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오늘 못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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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오늘 못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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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 아내는 그래도 남편이 집으로 무슨 연락이 올까 걱정되어 집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열심히 눌렀지만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훈이는 지나와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뭐라고 하고 나왔어?”
“말하지 않았어.”
“왜?”
“말하면 못 가게 할 게 뻔해서.”
“거짓말이라도 둘러대지 않고?”

훈이의 말에 연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 석호와 여행을 떠날 때, 남편에게 회사에서 연수교육이 있어 하룻밤 자고 와야 한다고 했을 때, 같이 가면 안 되느냐 해서 아주 입장이 난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연지는 일체 남편에게 먼저 알리는 법이 없었다. 지금 어디라고 하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 꽉 차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남편의 전화가 걸려오면 어떻게 대답할까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차는 영동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연지의 핸드폰이 울렸다. 보나마나 남편의 전화가 틀림없었다.

“여보, 나 오늘 못 들어가. 내일 늦게 나 들어갈 거야.”

연지의 대답은 간결했다.

“나도 가고 싶지 않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어쩔 수 없어. 모두 연수교육 받으러 가는데 나만 안갈 수 없잖아.”
“그렇다니까. 당신한테 말해보았자 못 가게 할 것 같아 말 안했지. 밥은 사 먹어. 냉장고 위에 돈을 뒀으니까.”

남편이 다음 말이 길어지는 듯하자 연지는 짜증을 내면서,

“끊어!”
라고 말하고는 일방적으로 핸드폰을 꺼버렸다. 보나마나 남편이 신경질을 내니까 대꾸도 하지 않고 끊어버린 모양이었다. 연지는 더 길게 이야기 했다가는 훈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면 모처럼 떠나는 여행이 망칠까 두려웠다. 사실 훈이는 지나와 남편의 통화에서 구실을 삼을 생각이었는데 짧게 끊어주어 고마웠다.

“우리 둘은 천생 연분인가 봐.”

지금까지 우울해 있던 연지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건 왜?”
“당신과 같이 있으면 얼마나 포근한지 알아? 옆에만 있어도 배가 불러.”

연지의 말은 진실이었다. 석호와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마치 시집가는 처녀마냥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토요일마다 만나기는 하지만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치 신혼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훈이의 기를 다 뺏어버리고 말거야. 다른 여자들에게 눈을 돌리지 말도록 끝을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그래?”
“응, 일주일 동안 아무 하고도 안했지?”

연지는 다짐하듯 물었다.

“그럼, 오직 당신만을 거울 쳐다보듯 살아가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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