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 해도 내겐 당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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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 해도 내겐 당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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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넘는 순애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 <러브레터> 이후, 수채화 같은 영상과 가슴 시린 순애보에 목말랐던 관객들에게 반가운 영화가 있다. 이치카와 다쿠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400 만 명 관객을 동원하면서 일본 열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이 히로야스 감독).

아침에 계란 후라이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유지(다케이 아카시 분)에게 핀잔을 듣는 아빠 타쿠미(나카무라 시도 분), 1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보내고 '비의 계절'에 꼭 돌아온다던 아내의 약속을 믿으며 힘겹게 아들과 살아가고 있다.

광장 공포증을 겪고 있는 타쿠미가 아들 유지와 함께 나간 마을 축제에서 쓰러지며 그를 연모하는 회사 여자 동료에 의해 구해지면서 병약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이 시작된다.

^^^▲ 테루테루 보우즈를 매다는 유지
ⓒ 동아수출공사^^^
주연 여배우 다케우치 유코는 수수한 옷차림으로 유난히 시공간을 넘나드는 애틋한 연인의 이미지를 잘 연출한다. 망자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과 기다림이 기적을 불러 3주간 허락된 사랑을 그린 영화 <환생>(2003년)에서 죽은 연인과 재회를 꿈꾸는 아오이로 출연했던 그녀가 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영화 '환생' 보다 3주가 더 연장된 6주간 남편과 아들 곁에 머물게 되는 미오로 출연한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과거 망자와 살아남은 이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영화 '원더풀 라이프'(1998년), '비밀'(1999년), '환생'(2003년)의 계보를 잇는 판타지 멜로이다. 영화는 슬픔과 아픔을 안은 보통 사람들에게 감동과 공감의 판타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영화는 그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학교에서 테루테루 보우즈(거꾸로 매단 종이인형)를 창 밖에 매달며 엄마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들, 유우지와 똑같이 아내가 돌아올 것을 확신하며 다소 지루한 일상 속의 아빠 타쿠미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아니면, 과거 일본 로맨스에서 나타나듯 간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이 기적이 된 것일까. 아내 미오는 장마가 시작되자 가족에게 돌아온다. 못 다한 사랑에 기회를 한번 더 준 것일까.

^^^▲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포스터 스틸컷
ⓒ 동아수출공사^^^
일본 영화 속에 심심치않게 가족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건 해체돼 가는 오늘날 일본 가족의 현 주소와 다르지 않는 듯 하다. 이 영화의 시간적 장치는 다소 국내 관객에게 감정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즉, 눈물샘을 자극하다가 바로 말라 버리는 아쉬움은 노련해진 국내 관객의 영화 감상 수준 때문 만은 아닐 듯.

또 하나의 코드는 엇갈림이다. 전형적인 멜로의 서사 구조를 띠고 있는 이 영화에서 스물 아홉의 타쿠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 채 6주간 허락된 사랑을 위해 돌아온 아내 미오에게 들려주는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 스무살 육상 선수 시절의 타쿠미가 미오를 짝사랑 한 이야기와 사진, 다이어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미오의 사랑 이야기가 맞물려 전개돼 나간다.

다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카이브 별'의 동화나 볼펜, 다이어리, 타임캡슐 등의 소도구는 연인 사이의 엇갈림마다 운명으로 맞닿게 하는 중요한 소도구들을 배치해 놓은 것이어서 마츠타니 스구루가 작곡한 영화의 주제 음악 '시간을 넘어서'와 함께 이야기의 내러티브를 한 층 살려준다.

육상 선수로 나섰다가 경쟁자의 반칙으로 인해 낙오한 타쿠미, 그리고 시상식 때 갑작스런 정전..사랑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두 남녀를 이어줄 다이어리에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것 같으면서도 어느 새 사랑하게 되어질 두 남녀의 운명같은 사랑이야기의 비밀이 담겨 있다. 가장 예쁜 장면은 이야기 시점이 되는 스물 여덟 살의 미오가 타쿠미를 만나는 해바라기 밭이다.

^^^▲ 해바라기 밭에서 만난 미오(다케우치 유코 분)와 타쿠미
ⓒ 동아수출공사^^^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현재 방영 중인 KBS 2TV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열 여덟 스물 아홉>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즉 타쿠미와 동갑내기인 스무살의 미오가 스물 아홉의 타쿠미를 만난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드라마 '열 여덟 스물 아홉'에서는 이혼 직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열 여덟 살의 기억으로 돌아간 아내 혜찬(박선영 분)이 열 여덟 시절의 학교에 찾아가서 고교생 김눈(이중문 분)과 스타가 된 남편 상영(류수영 분) 사이에서 삶의 기억을 회복시키는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와 달리 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 6주간 환생한 것이 아니라, 타쿠미를 사랑한 미오의 운명적 선택임을 영화가 끝나기 마지막 20분의 반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감독은 타쿠미를 만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스무살의 미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하면서 스물 여덟에 뻔히 죽게 될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미오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아들 유지가 타임캡슐로 남긴 미오의 일기(다이어리)를 발견하면서 비의 계절에 6주간 돌아온 미오는 자신이 죽은 걸 알게 된다. 미오는 남편의 회사 여자 동료에게 남편을 부탁한다고 말하고 아들 유지에게 설겆이와 빨래하는 법과 계란 후라이 만드는 법을 가르치면서 떠날 준비를 한다. 고등학교 갈 때까지 12년간 케익을 배달시키는 장면은 영화 후반부 12년 후의 유지 생일에 배달된 케익과 맞물려 진한 모성애를 느끼게 해준다.

이렇듯 영화는 멜로 영화가 줄 수 있는 판타지와 반전의 맛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영화 결말부에서 마주 선 두 남녀가 서 있는 해바라기 밭은 이 세상 어딘가에 아니, 지금 당신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수 많은 해바라기 사랑(짝사랑)을 찾고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면 미오처럼 '다시 태어나도 당신 뿐'이라고 당당히 선택할 것을 감독은 권하고 싶었을까. 그렇게 영화를 이해한다면 그런 짝사랑의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지금, 만나러 가라'고 얘기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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