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니다. 정말 이렇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하고 훈이는 후회했다. 아가씨는 잡아온 고기를 놓칠까봐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다.
“오빠 잘해드릴게요. 용돈이 필요하거든요.”
훈이의 손을 잡고 사정했다. 어차피 하지 못하고 빨래만 하면서 10만원이나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훈이는 지갑 속에서 만 원 권 몇 장을 뽑아 손에 쥐어주고 문을 나왔다.
기다란 복도의 벽에는 어디서 그렇게 많은 비디오를 구해 왔는지 벽면 전체가 가득했다. 비디오 제목도 가지가지였다. **정사, **몰래카메라, 유부녀의 외출, 화려한 외출 등 나부들의 사진이 담긴 비디오가 꽂혀 있었다. 그러나 그런 비디오 표지를 복도에서 읽고 있다가는 젊은 사람들의 눈총이 너무 뜨거워 얼른 복도를 걸었다.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어려울 것 같아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무는 사이에 곧장 따라 나온 아가씨가 열심히 핸드폰에 입을 갖다대고 말하고 있었다. 또 누구를 비디오방으로 끌고 오려는 모양이다. 어서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카페로 들어갔다. 메일을 확인했으나 오질 않았다. 일요일은 연지와 전화도 하지 말고 메일도 보내지 않기로 약속을 하긴 했어도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 난 당신을 사랑하기에 언제나 당신 곁에 있고 싶습니다―
훈이는 한 손으로 연지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보내면 곧 바로 대답이 왔으나 연지의 메일이 오질 않자 마음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남편이 꼭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잠깐이라도 전화를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중얼거렸다.
연지는 훈이가 방황하고 있을 때 최 사장은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수미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얘, 고기를 먹어야 기름을 뺄 수도 있지 않니. 된장 먹고 기름이 나오겠니?”
수미는 미안하다는 듯이 연지를 위로했다. 그리고는 입담이 좋은 수미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어제 있잖니. 정희와 같이 저녁을 먹는데 얼마나 웃기는지 배꼽을 잡아 뺐어.”
수미는 다음 말을 계속하지도 않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뭔데?”
“있잖니. 직업 중에 웃기는 직업을 말하는데 간호사 있잖니. 간호사는 환자보고 얼른 벗고 침대 올라가세요. 하고 말하고, 파출부는 더 빨게 없어요. 하고 말하잖니. 보험회사 아주머니는 무어라고 하는지 아니? 빼지 말고 푹 박아 놓으세요. 유치원 선생은 아주 잘 했어요. 아까한 것처럼 또 한번 하세요라고 하는데 얼마나 웃기는지.”
연지가 웃으려는데 훈이의 메일을 확인하고 답을 쓰기 시작했다.
“미투. 사랑해.”
연지는 전화기를 끊고 맞장구를 쳤다.
“말 된다. 간호사가 옷 벗고 어서 침대에 올라가라고 하잖니.”
“얘 남편이 밤일 잘 해주니?”
수미는 천연스레 물었다.
“달거리.”
“어제는 남편이 하고 싶었는지 온갖 아양을 다 떨더라. 이번 일만 잘되면 당신 호강시켜 줄 거라나? 하고 싶으면 그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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