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영국 진출이라네." 지하철 가판대에 모인 사람들의 말이다. 천천히 가서 보니 '김남일 웨스트햄 유력'이란 제목의 기사가 1면에 떡하니 올라있다. 몇일 후 '유럽행 무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돈다. 이어 언론에서는 유럽행이 확실시 된다던 안정환 마저 '유럽행 빨간불'이라며 혼란스런 기사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너무 어지럽다. 종합 일간지, 5대 스포츠신문 모두 제각기 말이 다르다.
에이전트도 여기에 맞장구를 친다. 에이전트는 선수를 데리고 노는 모양이다. 선수 테스트 시기에 이적이 확정 됐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일이 비일비재 하다. 모 에이전트사 관계자는 선수들 이적에 관한 기사가 한참 많을때 "내일 신문기사 믿지 마세요"라고 속삭이기도. 이것도 모자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곳에 못가도 다른 곳에 갈 수 있다며 부풀리기식 기사를 부추긴다.
언론이 선수 이적 최고의 잣대
스타마케팅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띄우기식 선정적인 기사 등으로 선수를 활용, 판매 부수의 증가를 꾀하는 경우가 많다. 월드컵 직후 스포츠신문은 일제히 몇몇 유명 선수의 이름을 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언론의 말대로라면 안정환은 월드컵 직후 영국, 일본, 스페인 등 여러 명문 클럽들을 들락날락 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듯 하다. 여성 연예인과의 짝짓기 기사를 시작으로 선수들은 국가의 대표 상징물로 떠올랐다.
시간이 흘렀는데 이번에도 똑같다. 김남일이 웨스트햄 테스트를 받고 있을때 대부분 언론은 이적 확정이라는 기사를 남발했고, 자세한 내용은 기사의 맨 하단으로 뺐다. 김남일의 소식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고 입단이 실패로 돌아가자 계약이 코앞이라는 기사를 썼던 기자는 문제점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줬다.
안정환은 더하다. 계약에 있어서 여러 상황들은 무시하고 일본 언론사의 기사를 인용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을 일관했다. 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기사는 온데간데 없었다. 6개월 후 이적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후 PM측의 입장 등을 고려한 기사와 에이전트사의 인터뷰 등을 보도, 뒷 북을 치기 시작했다.
달라져야 한다. 선수의 활동에 대한 속보성 기사를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로 일관한다면 기사의 질은 크게 하락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터뷰는 신문의 한계상 방송처럼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미디어의 역할에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지어내라는 것은 없다. '귤'이라고 말했는데 '감'이라고 다음날 신문에 전해진다면 선수는 크게 낙담 할 것이다. 고의성 오보, 그만하는게 어떨까.
에이전트 능력 부족, 이적 난항
김남일, 안정환은 과연 꿈의 무대로 향할 수 있을까. 이미 안정환은 유럽진출이 6개월 후로 미뤄진 상황에서 다시 시작한다 해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험로가 예상된다. 김남일은 현재 페에노르트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안정환 역시 스페인 A.마드리드가 아니더라도 여러 유럽구단과 접촉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선 축구는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이적시에는 여러 걸림돌이 생기게 된다. 특히 아시아권 선수는 유럽 구단 입장에선 마케팅적 시각에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기도 한다. 감독이 결정하는 경우는 남미, 아프리카권 선수들처럼 저렴한 가격에 장기적, 단기적으로 기대치가 높은 선수가 해당된다. 선수 영입, 방출 등의 문제는 최종 구단 이사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장애물들을 뛰어넘는 데는 에이전트의 능력이 관건이다. 자신의 선수를 적지적소에 투입하기 위해 유럽 클럽들의 전력분석은 기본이다. 또한 자신의 선수가 어떤 기량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급 식견도 필요하다. 한국은 이런 능력이 출중한 에이전트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선수 이적료에 대한 타산만 맞으면 무조건 팔아 넘기는 주먹구구식 업무가 문제다. 좀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선수 이적시 역시 돈이 관건이다. 많은 돈에 선수를 무난히 이적시키는게 가장 중요한 임무라 할 수 있지만 최선의 임무는 될 수 없다. 구단은 선수를 통해 각종 마케팅 활동으로 수익창출에 힘쓴다. 여기에 선수가 주전으로 꾸준히 출전, 대활약을 펼친다면 구단은 물론 선수, 에이전트, 팬들까지 100% 만족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한국 선수들은 대개 친인분에 의해 여러명과 계약을 맺고 있어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가족들과 계약관계를 맺는 일이 허다하고 지인들에게 매니지먼트를 맡기는 등 업무의 이원화로 일에 대한 체계가 잡히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반반한 선수는 쉽게 연예계로 남용돼 악효과를 내곤 한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