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너는 남자 친구하고 잘 지내니?”
연지는 딸에게 물었다. 이런 말은 목욕탕에 올 때마다 주간행사처럼 물었다.
“아니, 연락 안해.”
딸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언젠가 딸에게 물을 때만 하더라도 자기에게 너무 잘한다고 대답하던 딸이었다. 학원에서 돌아올 때는 집에까지 데려다 주기도 한다고 말했지만 깊이 사귀지 말라고 타일렀다.
“그런데 왜 연락 안해?”
“그렇게 되었다니까.”
딸은 신경질을 냈다. 그리고는 토라 앉아버렸다.
딸의 대답은 간단했다. 친구가 허리를 감싸주지 않는다는 대답이었다.
“신체적인 접촉은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여자란 한번 더럽혀진 몸은 아무리 의술이 발달되었다고 하더라도 새것으로 만들지는 못해 알겠지?”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연지는 딸의 장래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딸의 남자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따라다녔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만나고 이러는 사이에 성인이 되어 결혼한 후 이혼 같은 것은 밥 먹는 것보다 더 쉽게 생각할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운명이란 어쩔 수 없는 것. 모두 사주팔자에 이미 나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연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미 이 세상에 나온 이상은 너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목욕탕에서 나온 연지는 딸을 멀찌감치 보내고 석호에게 메일을 보냈다.
-지금 사우나 하고 들어가요..-
메일을 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 지구가 멸망하는 그날까지’
연지는 석호가 보고 싶었다. 훈이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답을 보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내 사랑 지나.-
이 메일은 연지의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었다. 어딘지 모르지만 최 사장을 만난 것이 미안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몰라도 석호 부인이 설상 안다고 하더라도 연지는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죽었지 석호를 버린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과 같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나야. 뭘 했어?”
일요일에는 별로 석호와는 통화한 적도 없지만은 너무 미안했기 때문에 전화를 넣었다.
“재미없었어. 따분해.”
이 말 밖에는 들을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연지는 굵직한 훈이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우리 다음 주에 멀리 떠나요. 하룻밤 자고 올까?”
석호에게는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렇지 않더라도 동해안으로 멀리 떠나고 싶던 참이다. 훈이의 대답은 아까 따분한 그 목소리보다는 더욱 상큼했다.
“정말?”
“응, 우리 멀리 떠나요. 알았죠? 그때 당신과 같이 갔던 화이트 호텔로 가고 싶어요. 파도가 밀려오는 그 바닷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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