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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지긋한 악연의 팀 쿠웨이트를 대파하고 8강에 올랐다.
한국은 27일 중국 지난에서 벌어진 2004 아시안컵 조별예선 B조 최종전에서 중동의 강호 쿠웨이트를 맞아 화끈한 골잔치를 벌이며 4-0 대승을 거뒀다. 지난 96년과 2000년 대회에서 만나 0-1, 0-2로 각각 패했던 징크스를 통쾌히 날려버리는 순간.
이로서 2승 1무를 기록한 한국은 이날 요르단이 UAE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함에 따라 조1위를 기록, 30일 D조 2위와 이 곳 지난에서 4강진출을 겨루게 됐다. 유력한 예상 후보로는 2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본에 이어 1승1무를 기록중인 이란 또는 2차예선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서 올라온 오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골 잔치, 징크스는 없었다
정말 모처럼만에 보는 화끈한 공격이 이어졌다. 본프레레 출범 이후 최다골을 기록했다는 기록상의 의미를 떠나 그 과정 또한 훌륭했다. 평소 본프레레 감독이 요구해 온 한 박자 빠른 공격을 모처럼 선수들이 수행해낸 셈.
첫 포문은 아시안컵의 스타 이동국이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호각소리가 무섭게 상대수비라인을 위협하며 활약의 시작을 알렸지만 전반 5분과 13분 좋은 찬스를 무산시키며 보는 이들의 속을 타게 만들었다.
첫 골이 터진 시점은 전반 24분. 프리킥 찬스에서 가볍고도 절묘하게 오른발 인사이드로 감아찼고 볼은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날카로움으로 골문을 향했다. 눈 깜짝할새 터져 나온 감각적인 슈팅.
전반 41분에는 이동국과 함께 모처럼 대표팀에 복귀한 박진섭의 크로싱이 인상적이었다. 차두리가 돌파하다 뒤로 내준 볼을 박진섭이 수비수 뒷 공간으로 쉐도하던 이동국의 발에 정확히 감아올리며 다시 한번 골망을 흔들었다.
세 번째 골은 차두리의 발에서 나왔다. 전반 종료를 앞둔 후반 45분, 쿠웨이트 수비가 볼을 돌리던 것을 박지성이 가로챘고 이를 아크 뒷 쪽에서 차두리가 지체없이 통렬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쿠웨이트의 추격의지 조차 완전히 꺾어 놓은 상황.
후반들어 예상했던데로 쿠웨이트는 공격쪽에 무게를 실어 반격을 시도했다. 압둘라지즈와 알 무트 등에 돌파를 허용하는 등 초반 잠시 주춤하는가 하더니 이내 전열을 가다듬은 한국은 다시 상대 공간에서 추가골을 뽑아내기 위해 전진했다.
마지막 쐐기골의 주인공은 이동국과 교체투입 된 안정환. 이동국에 밀려 조커로 투입된 설움을 한풀이라도 하듯 안정환은 후반 30분 미드필더 오른쪽 부근에서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볼은 골키퍼 앞에서 강하게 튀기며 골문 구석으로 들어갔다. UAE전에 이은 2경기 연속골이자 지난 80년 대회 결승에서 쿠웨이트에 0-4로 패한 선배들의 복수를 똑같이 되갚아 준 골.
쿠웨이트는 0-4로 뒤지던 이후에도 줄곧 반격을 시도했으나 한국의 강력한 파이팅 앞에 만회골의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키워드는 되살아난 ‘압박’
이날 한국팀의 경기에서 가장 칭찬할만한 부분은 4골이나 터뜨려낸 공격력보다 시종 일관 공수에서 몰아부친 압박이 되살아난 점을 들 수 있다.
따지고 보면 4골이라는 대량득점이 가능했던 이유 또한 상대를 1차선상에서부터 압박하면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기 때문. 실제 차두리의 세 번째 골과 안정환의 네 번째 골은 당황하며 실책을 남발한 상대 수비에 의해 기회가 만들어졌다.
당초 요르단이 당연히 UAE를 꺾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조 1위를 위해서는 반드시 대량득점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상대가 그간 한국을 괴롭혀 온 쿠웨이트 였다는 점에서 많은 어려움을 예상했었다.
대량득점을 위해 한국이 뽑아든 카드는 기존의 3-5-2에서 사실상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명의 스트라이커 옆에 좌우로 넓게 포진시키는 3-4-3에 가까운 전술. 어느정도의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사실상의 승부수였던 것.
반면 공격수가 많을 경우 지난 요르단전처럼 문전에서 우리 선수들끼리 겹치는 문제를 우려해 두명의 스트라이커 중 한 선수는 뒤로 다소 쳐져 플레이하게 했다. 시종 일관 경기장을 휘저으며 맹활약을 펼친 박지성이 그 역할.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좌우 미드필더들의 위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 셈. 차두리와 설기현이 넓게 측면으로 퍼지면서 경기장 사용 폭이 넓어졌고 수비 선수들의 체력에 또한 부담을 안겼다. 이동국을 비롯한 2선의 미드필더들이 자유롭게 중앙에서 활동할 수 있게하는 시너지효과까지 가져왔다.
한국은 박지성을 중심으로 강력한 그물망을 선보이듯 상대 문전에서부터 투지넘치는 강력한 압박으로 여러 차례 찬스를 만들었고 다행히 느슨해진 쿠웨이트 수비진 덕분에 대량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다르게 적극적이고 활기찬 분위기가 그라운드 속에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
중반 이후 템포가 다소 떨어진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나친 집중 공격시에는 공수 균형이 무너지며 간격이 벌어지며 상대의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다.
쿠웨이트가 예전에 비해 다소 전력이 많이 약해져있는 상태였고 일찌감치 승부가 갈리며 선수들의 의지가 그다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남은 시간동안 충분히 보완해야할 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유기적인 움직임
요르단과 UAE 등 지난 예선 2경기에서 나타난 모습과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활기가 넘치는 압박과 함께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다.
다소 딱딱하고 매끄럽지 못한 볼처리는 물론이고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패스 범실이 지난 2경기에서 지적된 한국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
우선, 기록적인 수치에서 패스성공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 경기를 압도한 원인으로 꼽힌다. 얼핏 눈으로 보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었을 정도로 한국 선수들의 유기적인 원터치 패스와 그에 따른 움직임은 경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볼을 가진 선수는 최대한 가볍고 간결하게 볼을 처리한 뒤 다음 상황을 위해 움직였고 볼을 가지지 않은 선수들도 상대 선수들을 농락하 듯 적제적소의 위치에서 움직이며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경기 중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가로채기가 많았던 것이 같은 맥락.
이런 유기적인 플레이가 원활히 이뤄지면서 최전방 공격수부터 최후방 수비수까지 자연스레 간격이 좁아질 수 있었고 상대에는 큰 부담을 안길 수 있었다. 여기에 쿠웨이트가 8강진출을 위해 불리한 상황에서도 소극적인 경기내용으로 한국선수들의 자신감을 부추긴 것 또한 대량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좌우 불균형은 밸런스 유지를 위해 더욱 신경써야할 부분. 전반 차두리-박진섭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공격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대량득점을 이뤄냈지만 상대적으로 왼쪽의 설기현-이영표 라인은 침체상황을 만들었고 상대선수들이 오른쪽에 밀집하게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후반들어서는 설기현과 이영표 쪽의 왼쪽이 압도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두 선수가 나란히 컨디션이 저하된 상황에서 부진하며 상대적으로 좌우 공격이 모두 막혀 상대 수비가 쉽게 방어할 수 있게금했다.
이영표는 활기찬 움직임으로 열심히 뛰었지만 불피요한 볼처리가 많았고 설기현은 다소 어두운 표정 속에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등 컨디션이 심각하게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이란 유력, 일본과 오만도 가능성
이날 경기에서 조 1위로 8강에 진출한 한국의 다음 상대는 D조 2위를 차지하는 팀이 된다. 현재 D조 2위는 이란이지만 라이벌 일본은 물론 지난 2차예선에서 한국에 ‘오만쇼크’를 안긴 오만이 될 가능성 또한 남아있다. 28일 수요일 경기를 통해 정확한 상대는 가려진다.
36도 이상의 살인적인 온도를 기록중인 충칭에 비해 30도를 웃도는 지난에서 경기를 한다는 점은 한국팀에게는 체력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전망. 더군다나 28일과 29일 사이에는 비까지 예상되고 있어 환경적으로 많은 득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이 하루를 더 쉬고 경기를 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장기전이고 한 경기 한 경기가 피를 말리는 싸움이라는 점에서 하루를 더 쉰다는 것은 꿀 맛 같은 휴식일 수 밖에 없을 터.
현재, D조 순위는 일본이 2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란과 오만이 1승 1무로 그 뒤를 쫒고 있다. 태국은 2패로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황.
최종전에서 일본과 이란이 맞붙게 되어있어 오만이 태국을 잡는다는 가정하에 이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의 8강 상대가 결정될 전망. 이란이 일본에 크게 패하고 오만이 태국을 대파할 경우 오만을 만날 가능성 또한 남아있다.
한국선수들은 내심 이란이 일본을 잡아 일본과 맞붙기를 차라리 바라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일본보다는 이란쪽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FIFA랭킹 21위를 기록중인 이란은 지난 오만과의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결승골의 주인공 노스라티가 상대선수를 밟았다는 것이 확인된 상태여서 4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한 상태다. 사실상 이번 대회를 마감한 것.
이 뿐만 아니다. 오만과의 경기도중 수비수 라자에이와 바다비는 같은 팀 선수끼리 치고 받는 묘한(?) 장면을 연출 나란히 8강까지 출장정지를 당해있는 상태다. 또, 주전선수 일부가 이번 대회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고 국보급 스트라이커 알리 다에이는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외파와 올림픽팀 소속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고 이번대회에 임하고 있는 전 대회 우승국 일본의 경우 예상외로 탄탄한 조직력을 뽐내고 있다. 나카무라와 나카자와는 특히 매서운 발 끝으로 두 골씩 뽑아내며 경계대상으로 떠 올랐다.
최근 전적(2승 2무 1패)이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 유리하지만 침체중인 이란을 만나는 것이 훨씬 위험부담이 덜한 셈. 오만 또한 지난 2차예선에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는 있지만 비교적 만만한 상대로 꼽히고 있는 팀.
반면, 이들 중 한 팀을 꺾고 4강에 오를 경우 바레인-우주베키스탄의 승자와 만나게 되어있어 무엇보다 부담이 덜하다. 게다가 홈 팀 중국은 나란히 결승까지 가야 만날 수 있다. 경기장소 또한 지난에서 가까운 베이징. 사실상 이란, 일본, 오만 중 한 팀과 맞붙게 될 8강전이 44년만의 우승을 위한 최대의 고비가 될 전망.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도 점차 되살아나고 있고, 전술적인 문제점도 정확히 확인했다. 퇴장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박재홍과 부상을 당했던 김태영까지 투입 가능하다. 실전 경험을 두둑히 쌓은 김진규까지 더해져 선수층이 얇아져 다소 불안했던 수비라인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을 전망.
안정환과 이동국, 차두리, 박지성으로 대표되는 공격력도 힘을 싫었고 ‘좌영표 우진섭’의 이영표-박진섭 라인도 모처럼 재가동하며 안정감을 찾았다.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집념 또한 선수들에게는 목적의식이 더해진 셈. 집념에 불타고 있는 선수들의 정신자세만 유지된다면 44년만의 우승이 결코 어렵지만은 안을 전망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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