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엄청난 사고를 당했는 데 남루한 차림의 주민들만 황망히 오가는 모습만 보일까.. 수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하는 데 그 사상자들은 어디에 가고 화상을 입은 일부 어린 환자들만, 그것도 별다른 치료도 없이 안대만 가리고 마냥 넋 놓고 있는 것일까.

여느때와 달리 이번에는 국제기구 등에 현장을 공개하고 지원을 요청해 그래도 피해에 비해 신속한 응급구조와 복구가 이루어지려나 기대했었는 데 어딘가 석연치 않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현실로 보아 환자치료와 응급복구가 한시라도 시간을 늦출 수 없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왜 이렇게 딴전을 피우며 상식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고귀함에도 그 정치체제와 정보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늦장을 피우면서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지 정말 실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렇치 않아도 이번 사고에 모처럼 국내 정치권과 국민 등은 물론 각계각층이 한마음이 되어 북녘동포를 위해 온갖 정성과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데 그들의 속도조절에 순수한 동포애가 왜곡되지 않알까 여간 염려스럽지 않다.

구호품을 실은 차량이 북녘을 지난다고, 복구진과 의료진이 주민들과 접촉한다고, 병원선이 해상에 떠 있다고 정보가 누출되고 체제에 금이간다는 그 과대망상보다 가족과 집을 잃거나 생명이 위독한 주민들을 방치한다는 것이 세계인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더 치명적인 체제비판과 정권의 존재이유를 상실한다는 것을 먼저 생각치 않는가.

지금 UN을 비롯한 국제사회 및 적십자 등이 순수한 인류애와 박애(博愛)와 봉사정신으로 참변을 당한 북한주민들을 돕고자 하고 한국은 거기다 애틋한 동포애를 더 보태어 한시라도 바삐 그들을 도우려고 하지 않는가.

주민들을 위한 '광폭(廣幅)정치'를 한다며, 지난 방중(訪中)때 중국의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에 입에 마르도록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그들이 주민들의 생사가 기로에 서있는 상황에서 그 예의 자존심(?)을 지키려한다.

어쩐지 염려스럽고 걱정스럽다는 느낌이 역시나 그들은 치부를 감추려 들고 순수한 정성마저 정치적 계산과 체제유지를 우선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상식밖의 일들이 북녘땅에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