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나도 참아온 일주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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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도 참아온 일주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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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의 표정으로 보아 하나도 거짓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이혼이라는 단어밖에는 기다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다닐 때 아버지가 부도가나서 연지는 휴학계를 내고 있었다. 대학을 못 보낼 바에는 시집이나 보내야겠다고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먼 친척뻘 되는 사람으로부터 중매가 들어왔다.

신랑 되는 사람이 충청도 양반 댁의 자손이라며 먹고 살만하니 보내라며 충동질을 하는 바람에 연애 한번 못해보고 시집을 가게 되었다.

시집가던 그날 밤 어머니는 ‘여자란 남편 잘 섬기고 시부모 잘 섬기고 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 사는 게 제일’이라고 여자의 길을 털어놓았다. 시부모 바라지, 남편 바라지, 아이들 바라지, 그렇게 살아온 20년,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밥을 먹지 않고 기다리며, 밥상을 밀쳐놓고 짐승처럼 달려들어 옷을 벗겨도 말 한마디 못했다.

하나님께서 인간이 무서워 ‘인간아! 너는 시도 때도 없이 해라’고 했다지만 남들 남편도 그렇게 하나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외식 한번 하려면 남편의 눈치를 수없이 살펴야했고, 옷 한 벌 사려면 온갖 아양을 떨어 사오면 비싼 것 샀다며 투털 대는 남편이 아니던가. 그러나 훈이는 달랐다.

먹고 싶은 것이 뭐냐? 입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물었다. 비록 사주지는 않았어도 그렇게 물어주고 백화점에 가자며 손을 끌고 들어간 훈이의 따뜻함이 연지에게는 더없이 고마웠다.

그 뿐만도 아니다. 남편과 잠자리를 할 때 남편은 자기 볼일만 보면 나가 떨어졌다. 남들도 모두 이렇게 성생활을 하나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훈이는 달랐다. 몇 번이나 연지를 천당으로 보내는지 모른다. ‘세상에, 이렇게 하는 것도 있구나!’ 혼자 좋아서 웃어버릴 때도 있었다. 훈이는 연지가 오르가즘을 하는 회수를 세고 있기라도 한 듯이 오늘은 여덟 번이나 한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연지는 몰라, 얼마나 했는지 셀 수도 없어. 우리 둘만 붙어 있으면 너무 좋아. 하고 말했다.

“당신, 사랑해요. 다른 데서 더 놀다 가면 안 될까요?”
연지는 훈이의 손을 잡고 사정을 했다.

“오늘은 네 남편 때문에 잡쳤어. 다음부터는 휴대폰을 꺼줄래?”
연지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연지는 몹시 미안해했다.

“그래도, 일주일을 당신 기다렸단 말이야.”
“기다린 것은 당신 뿐 아니야. 아침이면 야구방망이가 불쑥 고개를 내밀지만 손빨래도 하지 않고 참아온 일주일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당신과 만나는 날에는 근처도 못 오게 해. 솔직하게 말해서 일주일에 당신을 만나는 것은 너무 힘들어요. 일주일 동안 밀린 빨래며, 일주일 동안 먹어야할 반찬도 해야 하고… 당신을 만난다는 것은 저에게는 큰마음 아니고는 못 합니다. 그것을 당신은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훈이는 연지의 말이 진실이기를 바랬다. 그러나 믿기지 않는 것은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 남편을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만 살고 죽을 것이 아니니까.”

연지는 입을 비쭉거리며 훈이의 뒤를 따랐다. 그렇지 않아도 연지는 너무나 힘든 일주일이었다. 부동산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은 너무 힘들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화기를 붙들고 씨름하고 나면 목에서 피가 나오려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금요일이면 훈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그런 고통도 참을 수 있었다.

“당신과 정말 떨어지기 싫어요. 당신과 이렇게 있다가 집에 들어가려면 마치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매일 토요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일도 토요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연지는 차에 올라타며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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