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민주주의가 성행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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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민주주의가 성행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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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에 갖힌 것이 무엇인가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난다. 10만이니 20만이니 하는 숫자들이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다. 분위기 또한 살벌하지도 않다. 자못 진지하기는 하지만, 예전과 같은 비장함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를 않고 오기도 하고, 연인끼리 팔짱을 끼고 모이는 데이트 코스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무료하지 않게 하려고 여러 가지 순서들이 마련되긴 하지만, 큰 차별성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거리로 또 거리로 몰려나간다. 어제의 사람들이 또 다시 이미 익숙해진 그 거리를 채운다. 사람을 모으려고 그토록 애를 써도 모이지 않는 것이 오늘날이다. 개성이 강하고 바쁜 사람들은 어지간한 유인책을 써도 좀처럼 모여들지 않는다. 그러나 어쩐지 광화문 거리에는 크게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꾸만 꾸역꾸역 모여들기만 한다.

“대의정치를 그만두자는 것이냐?” 혹은 “이젠 인터넷 선거운동으로도 모자라서 아예 직접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냐?”라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물론 대의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이다. 바로 그것이다. 대의정치에 대해 가득하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터질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던 억눌린 사람들의 답답한 가슴에 누군가가 불을 지른 것이다.

그런데 눈을 들어 조금만 먼 곳을 내다보면 광화문은 대한민국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냄비시위. 브라질 실업자와 빈민들의 도로점거. 계엄령까지 내려야만 했던 페루의 민중시위. 에쿠아도르의 정권을 끝내 바꾸어버린 가난한 농부들의 시위.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대에 맞서서 싸우는 친정부 시위대의 존재.

이들 뜨거운 열망으로 거리에 나서는 이들의 한결같은 특징들은 무엇일까? 바로 가슴속에 가득히 채워져서 임계점에 도달한 답답함이고, 그들의 답답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제도정치권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숨겨지고 억눌러진 열망들이 스스로를 조직해서 오늘도 거리로 사람들을 내 모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제도권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단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이 그 이상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그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간단하다. 가난하고 질곡이 심한 나라에서는 먹을 것을 원한다. 우리나라같이 IMF의 한파를 겨우 넘긴 나라에서는 제도정치권이 정신을 차리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것을 바란다. 당파싸움으로 나라를 망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것이 어찌 그것뿐이겠는가. 굳이 단합을 깨지 않기 위해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그들의 마음속에는 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나는 거리에 나서는 사람들의 인식의 수준에 대해서 걱정을 한다. 우리사회를 조이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그러한 시대적 상황과 자신이 처한 개인적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을까. 그들은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들 중 아무도 그에 대한 명확한 인식은 없을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는 명확하지만,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매우 복잡한 문제들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 세계질서의 피해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가해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타래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풀 수 있을 것인가. 그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비전이 없기는 대의정치를 한다는 직업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의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내노라 하는 논객들마저도 우리사회, 우리세계의 전체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인지도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거리로, 또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게 만드는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지치고 힘들고 적응하고 살기에는 너무나 답답해진 것이다. 무엇인가를 자신의 존재 밖으로 꺼내어서 폭팔시켜 내고 싶은 답답함이, 우연한 기회를 만나서 사람들을 거리로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집회의 이름이 무엇이든 촛불의 색깔이 어떻게 다르고, 그날 불러진 구호가 어떻게 다르든 사람들이 느끼고 무언중에 공감하는 것들은 같은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바꾸고 싶다.’라는 것이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지배적 구조에 대한 반감이 표면적으로는 서로 완전히 다른 문제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동원해 내는 것이다.

월드컵 축구. 여중생 압사사고. 이라크 전. 대통령 선거. 그리고 대통령 탄핵. 이 서로 완전히 다른 촛불집회의 이슈를 관통해서 흐르는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바로 억눌린 아픔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지. 그리고 그 긍지를 압살하는 힘에 대한 반항. 그 반항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세계적인 연대감. 그리고 우리나라를 바른 길로 이끌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정치적 정체성의 모색. 그것이 바로 사람들을 거리로 몰아내는 힘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당들이 저마다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처럼, 춤을 추며 투표소로 달려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전략이 문제가 아니다. 그런 얄팍한 술수를 버리고 진정으로 세계와 국가를 바라보고, 그 속에서 날마다 고통스러워하고 날마다 아파하는 사람들의 억눌린 마음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직접민주주의를 향한 거리로의 행진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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