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요지경세상
스크롤 이동 상태바
(24) 요지경세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지가 최 사장을 만나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훈이는 전화방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전화방은 훈이가 난생 처음이다. 연지가 만나기로 약속을 해 놓고 발을 맞추지 않자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누가 나와 함께 노래를 불러줄 사람이 없나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운터에서 맨 끝방 33번으로 안내됐다. 안내자는 컴퓨터 할줄 아느냐고 물었다. 방은 사람 혼자 겨우 앉을 수 있는 방이었다. 텔레비전 한 대와 PC 한대 그리고 전화기가 전부였다. 전화기 옆에는 메모 용지가 있었고 왜 필요한지 휴지가 한 두루마기가 놓여 있었다.

TV 스위치를 켜자 정사장면이 방영되고 있었다. 억지로 여자에게 끌려가서 남자를 강간하는 장면이었다. 여자의 힙이 올라갔다 내려갈 때마다 훈이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휴지는 이럴 때 쓰라고 갔다 두었구나. 이해가 되었다. TV를 끄고 수화기를 끌어 당겼다.

“입실하신 방 번호를 눌러주세요.”
훈이는 33번 방 번호를 입력했다.

“손님은 33번을 눌렀습니다. 맞으면 1번을 눌러주세요.”
“손님의 나이가 20이면 2번, 30대면 3번, 40대면 4번을 눌러주세요.”

훈이는 잠시 머뭇거렸다. 50대인데 누를 번호가 없었지만 4번을 눌렀다.
"삐소리가 나면 인사말을 녹음해 주세요. “

훈이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사랑에 굶주린 남자입니다. 저와 사랑을 나누실 분계십니까?”
수화기를 내려놓고 1분도 되지 않아 좁은 공간에 요란한 벨이 울렸다.

“반갑습니다.”
훈이는 얼른 수화기를 집어 들고 말했다. 만나서 반갑다는 말로 상대방이 대답했다. 훈이는 귀를 의심했다. 풋 과일 같은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오빠, 나 알바야.”
“알바?”
“용돈이 없거든,”
“얼마를 줘야 하는데?”
“10만원.”

훈이는 원조교재가 아닌가. 의심하고 나이를 물었다. 스물둘이라고는 하지만 고등학생 같은 생각이 들어 용돈이나 보태주고 오려고 위치를 묻자 그녀는 다시 말을 했다.

“오빠, 그런데 나는 한번도 안 해봤어, 거기는 하지 말고 내가 기분 맞춰 줄게.”
“됐어. 딴 데 찾아 봐.”
훈이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TV를 켰다. 곧이어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훈이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이거 남자 아니냐?”
“나 게이야. 나 팁은 필요 없고 내가 끝내줄게.”

여자도 아닌, 그렇다고 남자도 아닌 허스키의 목소리에 섬찟했다.
“어떻게 해줄 건데?”
“내가 빨아줄게.”
“됐네. 귀신은 무얼 먹고 사나?”

훈이는 컴퓨터를 켰다. 성인용 컴퓨터에는 동영상으로 정사장면이 녹음되어 있었다. 훈이는 혼자말로 ‘588을 단속하지 말고 이런 영업을 못하게 해야지. 나쁜 놈들.’ 하고 중얼거렸다.
막 일어나가려는데 걸려왔다.

“자기 몇 살이야?”
“나 40대야.”
“나 용돈만 줄래. 내가 재미있게 해줄게. “
“어떻게?”
“만나보면 알아. 신촌 그랜드 앞으로 와.”

세상에 별일도 다 있군. 하고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가려는데 카운터와 눈이 마주쳤다. 전화방에 들어온 지 10분도 되지 않아 나가려니까 얼굴이 화끈했다. 그래도 카운터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전화만 되면 5분 이내에도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인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랜드 백화점은 전화방에서 5분 거리에 있었다.

전화박스 앞에서 쉽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애송이같이 보이기는 했으나 키는 훈이만 했다. 훈은 호주머니에서 돈을 만지작거렸다. 돈을 그냥 주고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는 앞장을 섰다.

대로변에 있는 한 비디오 감상실로 올라갔다. 훈이는 망설이었다. 여기를 왜 가지. 하고 주저하고 있는데 그녀가 손을 잡아끌었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 비디오와 침대 같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먼저 돈을 요구하고는 훈이의 바지를 벗기려 했다.

“뭐하는 거야.”
“내가 빨아줄게요.”
“관둬. 창피하잖아.”
훈이가 퉁명스레 내뱉자 그녀는 어쩔 줄 몰랐다.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