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사랑에는 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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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랑에는 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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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는 일요일에도 늦잠을 잘 수 없었다. 남편은 등산을 간다며 이른 새벽부터 부산을 떨었다. 남편이 집에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집에 있어 보았자 시중드는 것도 지겹고 무엇보다 바깥출입을 할 수 없었다. 남편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연지의 행동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쌀을 씻어 압력솥에 부었다. 전기밥통을 사용했으나 전기밥통은 밥이 마른다면서 훈이가 사 준 것이다. 언제나 자상한 훈이었기에 좋아하는지 모른다. 일주일동안 먹을 반찬을 만들고, 청소를 하고나면 열시나 넘어서야 밥공기와 김치 하나를 들고 식탁에 앉아 밥알을 입속에 넣으면 모래를 씹는 듯 했다.

핸드폰에서 메시지가 들어왔다. 훈이의 메일인가하고 얼른 뚜껑을 열었다. 011에서 요금미납으로 온 메시지였다. 언제까지 내지 않으면 끊어진다는 경고였다. 핸드폰 비용 뿐만도 아니다. 은행대출 이자 독촉장, 건강보험금 독촉장, 도시가스 사용료 독촉장, 전기요금. 연지는 머리를 흔들었다. 오늘 훈이를 만나면 술이나 실컷 얻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화점 가자고 하던 수미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침부터 백화점 가자고 졸라댔다. 지난번에도 수미 카드로 옷을 샀는데 갚지도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수미는 연지가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독촉은 하지 않았지만 미안해서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오늘 훈이와 만나기로 했기에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었다. 그러나 수미의 생각은 다른데 있었다. 부천역 근방에서 전자제품 가게를 하는 사장을 소개해 주려는 속셈이 있었다.

“잘하면 팔자 고칠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주기만 하면 경제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을 거야. 내가 소개해 줄게.”

수미는 전자제품 사장한테서 애인을 구해 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애인을 구하려면 돈이 든다고 했더니 그 정도야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수미는 연지를 점찍었다. 얼굴 잘 생기고 몸매도 날씬하다는 얘기며 용돈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도 했다. 연지는 수미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연지는 사장이란 작자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우선 연애의 조건에는 자가용이 필수적이다. 자가용이 있어야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다음에 카드를 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단서로 붙였다. 그것도 수미는 그 사장이 그렇게 해줄 수 있을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 남편보다는 훈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활이 궁핍한 연지에게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치 선을 보려가는 처녀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옷을 벗으라고 할 테지. 옷을 벗는데 얼마나 돈을 빼낼까. 한 달에 백만 원만 도와 달라고 졸라보아야지. 그런 능력도 없으면 미쳤다고 만나. 연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훈이에게 급한 일이 있어 친정어머니 병문안 가야한다는 핑계를 댔다.

훈이로서는 아주 잘 된 일이었다. 어제 만났으니 오늘 모텔에 가지도 안을 테고 그렇다고 몇 십만 원은 써야 한다. 돈을 타내기 위해 아내에게 온갖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연지를 만나야 하는데 무슨 핑계를 댈까하고 망설이고 있다가 겨우 찾아낸 것이 친한 친구 모친이 돌아갔다고 돌려댔다.

집사람도 그 친구를 잘 알고 있었기에 조의금으로 십만 원은 해야 한다며 선 듯 내 놓았다. 십만 원으로 화장품을 사고 나면 점심이며, 커피까지 마시려면 현금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훈이가 서비스를 받은 것은 모두 연지와 만나는데 사용했다. 연지는 가끔 힘이 들면 든다고 말하라고 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힘이 든다면 만나지 말자고 얘기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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