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하는 키스 행위를 연지는 제일 싫어했다. 언젠가 훈이가 식당에서 키스하려고 달려들었을 때 ‘뭐 이런 사람 다 있느냐?’고 쏴 부쳤던 일로 인해 한동안 말도 하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훈이의 목덜미를 잡고 늘어져 입술을 포개고 있는 그 자체가 어쩌면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기도 했다.
오늘을 잃어버리면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사랑을 주워 담으려고 몸부림쳐도 사랑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특히 일주일이 한 달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훈이에게는 실망을 시켜주고 싶지 않아 아기처럼 매달렸다.
“나를 흥분시키기는 힘들어도 한번 흥분 되었다면 반은 죽여 버립니다.”
연지는 처음 훈이를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내가 흥분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판단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손바닥을 꼬집고 비비는 습관이 있어요.”
연지는 훈이와 처음 낮거리를 할 때 얘기를 해주어 알고 있었다. 물이 잔뜩 오른 연지는 손바닥과 손목 위로 훈이 몸에 양손, 손가락 손바닥, 손목, 팔꿈치, 둔부, 어깨 모두를 감싸며 양손과 팔에서 성행위에 허기지고 갈증이 난 사람처럼 달려들었다.
훈이의 몸이 녹아지고 있다고 여긴 연지는 왼손 손가락에 힘을 주면서 훈의 어깨를 짓눌렀다. 어쩌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성행위에 대한 갈증과 허기를 외쳐대는 표현이었다. 엄지손가락과 식지(食指)는 기백(氣魄)이고, 새끼손가락은 심신(心神)이며, 중지(中指)와 무명지(無名指)는 성감(性感)과 정서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다섯 손가락에 감추어진 비밀을 훈이에게 표현하고 있었다.
“식당 종업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훈이의 잔뜩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연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렇게 훈이에게 매달려 있고 싶었다. 훈이는 몸을 일으켜 언제나 문이 열리면 연지를 떼어 놓을 수 있는 자세로 벽 쪽으로 몸을 가져갔다. 두 사람의 입술에서 침이 길게 묻어나올 때까지의 시간은 몇 분 되지도 않았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겁에 질려 떨어지면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추스르며 가늘게 대답했다.
“예”
방문이 스르르 열리며 종업원 아가씨가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이 떨어지려는 순간을 보았던지 다시 문을 닫으려 하자 훈이가 말했다.
“디저트 됩니까?”
“네, 뭐로 드릴까요. 커피와 녹차가 있는데요.”
“커피 주세요. 아주 연하게요.”
연지는 이렇게 대답하고 웃었다.
“당신의 입술을 훔쳐 먹으니 맛이 꿀맛 같아요.”
연지는 태연하게 말했다.
“사랑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랑은 교만하지 않는 것이랍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당신과 키스하고 싶어요. 정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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