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성을 말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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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성을 말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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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소녀들에게 돌을 던지는가 <2부>

^^^▲ 영화 <사마리아>의 한 장면딸의 원조교제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고민하고 있다^^^
원조교제의 아이러니, 그리고 소녀의 죽음

우리는 기막힌 현실에 대해 흔히 ‘아이러니하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지난 기사에 이어 원조교제를 다루며 우선 원조교제를 바라보는, 아이러니한 사회적 정신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아이러니의 어원을 알아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을 조명해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서 등장하는 알라존과 에이런이라는 두 인물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아이러니란 말의 어원이 되었다.

알라존은 실제 이상으로 자신을 기만하는 인간형이었으나 에이런은 이면에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인간형이다. 이렇듯 상극을 이루는 두 인물의 성격을 두고 문학이론에서 아이러니란 알라존(표면)의 뒤에 에이런(이면)을 숨기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것을 현실에 적용시켜 생각해보자면 에이런이 알라존을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이며, 우리가 말하는 "현실의 아이러니"이다.

이제 원조교제의 아이러니를 사회의 거울로 비춰보자. 우리의 사회속에서 얼마나 많은 알라존이 에이런의 앞에 서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지 보이는가?

단순히 물질만능주의, 황금만능주의에 빠졌다고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통념. 그것이 바로 원조교제를 똑바로 볼 수 있는 본질을 흐리는 아이러니이다. 그 뒤에 숨겨진 본질적 의미와 진실인 에이런이 아무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해도 사회는 "무서운 10대"라는 이름으로 원조교제의 문제점을 진단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한 소녀가 죽었다.

올해 15살이 된 소녀는 20대 후반의 남성과 채팅을 하다가 ‘조건만남’을 하기로 한다. 이들은 단어 그대로 소녀의 성을 조건으로 하여 만난 것이다. 그런데 소녀는 “더 많은 돈을 요구했”고 이에 화가 난 남성은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고 10대의 원조교제는 어른들의 삐뚤어진 잣대앞에 다시 서야했다.

^^^▲ 원조교제 피해 여학생들의 모습^^^

당연한듯 그녀의 죽음은 “원조교제”의 아이러니에 갇히고 말았다. 많은 이들은 표면상의 “원조교제”만을 보고 소녀를 “무서운 10대”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라는 남성의 증언이 부각되며 원조교제에 대한 문제점은 다시 청소년들의 돈을 벌려는 행위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나는 한 소녀의 죽음을 듣고 하나같이 원조교제의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그녀의 가족들은 어디에서 예뻤던 딸을 잃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살인, 살해 앞에서, 그것도 어리디어린 소녀의 죽음앞에서 원조교제란 가면을 쓴 죄로 가혹하게도 하루빨리 잊혀져야 할 죽음으로 기억된 것이다.

"더러워? 내가 더러워?"

"더러워? 내가 더러워?" 이것은 지난 기사에서 잠시 다루었던 영화 사마리아의 포스터 카피이다. 원조교제라는 큰 사회적 문제앞에 부딪힌 소녀가 웃으면서 건네는 말 한마디가 가슴에 부딪히는 것은, 결국 표면상 드러나보인 알라존이 에이런을 이길 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서였다.

<누가 이 소녀들에게 돌을 던지는가 1부>에 이어 청소년 성문제에 대하여 고찰하는 과정에 있는 가운데 나는 어쩔 수 없이 보지 말아야 할 것과 보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원조교제란 사회적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인정하게 되는 것은 정말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원조교제에 의해 희생되고 죽음까지 치루고 만 어린 소녀. 이미 차디찬 죽음의 세계에 다다른 소녀를 어른들은 얼음같은 잣대에 올려놓았다. 벌거벗은 소녀의 몸에 난 상처보다 어른들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차디찬 시선위에 견뎌낼 아이들보다, "원조교제를 했으니까"라는 대답으로 인과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당연한 관념이 중요시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다.

언제나 사람들은 원조교제의 아이러니에 갇혀 차디찬 시선에 얼어붙은 소녀들을 보지 못 했다. 그리고 소녀가 속삭이듯 힘없이 흐느끼는 울림을 듣지 못 했다.

당신들은 그 흐느낌을 들은 적이 있는가. 얼어붙은 알몸을 부비며 건낸 그 한마디. 그 울림을 정말 들었는가.

"더러워? 내가 더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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