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그는 클럽팀과 국가 대표팀과의 갈등이 축구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 하고 있다. ⓒ Allsport^^^ | ||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세계 축구계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져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달 13일 영국 BBC 방송국과 가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국가대표팀과 클럽팀간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상당히 존재한다고 밝히며, 세계 축구 스케줄(world football calendar)을 전면 개편(completely overhaul)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FIFA를 비롯한 축구 관련 기관에서 이러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국가 대표 경기와 클럽 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스타 선수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반발할 것이며, 이는 또한 선수생활을 단축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클럽에서 많은 돈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완전한 컨디션에서 관중들에게 최선의 플레이를 펼쳐야 할 의무가 있지만 국가 대표팀간의 친선 경기를 막 마치고 적절한 휴식도 취하지 않은 채 클럽 경기에 임하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고 논평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그는 남미 선수들의 경우를 언급했다. 국가대표 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남미 선수들은 리우데 자네이루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경기를 치르러 간다. 수요일 A매치 경기를 마친 이들은, 곧 주말에 있을 클럽의 빅게임을 위해 서둘러 대서양을 건너 팀 훈련에 참가한다. 벵거 감독은 이런 스케줄은 '선수들을 죽이는 것'( It is killing the players)에 다름 아니라고 꼬집는다.
이렇게 불합리한 스케줄을 개선하기 위해, 그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 세계 프로 리그의 개막을 동시에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국가 대표 팀 간의 대항전은 클럽 팀 경기가 없는 시즌에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 시점에서 진정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1월부터 12월까지 꾸준히 리그 및 국가 대항전을 진행하는 아시아를 예로 들며, 12월에 월드컵을 비롯한 굵직한 국제 경기를 치루는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은 자국 리그를 3월부터 10월까지 꾸준히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안 컵을 비롯한 국가 대항전은 대부분의 리그가 끝나는 시점에서 진행하고 있다.
8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진행하는 유럽 리그의 현재와 같은 스케줄은 축구가 아마추어이던 시절, 휴일과 무더운 여름을 피해 짜여진 것이다. 따라서 벵거 감독은, 선수와 코칭 스태프 모두 프로화가 되어버린 현재 굳이 옛 전통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5월, 6월, 7월 등은 시즌을 진행하기에 매우 좋은 기후지만, 현재의 리그 스케줄은 이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만이 축구계의 분열을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겪는 극심한 피로와 그로 인해 발생되는 잦은 부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또한 궁극적으로 최고의 플레이를 감상할 관중들의 볼 권리 차원에서 명장 아르센 벵거 감독이 던진 메시지는 충분히 재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그는 클럽팀과 국가 대표팀과의 갈등이 축구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 하고 있다. ⓒ Allsport^^^ | ||
물론, 이런 그의 의견은 남반구·북반구의 차이에 따른 각 국의 계절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지나치게 클럽 중심으로 스케줄링을 원하는 등 부분적인 사항에서 비판의 여지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의 말처럼 클럽 팀과 국가 대표팀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 관계는 세계 축구계의 분열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의 주장처럼은 아니더라도 각 국의 리그와 국가대표 경기간의 새로운 스케줄링이 유일한 해법인 것 같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개선안이 실현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BBC방송국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런 그의 의견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 의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니 말이다.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이러한 일련의 문제점들이 축구계에 있어 근본적인 개선책을 필요로 할 만큼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과연 자신이 얼마만큼 자유로운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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