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문화재 관리의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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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문화재 관리의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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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되는 두 지자체의 문화재 관리 수준

 
   
  ▲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경희궁  
 

서울시의 안일한 문화재 관리의 현주소

얼마 전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국가사적인 경희궁 복원 관련 예산을 두고 서로 미루다가 끝내 경희궁 복원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되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필자는 이들의 어설픈 떠넘기기에 참으로 한심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적어도 문화재 관리 기관인 문화재청의 근본 대책의 결여 문제는차치하더라도 경희궁을 파괴해 놓고 정작 경희궁 복원을 하겠다던 당사자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경희궁의 복원에 대하여 당사자 스스로 포기를 선언할 정도로 서울시의 문화재, 문화 유적에 대한 허술하고 안일한 관리가 이제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기에 그렇다.

하기야 서울시의 이런 안일한 태도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얼마전에는 역시 같은 국가 사적인 운현궁에서 전통 음식 축제를 개최한다는 명분을 대고, 문화재 관리 규정에도 어긋나는 음식물 반입까지 서슴지 않고 자행하여 온갖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문화재에 대해서는 보호할 안중도 없으니 어련할까.

그뿐이 아니다. 야심차게 추진한다는 청계천 복원 사업은 출토된 유물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실정이고 한술 더떠서 서울시 의회는 문화재 구역내에 재개발 규제를 푸는 사실상의 문화재 구역내 재개발을 허용하는 조례를 통과시키기까지 하여 조선의 왕릉인 의릉이 이로 인해 훼손될 위기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서울의 4대문 가운데 일제에 의해 유일하게 없어진 돈의문 (서대문) 도 복원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발표만 되었을 뿐이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명색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자, 고대 삼국시대 이후로 지속해서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역사와 전통의 대도시라는 서울특별시의 역사 문화재 관리 실태이다. 실태를 살펴보면 역사와 전통의 대도시라는 이름이 차라리 아까울 정도이다. 차라리 문화재가 병드는 대도시 서울이라고 해야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서울시의 문화재 관리 태도가 이모양인데 훼손 위기에 직면해 있는 다른 유적들은 오죽할까? 앞서 경희궁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희궁이나 운현궁은 이제 서울시의 관리가 아닌 국가, 다시 말해 문화재청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관리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번 필자가 문화재청 공청회 자료집을 참고로 소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경희궁에 대해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였다는 점이 나타났음을 상기시켜 본다면 이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 수원화성 행궁  
 

수원의 경우와 너무나도 대비되는 서울시의 관리 수준

반면 서울보다 작은 중규모의 지자체인 수원의 경우를 살펴보자. 수원은 지난 95년 대표 유적인 화성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문화재 및 문화 유적에 대해 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리에 들어가 화성 행궁의 복원을 비롯한 훼손된 문화재 및 문화 유적에 대한 정비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21일 필자가 화성 답사를 위해 수원을 찾았을 때도 수원의 화성 주변 및 관련 유적들은 일제히 없어진 문화유적들을 복원하거나 혹은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공사가 한참 진행중에 있었다. 경희궁에 역사 박물관을 조성하여 문화재를 파괴하고 그나마도 복원을 예산 부족이라는 궁색한 핑계로 나몰라라 내던진 서울시와 여러모로 대조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시와 수원시가 대조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원시는 문화재를 정비하면서 전통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이해를 돕기 위해 화성 문화 재단까지 설립하여 화성 행궁을 중심으로 궁중 문화 재현 및 전통 문화 재현과 같은 일반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빚어진 운현궁 사건에서 처럼 문화 유적까지 훼손해 가면서까지 어설프기 짝이 없는 행사를 진행하다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이런 빈축을 산 행사는 비단 이 행사 하나 뿐만이 아닌 다른 문화 재현 행사에서도 여러차례 되풀이 되고 있는 것도 있어 서울시의 안일한 문화재 관리가 과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도시에 걸맞는 관리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의 각성을 촉구한다

서울시와 수원시는 거대 도시와 중규모의 도시, 다시 말하자면 광역 자치단체와 도청 소재지급의 자치단체로 나뉜다. 따라서 엄연히 따지면 비교할 대상이 못된다. 그러나 필자가 굳이 이 두 도시를 짚고 넘어가려는 것은 바로 문화재에 대한 관리 태도가 너무나도 대비되기에 그러하다.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는 거대도시는 문화재와 문화 유적에 대하여 소흘함으로 일관하여 식자들로 부터 비난을 사고 있고, 이보다 작은 중규모의 도시는 오히려 적극적인 대처에 의한 보존 관리로 유적들을 가꾸고 정비하고 있어 거대도시의 그것과 너무나도 대조되고 있기에 21일 답사에서 그것을 직접 접하고 그간 안일한 문화재 관리에 대한 서울시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서울시의 역사와 전통의 이미지를 부정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서울시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역사 문화 도시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서울시가 유서깊은 역사 문화 도시 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우러나와 이렇게 몇 자 적어 보는 것이다.

적어도 경희궁이나 운현궁 처럼 자신들이 관리할 자신을 내지 못하는 국가사적이 있다면 차라리 관리권을 국가, 즉 문화재청으로 넘겨야 할 것이다. 위탁이라는 명목으로 관리하면서 엉망으로 만든다면 하물며 다른 위탁 관리 유적지는 오죽하겠는가?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경희궁과 같은 유적들을 더이상 두번 세번 죽일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문화재청으로 관리권을 넘기는 것이 보다 현명한 것일지도 모른다.

서울시의 보다 현실감 있고 적극적인 문화재 관리를 촉구하며, 관계자들의 통렬한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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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004-11-23 23:45:51
경희궁#이고시오 [서울]
화성행궁지#이고시오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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