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권, 현실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착시 개념이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공동정권, 현실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착시 개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도지계로 상대방을 협공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다(Democracy is the worst form of government) 최근 정치판을 보며 새삼 가슴에 와닿는 명언으로서 처질이 1947년 의회연설에서 한 말이다. 아무리 선진국이라 해도 유권자들의 절대다수는 ‘정치수준이 낮다’고 개탄하며 늘 ‘정치인은 믿지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도 압축성장해 온 우리나라에서 정치 불신은 그만큼 더 심각하다. 거기에다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 있으니 안철수 현상에 이어 이정희 바람이다. 얼마 만큼의 영항을 끼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국론을 어지럽게 만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부 유권자가 이들 바람에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미 예상했던 대로 이정희가 사퇴함에 따라 빅투(big two)만 붙는 양자대결로 이뤄진 토론회가 지난 10일 열렸다. 2002년 노무현-이회창 이래 꼭 10년만이다. 이제 며칠 남짓 남은 대선, 결국 양자구도는 후보가 상징하는 이념, 정책, 세력의 총체적 대결이란 점에서 대선이 더욱 단순 명확해졌다. 10년만에 맞붙은 양자대결의 토론회는 결론부터 내리자면 허탈했다. 정작 유권자들이 듣고 싶고 유권자에게 해야 할 말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박(朴)-문(文) 후보들의 구도는 한마디로 미래를 위한 경쟁이어야 하는데, 두 후보 모두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놓았지만 정작 듣는 사람들은 복지공약이 너무 황당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소득하위 66%(389만명)에게 월 9만4600원을 주는 기초 노령연금이다. 이를 두고 두 후보가 열띤 신경전을 벌리며 상대를 공격했다. 박 후보는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 역시 박 후보와 큰 차이가 없다. 2017년까지 노인의 80~90%에게 월 18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했다.

박 후보가 집권하면 내년부터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문 후보가 당선되면 2017년 전후 거의 대부분 노인에게 월 1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초노령연금 예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하는데, 그 기금을 어디서 어떻게 충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두 후보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 안대로 하면 내년에 14조원, 2017년에 17조원이 들어간다. 이들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내년 예산이 6조9000억원으로 2017년에는 15조5000억~19조3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어느 후보가 되든 지금보다 3~5배의 돈이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두 후보가 표를 의식한 탓인지 각각 맞춤형 복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면서도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5년간 지출될 비용을 새누리당은 131조원, 민주통합당은 192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원 대책의 현실성도 문제지만 과연 재원 마련도 순탄할지도 생각해 봄직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자가 있는 가구 중 소득 상위 10% 가구의 54%(약13만 가구)가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강남부촌지역 65세 이상 노인 961명중 54명이 이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1인당 최대 9만4600원.부자 노인들에게 손자, 손녀에게 과자 사줄 하루 용돈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도움이 절실한 빈곤층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인데 정작 받아야 할 빈곤층 노인들은 정보도 모르고 신청도 못해 혜택을 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선별해 빈곤층 노인에게만 지급해야 한다. 선별적 복지를 말하는 거다.

또 대학생 등록금 반값도 그렇다. 빈곤층은 반값등록금 혜택을 받기를 원하지만 부자집 자식들은 돈이 많은데 왜 반값 등록금을 내게 하느냐며 시위도 하지 않는다. 여유가 있으면서도 보편적 복지를 원한다는거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무상복지 혜택은 그 나이에 큰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이를 선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주는 보편적 복지가 적합하다는 주장도 한다. 어찌보면 꽤 설득력 있게 들리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성인인 대학생의 경우는 다르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급소는 바로 이런 표퓰리즘이다. 표퓰리즘의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정치학의 숙제다. 또 하나 염려되는 것은 문후보가 마직막 카드로 제시한 ‘공동정권’이다. 과거 공동정권의 악몽이 되살아 난다. DJP 정권은 역사적으로 기형(畸形)과 혼란의 기록만 남겨 놓았다. 불안하다. 공동정권은 그럴듯 하지만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대표적인 착시(錯視)개념이다.

정권이란 집권자가 철학과 소신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있을 수 없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마찬가지로 정치철학과 정책이 다른 그룹이 권력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어떻게 쪼개지고 어떻게 파산됐는지 벌써 잊었단 말인가. 단지 집권욕에 빠져 나라를 망치게 할 수는 없다 무차별적인 복지혜택, 반값등록금 이것 하려다가 더 시급한 복지사업을 놓칠까 심히 걱정된다. 특히 문후보는 차도지계(借刀之計 남의 칼로 상대방을 공격)로 박 후보를 협공하는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안철수, 이정희는 스포츠 경기에서 실력으로 안되는 선수가 룰을 어기고 경기를 마구 망쳐 놓는 스포일러(훼방꾼) 같은 느낌이 든다는게 안타까운 심정이다. 중도하차 하면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게 그렇다는 것이다. 국운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지서비스의 전달과정은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칫 사회기강을 무너뜨리고 무임승차자(free rider)만 양산할 수 있다. “나라가 주는 돈은 공돈”이란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한 복지 선진국은 멀고 먼 꿈에 불과할 뿐이다.

<시인. 칼럼니스트. 국민대학교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