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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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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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달하는 '코시안' 사회적 냉대 여전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받아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피부색이 달라 왕따를 당할까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국제결혼한 사람들 대부분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합니다."

올해로 결혼 2년째를 맞고 있는 송진선(가명·37)씨. 활달하고 다부진 성격으로 사회 생활과 더불어 자원봉사까지 1인2역을 하고 있는 그이지만 그에게도 남모르는 아픔이 있다. 그 것은 바로 방글라데시인인 남편 주피터(가명)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따가운 시선의 정신적 고통. 이 고통은 주피터뿐만 아니라 송씨에게도 크게 작용하고 있어 웬만하면 주위사람들에게도 국제결혼 한 사실을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다.

"같이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미친X, 결혼할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이랑 결혼하냐', '더럽다' 등 주위에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송씨는 한국인에 대한 원망과 울분을 가슴에 묻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쑥덕거림 외에도 주피터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한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판이한 대접은 그를 더욱 집안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가 동남아시아계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리를 다닐 때 시비를 거는 사람은 다반사고 공동화장실에서 취객이 주피터의 발등에 일부러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또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젊은 아이들도 많은데 굳이 주피터에게 자리를 비키라는 협박을 당하는 등 한국인들에게 당한 모욕과 수치는 극에 달했다.

현재 몇 달째 집에서 쉬고 있는 주피터는 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인재이지만 한국에서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박사 학위나 능력을 보기 이전에 그 사람의 피부색을 먼저 보고 손사래를 치는 회사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오는 5월이 되면 한국국적을 취득하게 돼 온전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주피터씨와 송씨는 2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자신들이 받았던 상처를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송씨는 "나 하나로 모자라 아이들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줄 수 없다"며 절대 이 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결혼 14년째를 맡고 있는 오정해(가명·38)씨도 방글라데시 출신인 남편과 결혼한 코시안 가족. 오씨는 일본에서 유학을 하던 중 지금의 남편인 막산(가명)씨를 만나 결혼, 일본에서 큰 아이 디에나(가명·8)를 낳았다. 이후 남편의 고향인 방글라데시에서 6년 동안 거주한 후 1년 전 한국으로 들어와 둘째 민석이(2)를 출산했다.

오씨의 지금 가장 큰 걱정은 뭐니뭐니해도 딸 디에나의 취학 문제. 3월 입학 통지서를 받아놓고 있지만 디에나가 학교 생활을 잘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즘 TV를 보면 한국인 애들 사이에서도 왕따나 교내 폭행 문제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 애의 경우는 피부색까지 달라서 아이들에게 시달림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주위에 한 코시안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까맣다는 이유로 손등을 지우개로 문지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숨을 짓는다.

디에나 역시 오씨 못지 않게 학교 생활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혼자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 동네 슈퍼도 혼자 못 다니는 디에나는 "엄마네 나라도 좋지만 다시 방글라데시로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오씨는 이러한 이유로 외국인학교에 보낼 생각까지 했지만 외국인학교의 경우 수업료가 월 100만원에 달해 월평균 130만원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그로써는 엄두도 내지 못할 형편이다.

이처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에서 정신적·육체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코시안의 수는 1만명으로 추정된다. 1996년 이후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 서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호적, 교육, 인권문제 등이 산재해 있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이 미흡해 본인들은 물론 가족 전체가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가정을 이루며 자녀를 낳아 키우던 이들이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지 못해 이혼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송진선씨는 "코시안의 수는 많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며 "실례로 정부는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감소한다고 아이 출산을 장려할 것이 아니라 코시안 아이들을 인구로 인정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이 이들은 하나의 온전한 가정으로 한국사회에 정착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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