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로 데뷔할 뻔 했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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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로 데뷔할 뻔 했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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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공휴일, 어머니의 친구분이 오셨다.

이사한 후 처음으로 오시는지라 손님을 맞은 것처럼 마중을 나갔다.
집을 찾기가 무척 어려웠는지 묻고물어 간신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다짜고짜 어머니를 불러내...
"얘, 지금 영화 찍는대. 저기 좀 봐. 그런데 쟤가 누구더라!"

친구분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가 보니 음식점 현관문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너 쟤 이름 뭔지 아니, 많이 낯익은 얼굴인데..."
"요즘 배우는 누가 누군지 모르겠더라."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얘길 들었다. 세대차이에 관한 얘기였는데

"박치기의 명수인 프로레슬러 김일의 이름을 알면 구세대, 모르면 신세대. 팝페라하면 생각나는 가수가 임형주이면 신세대, 마귀처럼 분장했던 키메라가 생각나면 구세대. 어머님께라는 노래를, 불러봐도 부르는 어머니~라고 부르면 구세대,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야이야아~ 이랗게 부르면 신세대"

60년대부터 TV가 있었다는 어머니의 젊은시절 프로레슬러 김일의 경기를 보아오셨기에 나도 그의 이름, 일본에서의 활약상 따위는 들어서 알고 있고, 또 크로스오버 음악인 팝페라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애국가를 선창했던 곱상한 임형주보다 얼굴에 마스크를 쓴 것 같았던 시퍼런 분장의 키메라 이름과 노래가 먼저 생각나신다니 말이다.

혹자의 동네에는 유난히 음식점이 많아 이따금씩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도 한다. 극장이나 집에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렇게 영화 찍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피자집에 들어갈 생각도 안한 채 아주 흥미롭게 촬영현장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일이 그 때 발생했다.

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우리 곁으로 감독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젊고 잘 생긴 나를 지나쳐 내 어머니 곁으로 왔다. 그는 어머니에게 정중하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영화에 좀 출연해 주시겠습니까?"
그렇지만 어머님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거절을 했다.

"늙그막에 영화는 무슨, 저는 생각 없습니다."
"아니 연세가 그리 많아보이시지 않은데...실례지만 나이가?"
"63살입니다."

연기자를 포함하여 구경하던 주위사람들이 모두 경악을 했다.
저희 어머니는 왕년에 인기패션모델었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대뜸 내 옆구리를 치시며 아무 말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셨다.

나중에 보니 어머니에게 출연을 제의 했던 젊은 남자는 현장에 있던 모든 여자들에게 제의를 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여자'가 무조건 필요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영화 출연 제의를 받은 귀한 몸' 운운은 매우 적절치 못한 발언인 것이다.

그나저나 TV를 보다 보면 주저하지 않고 '끼'를 발산하는 행인들이 많던데 그들의 용기가 참 가상 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못내 아쉬워하며 말을 건넸다.

"엄마가 언제 TV에 나갈 일이 있다고 거절을 해. 날 더러 엄마가 그랬잖아. 기회란 놈은 앞에서 보면 더펄머리여서 잡기가 쉽지만, 지나고 나면 민둥머리여서 잡기가 어려운 거라고. 그러니 기회가 오면 바로 잡으라고 내게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더니 정작 자기는 기회란 놈을 잡지도 못하다니..."

"엄마는 그걸 기회라고 보지 않았으니 거절한 거야."

그래도 나는 빈정대는 말투로 어머님께 말했다.

"내가 이 다음에 TV에 나오더라도 엄마랑은 함께 출연하지 않을 테니 혹시라도 방송국에서 나오라고하면 군소리말고 출연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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