈 커플에 기다란 눈썹을 훈이는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지는 간혹 마음과 뜻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지 호흡이 잠깐 동안 멈추었다.

일시적인 호흡정지였다. 숨이 끊어졌을지도 모를 연지의 입술에 훈이는 열심히 인공호흡법으로 응급 처치하면 다시 되살아났다. 단추 사이로 큼직한 훈이의 손바닥이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월장을 했다. 그리고는 마치 반죽이라도 하듯 주물렀다. 연지는 두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결국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자신이 마저 남은 단추를 풀고 옷을 벗어 방 한가운데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훈이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랑해요.”

훈이에게 이런 말이 들릴 리 없었다. 열심히 연지의 몸을 더듬으며 아랫도리에 손을 얹었다. 축축이 젖은 음부가 성이 났는지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훈이는 먼 길을 달려온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며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바람이 검은 구름을 몰고 와서 한차례 비를 퍼붓고 연지의 가슴 구덩이에는 땀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훈이의 입술은 가슴을 핥고 있었다. 땀은 소금처럼 짜지도 않았다. 연지의 몸속에 고이 간직했던 꿀물을 쏟아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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