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언제까지 우리 이러고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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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언제까지 우리 이러고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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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큰일 났어. 남편이 근방에만 와도 소름이 끼치니 말이야. “
“ 누구 사귀는 게 아니야?”
“그렇지는 않는데 얼굴만 쳐다봐도 소름이 끼친다.”
“나도 그래. 일주일에 한번은 그이와 하잖아. 그러니까 하기 싫어. 하고 싶으면 하라 하고 가만히 있으면 혼자 지랄하다가 내려온다.”

아름은 애인을 두 달에 한번 정도 갈아 치웠다. 돈 씀씀이가 시원찮으면 언제든지 만나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전화오기 때문에 만나지 않으려면 핸드폰부터 바꾸어 버렸다. 연지의 수첩에도 아름의 핸드폰 번호가 수없이 바뀌었다. 아름의 전화는 돌아서면 바뀐다. 남자를 만나는 것만큼 옷도 많고 보석도 상당히 많다. 이 모든 것도 모두 남자들로부터 받은 것이다. 아름이가 다른 남자들로부터 인기가 있는 것은 얼굴도 잘생겼지만 노래에 뿅가기 때문이다. 그것도 최진희의 꼬마인형, 이정옥의 숨어 우는 바람소리,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밑천이다. 노래 교실을 1년이나 다닌 보람도 있지만 보이스 컬러가 독특해서 가수 뺨쳤다.

“그이 최 사장이란 작자 있잖아. 잘해 봐. 팔자는 못 고쳐도 용돈은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이 말로는 사업체가 여기 말고도 다른데 또 있나보더라. 나한테 군침을 삼키기에 너를 이야기했지. 전화하라고 할게.”
“별로 마음에 없어.”

연지는 백화점에서 화장품 몇 개를 사들고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석호에게 메일을 보냈다. 시간이 있으면 차라도 한잔 하자고 메일을 보냈으나 대답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딸이 퉁명스레 물었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메일 못 받았어?”
“받기는 했는데 한다는 것이 잊어버렸어.”

딸은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깜빡 잊어버렸다.

“체육복 사 왔어?”
“아니. 아빠한테 돈 달라고 해봐.”
“아빠가 무슨 돈 있어. 아까 담배 살 돈이 없다고 2천원 빌려 달라고 하던데.”
“알았어.”

연지는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털어 쥐어주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축구중계를 보면서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나면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 성미여서 같이 화를 내야만 상쇄할 수 있었다. 옷을 벗어 장롱에 걸고 있는데 남편이 물었다.

“당신은 가정주부 아닌가. 일요일은 집을 지켜야 할게 아니야. 당신 누굴 만나러 다니는 거야.”

연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말 당신 많이 달라졌어. 누굴 만나러 다니는 거야.”
“그렇게 걱정돼?”

연지는 맞받아쳤다. 그렇지 않아도 남편이란 작자가 집안 걱정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돈 이야기만 나오면 돈 다줬잖아. 어디서 도둑질 하란 말이야. 그 대답밖에는 하지 않았다.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살 거야. 참 한심하다. 정말 이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연지가 워낙 세게 나오자 남편은 풀이 죽었다. 벌써 아내가 보따리를 몇 번을 쌌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참아준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목에까지 나오는 화를 참느라고 TV 볼륨을 한껏 높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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