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꽃은 만인을 위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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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꽃은 만인을 위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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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행복의 터널. 올해는 잘 되려나 하고 기다려 보았지만 남편의 월급봉투는 달마다 줄어들었다. 회사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을 감원시키지 않고 데리고 있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사장의 말에 남편은 입도 뻥긋 못했다.

나이 마흔 여덟에 무엇을 하면 못살겠느냐고 말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재주도 없는 남편이다. 남들은 부부간에 나란히 노래방도 가지만 남편은 노래는 질색이다. 볼링장 한번 데려가지 않았고, 번듯한 외식집 한번 가 본적이 없다. 그러나 고집하나는 있어 잘 삐치기를 하고 한번 삐쳤다면 며칠이고 말을 하지 않는 남편에게 연지는 환멸을 느꼈다.

우리 너무 오래 산 것 아니냐고 말하면 그래서 어떡하란 마이냐며 입을 봉해 버렸다. 연지는 남편이 애물단지처럼 느껴졌다. 여자에게는 정이 하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연지는 목욕도구를 챙겼다. 오늘 목욕하지 못하면 일주일은 갈 수 없었다. 공부하는 딸을 강제로 끌다시피 하여 집을 나섰다. 딸은 나이가 들수록 엄마하고 목욕탕 가는 것을 꺼렸다.

“여자란 몸을 청결하게 해야 하는 거야. 매일 씻고 몸을 가꾸지 않으면 피부가 거칠어진다.”

연지는 커가는 딸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목욕탕을 데리고 다니면서 구석구석을 씻겨주며 가슴이 커지는 딸을 보면서 늙어온 20년. 이제 딸의 가슴은 엄마보다 훨씬 부풀어 올랐다.

연달레 같은 젖꼭지, 한 달이 다르게 벌어지는 엉덩이, 이젠 아랫도리에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딸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제 몇 년 안에 딸을 넘겨줘야 한다. 곱게 키워서 남편 같은 무능한 남자를 만날까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날씬한 몸매, 티 없이 맑은 살결, 물도 부끄러운 듯 흘러내리는 딸의 몸매를 정신없이 지켜보았다.

“엄마, 뭘 해. 빨리 들어오지 않고?”
“그래, 들어가자.”

연지는 딸을 낳을 때 제왕수술을 한 흉터를 수건으로 가리고 욕탕에 들어갔다.

“제왕절개수술해서 낳으면 자식에 대한 사랑이 덜할 거야. 그렇지 엄마,”
“무슨 말이야. 똑같지.”
“아픔을 이겨낸 자식일수록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아. 나는 낳을 거야.”
“낳는 여자는 미쳤어.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늙어 버리는지 아니? 우선 골반이 늘어나면 남편한테 사랑받지 못해. 그리고 질구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젖도 먹이지 마라. 젖이 늘어나면 흉해. 그리고 늘어진 젖을 좋아하는 남편이 없다. 엄마 봐라. 젖은 작지만 탱탱하단다. “
“정말? 그럼 제왕절개할거야.”
“그렇게 하는 것이 너의 몸을 곱게 간직할 수 있단다. 낳지 않은 자식은 모성애가 작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단다.”

연지는 딸의 등을 때수건으로 문질렀다.

“요즘은 나이가 더 연장되어 이런 말은 사라졌지만 옛날부터 여자란 일곱 살마다 늙는다는 말이 있다. 여자는 일곱 살에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면, 14살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21살에는 만개가 되며, 28살에는 꽃잎이 시들기 시작한다. 35살에 꽃잎은 떨어지기 시작하여 42살에는 꽃잎은 모두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10년이 더 길어졌을 지도 모른다.”

티 없이 곱고 하얀 딸의 몸을 문지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딸은 꽃이 피고 엄마는 꽃이 지는 것을 육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꽃잎이 모두 떨어지기 전에 마저 남은 젊음을 불태워야겠다는 욕심이 부채질을 했다. 한 남자에게 꽃을 바칠 필요는 없다. 한사람이 보기 위해 꽃은 피지 않는다. 만인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어려움을 참고 바람이 불고 눈보라 속에서도 뿌리가 죽지 않고 그 이듬해 피지 않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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