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훈이가 지금쯤 차를 몰고 오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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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훈이가 지금쯤 차를 몰고 오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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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를 만나는 날에는 그 어느 날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새벽에 목욕탕을 다녀와야 했고 남편과 아이들이 먹을 반찬도 만들어야 했다. 몸은 부산히 바빴다. 몸은 바빴어도 훈이와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전화 벨소리에 그녀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부천에 살고 있는 수미였다.

수미와 알게 된 것은 20년 전의 일이다. 연지가 시집와서 부천에 둥지를 틀었을 때 앞뒤 집에서 살았다. 그 집은 첫 딸을 낳았고 연지는 아들을 낳았다. 두 번째는 반대로 수미는 아들을 낳았고 연지는 딸을 낳아 서로 자매를 두고 있었다. 바로 옆집이라도 별로 아는 체 하지 않았으나 쓰레기 때문에 싸움을 한 뒤로는 맛있는 반찬도 나누어 먹었다. 남편들이 출근하고 나면 두 사람은 어울려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연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난 후로 서울로 이사를 했고 수미 남편도 전자부품가게를 하다가 장사가 잘 안되어 남편은 직장으로 수미도 맞벌이로 나섰다. 나이가 마흔이 훨씬 넘어 취직할 데가 없어 연지의 직장과 같은 텔레마케터로 맞벌이에 나섰다.

연지는 부동산 마케팅을 하고 있었고 수미도 마케팅을 하고 있었지만 연지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직종이라서 하루 종일 전화를 했다. 토요일은 주5일제 근무들이 많아 토요일은 직장을 나가지 않는다. 수미의 키는 별로 크지 않지만 작달막한 키에 얼굴은 동글동글하여 걸어갈 때면 굴러가는 듯했다.

수미는 남편 벌이가 시원치 않아 제대로 옷 한 벌이 없어 언니와 사이즈가 맞아 빌려 입거나 얻어 입곤 했지만 요즘 연지를 만날 때면 새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돈 많은 애인을 얻었다는 수미의 말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매무새가 달랐다. 빨간 투피스에 다이아반지, 목걸이, 팔찌까지 걸쳤다. 그래서 연지도 훈이를 졸라 목걸이와 반지를 얻어 입기는 했으나 수미와는 쨈도 안 됐다.

“얘, 나 차 샀다. 좋은 차는 아니지만……."
수미는 연지에게 뽐냈다. 김 사장이라는 분이 사 준 게 틀림없었다.

“잘 됐다. 나는 주차장이 없어서 사고 싶어도 못 산다.”
연지는 이렇게 둘러댔지만 수미가 한없이 부러웠다. 수미의 수단은 보통이 넘었다. 연지가 알기로는 수미는 애인이 다섯은 넘을 것이라고 기억된다.

첫 애인은 시청에 다니는 공무원이었다. 얼굴은 잘 생겼어도 너무 꽁생원이라며 투덜대더니 한 달도 못가서 헤어졌다. 둘째는 중소기업을 하는 사장이었는데 사귄지 보름도 못되어 부도가 나는 바람에 감옥으로 가 버렸고, 셋째는 몇 번 모텔을 갔었는데 너무 변태성이라서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넷째는 너무 커서 성관계를 하고 나면 며칠간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인데 범털을 만난 모양이었다. 말만하면 척척 사준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얘, 연지야. 우리 뒷집에 살던 형숙이 있지?”
“응 그래, 요즘 뭐 한다니?”
“폐업중이래?”
“걔가 장사했니?”
“그럼, 남자가 요즘 드나들지 않아 구멍가게가 폐업중이래. 나보고 애인 하나 구해달라고 목을 매더라. 곰팡이 쓸게 생겼다나."

“걔는 이혼했니?”
“그럼, 벌써 가게 문 닫은 지 삼년이나 됐대.”
“그랬구나. 너는 참 좋겠다. 구멍가게가 성업 중이어서.”
"너도 훈이 씨와 자주 만나니?”
“가끔 전화만”
연지는 애써 감추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수다를 떨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화장도 해야 하고 훈이가 지금쯤 차를 몰고 오고 있을 시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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