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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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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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가파른 언덕을 넘어가면 매운탕을 잘하는 음식점이 있다. 언제나 모텔을 빠져 나가면 이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강을 옆구리에 끼고 보글보글 끓는 쏘가리의 살코기를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어주었다. 눈을 감고 입을 쫙 벌리고 받아먹던 그 맛을 연지는 생각하고 있었다. 저렇게 화를 내기는 하지만 음식점 앞에서 차를 멈추겠지 하고 연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연지의 생각은 빗나갔다. 그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연지는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한 번 더 기회가 있었다. 매운탕집이 아니면 유명한 가수가 경영하고 있는 카페에 들어가려고 지나갔나 생각했다.

이 카페는 안심스테이크가 일품이다. 주방장의 이야기로는 한우 안심이라며 아주 연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자기밖엔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자랑 삼아 늘어놓았다. 같은 안심이지만 이 집의 스테이크는 연하고 보들보들하여 먹기가 너무 좋아 가끔 이용하기도 했다.

멀찌감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연지는 내릴 차비를 하느라고 백을 챙겨 들었다. 훈이는 이런 연지의 행동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지 그 앞에 와서는 더욱 엑셀러레이더를 밟았다.

연지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성격이 못됐다는 것을 후회했다. 연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편과 싸우지만 절대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거니와 20년이 지나도 한번 빌어본 적이 없다.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용서를 빌어야만 그때서야 못 이긴 척하고 받아들이는 성격이었다. 훈이라고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냐고 연지는 생각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더욱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밥이라도 먹고 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배고픈데 자기는 부를 리 없겠지 두고 보자는 오기가 치솟아 올랐다. 훈이의 얼굴은 빳빳이 굳어 있었다.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러고 나니 속이 후련해요?”
연지는 조심스레 말을 했지만 훈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연지의 입이 비죽거렸다.

“남자가 뭐 그래요. 나 배고파요.”

연지는 핸들을 잡은 훈의 손등에 살며시 자신의 손을 얹었다.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한 연지는 실망스런 표정으로 다시 제자리로 옮겨 놓았다. 이젠 모든 것이 끝이라고 연지는 생각했다.

“당신이 나를 버린다면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어요. 사랑은 너무 힘들어요.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도 힘들고....”

훈이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연지를 사랑하는 데는 돈이 필요했다. 된장찌개라도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주머니 사정이 말이 아니었다.

밖에 나와서 그런 것까지 먹어야 하느냐는 연지의 생각을 따르자니 훈이는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었다. 한 달에 카드비만 백만 원을 초과했다. 그것도 모두 연지에게 월부로 사준 것이고 장기 할부로 끊은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연지에게 투자한 것은 몇 천만 원이 넘었다.

매달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데는 현금서비스로 돌려 막아야 했고 심지어는 융자까지 동원해서 근근이 갚아가고 있는데도 연지는 그런 실정을 하나도 몰라주었다.

그러나 돈을 벌어오는 아내가 있어 손을 벌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훈이는 모든 것을 다 잃어 버려도 연지만은 결코 잃지 않겠다는 결심은 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투자만 했지 건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훈의 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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