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 앉으니 빼어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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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려 앉으니 빼어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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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폭설이 만들어 논 창덕궁 설경

 
   
  인정전 낙선재에서 바라본 인정전 외경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100년 만에 내린 3월 폭설로 전국이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경칩에 비나 눈이 오면 그 해 풍년이 든다 했지만, 지나친 폭설로 안 오니만 못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과유불급(過猶不及)인 듯 하다.

헌데 시냇물도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듯, 고속도로에 내린 눈은 사고와 분노를 낳았지만 고궁에 다소곳이 내려앉은 눈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 3일 때늦은 한파에 새하얀 솜이불을 덮은 창덕궁을 찾았다.

 
   
  설위지 돈화문을 들어서자 보였던 나뭇가지의 그로테스크한 풍경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품계석 인정전 앞에 가지런히 줄지어선 품계석이 정겹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감춰 논 아름다움

창덕궁의 정문은 추녀마루가 멋스럽게 올라간 돈화문이다.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2층문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누구나 이 문을 통해 창덕궁을 출입하지만 조선시대엔 임금님만 드나들 수 있었다. 신하들은 물론 외국 사신조차도 돈화문의 왼쪽 귀퉁이를 돌아 작은 문으로 출입했다고 한다.

돈화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오니 흐린 하늘로 뻗쳐 올라간 나뭇가지들이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회색빛 하늘에 검은 나뭇가지, 그리고 그 위로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칼라세상의 흑백풍경이었다.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창덕궁 외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정전이 나온다. 인정전에 들어가기 앞서 인정문 현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판 글씨는 한석봉에 필적하는 조선 중기의 명필 북악 이해룡의 글씨라고 전해진다.

창덕궁의 인정전은 경복궁의 근정전이나 창경궁의 명정전과 비교해 본다면 그 규모부터 매우 작았다. 하지만 작은 마당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품계석은 오히려 정겨워 보였고, 하얀 눈까지 소복이 쌓여 소담스러웠다.

인정전 왼편으로 선정전을 지나 왕의 침전이나 편전으로 쓰인 희정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희정당을 중심으로 동으로는 내의원이, 북으로는 대조전이, 그리고 대조전 왼편에는 수라간이 있었다. 건물 배치가 오밀조밀해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조형미가 아름다웠고, 단청의 불은 빛이 하얀 눈과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창덕궁의 수라간은 내부시설이 없어 실제 모습을 간음하기 힘들었으나 그 외벽은 유리창문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대장금'의 수라간 보다 다소 현대적이었다.

창경궁이나 경복궁과 달리 안내원의 인솔을 따라야 했기에 빠르게 진행되는 안내를 받아야 했다. 관람 내내 기분이 나빴지만 그것 때문에 그나마 보존과 정리가 잘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건물들을 휙 둘러보고, 창덕궁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후원으로 향했다.

 
   
  희정당 눈이 소복이 쌓인 희정당이 솜이불을 덮은 듯 따뜻해 보인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희정당 어차고에서 바라본 희정당 설경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부용지와 주합루 눈이 내려앉은 부용지와 주합루의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하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애련지 불로문을 지나 오른편으로 보이는 애련지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하얀 아름다움

경사가 급하지 않은 언덕길을 내려오니 부용지를 중심으로 주합루와 부용정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졌다. 미동없는 부용지의 고요함을 바라보고 있으니 알 수 없는 안정감이 찾아들었다. 옛 임금도 이곳을 찾아 정사에 지친 심신을 위로 받지 않았을까 싶다.

부용지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면 애련지와 연경당이 나온다. 이 곳을 들어가는 입구는 조금 특이하다. ㄷ을 옆으로 세운 듯한 돌문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돌테만 두른 듯 하지만 예전에는 문도 있었다고 한다. 이 문을 불로문(不老門)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이곳을 지나면 늙지 않는다고 한다. 불로문과 애련지를 지나면 연경당이 보인다. 이곳의 건물에는 다른 곳과 달리 화려한 단청을 입히지 않아 고풍스럽고 소박해 보였다.

애련지 뒤편으로 반도지와 옥류천이 있었지만 눈 때문인지 관람할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낙선재를 찾았다. 원래는 이곳은 창경궁에 속해 있었으나 지금은 창덕궁에 속해있다. 낙선재는 국상을 당한 왕후나 후궁들을 위해 지어진 전각이었다고 한다. 대한황실의 후손인 덕혜옹주와 이방자 여사가 1989년까지 이곳에서 살았었다.

함께 관람한 한 사진가는 "창덕궁은 사시사철이 아름답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 또한 그의 말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 곳을 처음 찾았지만 창경궁이나 경복궁 때와는 달리, 무언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분도 한 번 방문해서 그 특별한 느낌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내국인의 관람시간은 매시간 45분에 출입이 가능합니다. 방문하시기 전에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연경당 건물에 단청을 입히지 않아 고풍스럽고 소박하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낙선재 단청의 화려한 색채가 돋보인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낙선재 지붕에 내려앉은 두터운 눈이 솜이불을 덮은 듯한 느낌이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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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2004-03-09 10:42:31
고기자님 그로테스크한 사진 좋습니다.
피해를 많이 가져다 준 눈이긴 했지만
그래도 눈은 사람의 맘을 설레게 하는듯 합니다.
카메라에 담지 못한게 내내 아쉽네요
즐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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