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들'과 관련한 사법부의 결정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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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들'과 관련한 사법부의 결정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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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제작가협회 강하게 반발

 
   
  ▲ 영화 <그때 그 사람> 포스터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그동안 박지만씨가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제작사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고, 영화 시사회 이후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에 의해 본 사안이 지나치게 정치적 판단으로 경도되는 과정을 묵묵히 그러나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모든 것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단죄 되어지는 현재의 왜곡된 사회 분위기와 상영도 되지 않은 작품에 칼을 들이대지는 않을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되었다는 최소한의 믿음 사이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묵묵히 기다렸던 것이다.

지난 1월 31일, 대한민국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이태운 재판장)는 영화 <그때 그사람들>에 대해 “다큐멘터리 장면이 별다른 설명 없이 비교적 장시간 삽입돼 상영될 경우 관객들에게 영화가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며 3군데 장면을 삭제해야 상영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16세기 초, 로마의 씨스티나 성당의 주임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미켈란젤로는 성당의 천정과 벽에 <최후의 심판>을 비롯한 성화를 그려 넣었다. 그러나 당시 이 그림은 온전하게 대중에게 공개될 수 없었다.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본 교황청이 그림 속 순교자가 나체로 그려진 것을 문제 삼은 것. 신성한 장소에 순교자를 나체로 표현한 것은 불경스러운 행위라는 웃지못할 판단을 한 것이다. 결국 그림은 성탄절을 맞아 나상의 치부를 가린 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이는 이미 500년 전의 일이다.

영화 자체보다 영화 외적인 문제로 영화계 내부 논의나 대중적 판단보다 정치권의 이해 득실에 따른 저울질로 단정 지어지는 현 상황 자체가 부조리하며, 그것만으로도 창작자들의 창작의지와 자유로운 사고를 짓누르는 행위임에 분명하나 이 또한 '대중적이며, 합리적인 논쟁을 통해 극복되어져야할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창작자에게 창작의 자유와 자신의 창작물을 옹호할 권리가 있다면, 관객에게는 작품을 온전히 볼 권리와 비판하고 지지할 자유가 있다. 만들어진 영화에 대해 비판하고 비난하고 욕을 퍼부어대는 것은 그 영화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다. 공개적으로 상영된 작품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그 또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창작자와 관객의 권리와 자유를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21세기 대한민국 재판부의 결정은 차라리 중세의 야만에 다름 아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 내려진 재판부의 이번 결정이 명백한 사전심의이며 검열이라고 판단한다. 지난 오랜 세월동안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워왔으며,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였다. 국가기관에 의한 사전 심의와 검열이 난무하던 유신 시절과 5공화국 시절, 한국영화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에 목말라했고 오랜 세월동안 사회적, 정치적 소재를 등진 체 성애영화를 만드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영화가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창작과 표현의 자유의 확대에 있었다고 굳게 믿는다. 과거 유신 시절과 5공화국 시절을 겪었던 세대들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통해 서서히 억눌렸던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사고를 하기 시작했고,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대들은 때론 불경스럽고, 때론 도발적인 사유를 통해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영화들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의 이번 결정이 단순히 <그때 그사람들>만이 아니라 한국영화 전체, 더 나아가 이땅의 예술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헌적이며, 과거지향적인 결정이다.

제협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번 재판부의 결정이 즉각 철회되기를 요구하며, 이를 위해 이땅의 모든 창작자들과 창작,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여 싸워나갈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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