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손님과 차를 마시다가 눈이 맞으면 바람이라도 날까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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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손님과 차를 마시다가 눈이 맞으면 바람이라도 날까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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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는 손님과 마주 앉아 커피 마시는 것을 금했다. 행여나 손님과 차를 마시다가 눈이 마주치면 바람이라도 날까봐 언니는 손님들 앞에 절대 앉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언니가 자리를 비울 때면 훈이 앞에 앉았다.

어느 날 훈이와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언니는 화를 내며 나오지 말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그로부터 연지는 훈이가 와도 자리에 앉지는 않았지만 서로 눈이 마주치면 윙크를 했고 얼굴을 붉히곤 했다.

연지는 그때의 생각이 났던지 웃었다. 인연이란 참 이상하다며 우리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훈이의 손을 끌어다 볼에 갖다댔다.

“참 이상하죠?”
“뭐가?”
“당신의 손만 잡아도 이상하거든요. 남편은 근처만 와도 소름이 끼치니 말이에요. 당신을 알고부터 남편과의 정은 멀리 가버린 지 오랩니다. 정은 하나밖에 없나 봐요. 당신에게 주고 나니 다른 곳에 줄 정은 없어졌지 뭡니까?”

연지는 혼자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훈이도 사실은 연지를 알고부터 아내와는 정이 떠난 지 오래였다. 나이 50중반에 일주일에 한 번씩 연지와 정을 나누고 가면 아내가 옆에 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아내는 잠을 자다가 남편의 고추를 만졌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만지면 금방 고개를 쳐들었지만 남편의 그것은 일어날 줄 몰랐다.

“애인이라도 생겼어?”
아내는 성을 벌꺽 내고 돌아누웠다.

“이젠 나이를 가리키는가봐. 한약이라도 한 첩 먹어야 갰어.”
훈이는 입버릇처럼 자신의 몸이 몹시 쇠약하여졌다는 것을 애써 보이려했다.

“분명히 쏟아놓는 데가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두 달이나 근처도 오지 않잖아요.”
아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친구 혜자 한테 전화까지 했다. 남편은 고개 숙인 지 오래라며 한약이라도 먹여야 될 것 같다고 늘어놓았다.

혜자는 비아그라를 먹이면 효험이 있다고 했다. 자기 남편도 가끔 이용한다고 했다. 신문에서는 비아그라를 먹고 그게 죽질 않았다는 기사도 있는데 잘못하다가는 그 꼴이 될까봐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합정동에 있는 한방병원에서 남진보(男眞寶)라는 한약을 먹여보라고 했다.

값이 3백만 원이라서 그렇지, 총각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총각을 만들어 주어도 걱정이었다. 어릴 때부터 남편이 바람기가 있었다는 것은 시어머니로부터 여러 차례 들은 일도 있었다. 집에 쌀 한 톨이 없어도 치마 두른 여자라면 기를 쓰고 나간다며 유전은 속일 수 없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한번은 임신한지 6개월이 넘은 처녀를 데리고 와서 결혼시켜 달라고 졸라댔다고 했다. 그러나 양식이 떨어진 마당에 결혼시킬 능력도 없고 해서 집안 살림 이야기를 했더니 아기를 유산시키고 헤어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훈이가 군대에 가고 없을 때 어떤 처녀 하나가 집으로 찾아 왔었다고 한다. 훈이와 하루 밤을 지낸 적이 있다면서 이 집 식구가 되겠다고 달라붙은 적이 있었다. 어디서 그런 모과 같은 여자를 건드려 어미를 이 고생 시키느냐고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붙임성이 강하고 조석으로 멀리서 찾아와 문안드리는 것이 기특하여 집에 자주 오라고 했다.

돈을 가지고 와서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지어 바치곤 했었다. 밤이면 외롭다며 어머니 곁에 누워 이야기 동무가 되어 주었고 발까지 씻어주어 차츰 정이 들었다. 그러기를 3년이나 했는데 군대에서 제대한 아들이 얼굴 못생겼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때리고 하여 결국 헤어지고 말았지만 어떤 일이 있었어도 아들과 결혼을 시켰어야 했다며 후회하곤 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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