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 이화여대가 기혼자에게 입학과 졸업은 물론 편입학 자격을 주지 않는 '금혼(禁婚)학칙'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대는 22일 "신입생의 입학 요건으로 미혼을 규정한 학칙 제14조와 재학중 혼인을 금한 제28조의 관련 조항을 삭제하기로 교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학생은 물론 2004학년 신입생 및 편입생은 '금혼학칙'의 규제를 받지 않게 됐다.
금혼 학칙은 해방 직후인 1946년 여성들의 조혼 풍습과 결혼할 경우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여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돼, 이번 학칙개정으로 57년 만에 폐지되게 됐다.
학교측은 "19세기말과 20세기초 당시 조혼 풍습 때문에 결혼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여성들이 많아 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고, 해방후 종합대학화되면서 학칙에 명문화했다"며 "여성들의 고등교육환경과 인식도 달라진 데다 결혼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헌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개정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결혼 문제는 학생 스스로의 선택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학칙으로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대 학칙은 그동안 입학 자격을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고교를 졸업한 자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미혼 여자(제14조 1항)'로 명시한 것은 물론 '결혼한 자는 총장이 제적한다'(제28조 7항)고 규정, "시대에 뒤떨어진 비현실적인 학칙"이라는 문제 제기와 함께 끊임 없이 '폐지 논란'이 일었다.
또한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대의 금혼학칙이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 행위인지를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한편 이번 금혼학칙 폐지와 관련, 여성단체 및 이대생들은 대체로 "시대에 맞는 적절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남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처음 제정 당시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제는 금혼조항이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정도로 현실에 뒤떨어진 규정"이라며 "학교측이 뒤늦게나마 제도를 정비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대 총학생회측은 "더 이상 이화인들이 기혼자라는 이유로 교육권을 침해당하지 않게 됐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나아가 과거 금혼학칙으로 제적된 학생들에 대해서도 개정 학칙을 소급 적용해 줄 것을 학교측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대만의 오랜 전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끝) 2003/01/22 19:57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