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의욕(意慾), 음욕(陰慾), 정욕(情慾), 심욕(心慾), 쾌욕(快慾), 이 모든 것을 다 차지하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구름을 타고 하늘을 두둥실 떠다니고 싶었다. 훈이는 가급적이면 사정을 과다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것은 연지가 주문했기 때문이다.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정도를 지키면 몸이 가벼워지고 온갖 병이 물러가지만 정액을 너무 방출하면 해롭답니다.’ 이 말은 한의학에서 정(精), 기(氣), 신(神)을 말하는데 정(精)은 기(氣)를 생기게 하고 기(氣)는 신(神)을 생기게 한다.
그런데 정(精)을 어떻게 비축하는가에 있어서는 바로 기(氣)가 모이면 정(精)이 충만하고 신(神)이 안정되면 정(精)이 든든해진다는 논리를 쉽게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연지는 한동안 훈이를 잡고 일어날 줄 몰랐다. 왜 남편으로부터는 이런 쾌감을 느끼지 못했을까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정이 있어야 섹스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정답밖에는 얻질 못했다. 훈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 당신이 좀 더 젊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재미가 없었니?”
“아니오. 왜 그렇게 정력이 좋으세요. 비아그라를 먹었나 봐요?”
“아직은 안 먹어도 돼.”
“하여튼 못 말려. 몇 번씩이나 하게 만들잖아요.”
훈이는 연지에게 물었다.
“흥분되면 기분이 어떠니?”
“몰라. 그걸 어떻게 설명해요. 몸이 갑자기 빳빳하게 굳어지고….”
그 다음 말은 감추었다. 왜 다 같은 남자인데도 남편으로부터는 이런 쾌감을 느끼지 못할까, 싶은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페니스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테크닉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남편이 올라오면 빨리하라고만 말할 뿐, 아무런 쾌감도 느낄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정(情)이라는 답이 떠오르자 훈이를 힘껏 껴안았다. 떨어지지 않고 이대로 오래 동안 있고 싶었다.
“우리가 같이 산다면 이렇게 재미가 있을까요?”
“둘이가 마음이 맞으면….”
“같이 산다면 이렇게 재미없을 것만 같아요.”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훈이의 대답은 끝을 맺지 못했다.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연지가 좋아도 매일 응해줄지 알 수도 없거니와 정력이 따라줄지 염려가 되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 수만 있다면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치스런 연지의 마음만 버릴 수 있다면….
훈이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십 몇 년이나 어린 여자가 같이 살자고 할 때는 자기 환경보다 다른 면이 있지 않고서야 올 리도 없겠고, 다만 돈에 궁색했던 여자가 팔을 벌릴 때는 돈 이외 다른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돈이다.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도 있다. 돈을 벌자고 이를 악물었지만 돈이란 가까이하려는 자에게는 피하고 멀리하려는 자에게는 달라붙었다.
훈이는 그러나 연지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연지 몰래 적금을 들고 있었다. 언젠가는 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 통장을 선물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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