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의 관련기사 화면 | ||
최근 16대 대선의 전자개표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동 재검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직접 시위에 나서 '16대 대통령선거결과 재검표추진 국민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수동 재검표 요구' 서명운동까지 들어갔다.
그런데 이걸 보면서, 선거 기간 내내 노무현 나팔수 역할에 충실하던 유창선이라는 정치 평론가가 밸이 뒤틀린 모양이다. 한마디 하고 나섰다. '동아일보 타격'이 자신의 다음 행보라는 걸 암시라도 하듯이 <동아일보>까지 옆에 꿰찬 요지경스런 모양새다.
패자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 우리의 예법이다. 더군다나 대통령 자리를 눈앞에 두었던 이회창씨가 눈물을 흘리며 정계은퇴까지 한마당에, 초상집이 되어버린 곳을 향해 쓴 소리를 하는 것은 사실 내키지 않는 일이다.
자칫하면 분위기에 편승하여 패배한 쪽을 난도질하는 모습으로 비쳐질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분명 아직은 패자에게 회초리를 들 때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끝내 인내를 하지 못하고 이 글을 쓰게 되고 말았다. 그렇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얘기가 심히 요지경스럽다는 건 아는지 "창사랑, 한나라당 그리고 <동아일보>"라는 자신의 기사 허두에서 유창선이 늘어놓고 있는 변이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유창선의 말에 동의한다. 나 역시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선전략을 보면서 이들이 대체 어느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지 헷갈릴 때가 참 많았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유창선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굳이 '우리의 예법'까지를 들지 않더라도 참 싸가지가 없다. 울고 있는 놈 뺨을 때려도 정도가 있지, 이건 아예 얼르고 뺨 때리겠다는 식이다. 기사라는 형식을 빈 말 그대로의 조롱이자 유들유들한 비아냥이다.
유창선 기자는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사평론가로 활동중이며 SBS, BBS, KBS1-2, CBS 라디오에서 정치시평을 해왔다. 현재 불교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유창선의 아침저널]을 매일 아침 진행하고 있다.
기사 끝에 달려 있는 이 프로필로만 보자면 유창선은 자신의 발언에 최소한의 공정성은 지니고 있어야 하는 일종의 공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유창선이 쓰는 기사를 보면 이건 아무리 봐도 공인과는 거리가 먼 영낙없는 사이비 교도의 스타일이다. 강준만 김동민 여인철과 같은 부류라고나 할까. 이들이 지닌 공통점은 자신의 작은 뇌로 세상의 모든 일들을 선악으로 규정, 일반화한다는 데 있다. 스스로가 항상 선의 전사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유창선은 먼저 '창사랑'의 수동 재검표 요구 서명운동에 딴지를 걸고 나선다. 유창선의 얘기는 한마디로 선관위가 부정의혹이 없다고 하는데 창사랑 너희가 대체 웬 '난데없는 소동'이냐는 것이다. '구체적인 의혹의 근거'가 없다는 게 유창선이 수동 재검표 요구를 '소동'으로 규정하는 유일한 근거다. 그러나 의혹이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면 그건 이미 의혹의 차원을 넘어 사실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굳이 의혹이 있다고 설레발 치고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창사랑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은 드러난 사례만으로도 이미 의혹이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유창선은 왜 창사랑이 모든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그래야 할 책임이 왜 창사랑에 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궁극적으로 선관위에서 밝힐 사항이지 창사랑이 밝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유창선의 논리대로라면 이 세상에 모든 의혹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유창선이 말하는 걸 보면, 마치 선관위 대변인의 말을 듣는 듯하다. 노무현 나팔수로서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니 이제는 선관위의 대변인이라도 되겠다는 작정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의혹의 대상인 선관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옮기면서 의혹 제기 자체를 '소동'으로 규정하고 나서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유창선에게 있어 이같은 의문은 무의미하다. 앞서도 말했듯이 유창선에게는 이미 스스로의 주장은 절대적으로 옳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무슨 이유와 근거가 필요한 일이겠는가? 그러므로 한사랑은 무조건 유창선의 '쓴소리'를 들어야 할 일이다.
▲ 오마이뉴스의 관련기사 화면 | ||
쓸데없는 '소동' 일으키지 말라는 '쓴소리'를 남긴 유창선은 다음으로 '초상집'인 한나라당에 '회초리'를 들고 나선다. 유창선에 의하면, 유창선이 한나라당에 회초리를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어처구니없는 소동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하고,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유창선은 확실히 정치평론을 하기 보다는 광화문 앞에 돗자리를 까는 편이 자신을 위해서나 국민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일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각설하고, 대체 한나라당의 어떤 모습이 유창선에게 그렇게 '진지'하고 '역력'하게 '고민'하는 표정으로 비쳤던 것일까? 여기서 유창선이 들고 있는 근거는 "각 지역에서 전자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사례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23일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한 남경필 대변인의 말이 유일하다. 유창선은 남 대변인의 이 말은 "그러니까 당 차원에서 공론화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라고 꼬아서 정리한다. 그리고는 "이제 일은 장난이 아니다"고 짐짓 너스레를 떨면서 삼류소설을 하나 만들어낸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게 본시 논리적 담론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에 유창선이 쓴 삼류소설을 두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또한 스스로가 "귀담아 듣지는 말" 것을 주문하고 있는 마당에 그런 삼류소설에 굳이 귀를 이유도 없는 일이겠다. 그러나 여기서 유창선에게 한가지만은 분명히 해두고싶다.
지금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고, 한나라당이 검토를 고려하고 있는 '의혹'의 본질은 유창선이 말하는 "전자투표는 믿을 수 없으니 다시 손으로 재검표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의혹은 전자투표에 있는 게 아니고 개표 방식에 있다. 다시말해, 비단 전자투표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것이 전례가 없는 일이었고 보면, 재검을 통한 확인 절차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도입한 전자개표 방식은 제작사측이 밝히고 있듯이 세계적으로도 처음 시행된 개표 방식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미 이 방식이 사용되었고 앞으로도 이 방식이 사용될 가능성은 100%다. 그렇다면 앞으로 유사한 의혹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이번에 그 검증절차를 확실히 거치는 게 좋다. 더욱이 일부에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유창선은 재검표 주장의 이러한 본질적인 부분은 제쳐둔 채, "끝내 재검표를 손으로 하고 싶으면 그 엄청난 비용을 한나라당이 책임지겠다는 약속까지" 하라면서 어거지를 부리고 있다. 재검표는 있을 수 없다고 단정하고 있는 셈이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그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그동안 정치평론가라는 미명 하에 유창선이 해온 평론이라는 게 얼마나 자의적이고 편향적인 것이었을지를 능히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유창선의 제멋대로식 글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아일보>는 이 일에 왜 침묵하고 있느냐면서 느닷없이 <동아일보>에 딴지를 걸고 나선다. "<동아일보>라면 울산의 PC방에서 '국정원 중견간부'를 자처하는 사람이 올렸다는, 인터넷상의 정체불명의 글에 대해서도 한마디는 있을 법" 한데도 왜 침묵하고 있느냐면서 <동아일보>를 걸고 넘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히 유창선식 궤변의 압권이라 할만하다.
<동아일보>가 대체 뭐를 어쨌기에 유창선이 이런 말도 안되는 헷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것인가? 유창선이 <동아일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오아미뉴스의 관련기사 화면 | ||
지난 10일자 동아일보에 인터넷매체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인터넷매체는 무소불위인가'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그게 거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기사가 왜 문제라는 말인가? 인터넷상에서의 언어폭력과 무책임한 정보, 특정 후보 편들기를 비판하고 있는 그 기사는 일정 부분 정확한 지적이고 정당한 비판이질 않은가? 그것은 유창선이 둥지를 틀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경우에 비추어 봐도 틀린 말이 아니질 않은가?
그런데도 유창선은 그 기사가 못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못마땅한 정도를 넘어 아예 따갑기까지 했던 모양이다. 얼마나 듣기가 싫었으면 느닷없이 <동아일보>더러 왜 재검표 주장에 대한 기사는 싣지 않느냐고 어거지를 쓰고 있다. 제정신이라면 가능하지 않을 이야기다.
솔직하게 말해 나는 <동아일보>의 그 기사를 온전히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캡쳐해서 올려둔 그 희미한 기사 그림에 나온 내용만을 보더라도 그 기사는 어떤 특정 사안을 전하는 기사가 아니라 인터넷매체 일반에 대한 분석 기사임은 분명해 보인다. 유창선은 사안을 일반화한 분석 기사와 정보를 전하는 일반 기사의 차이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것인가? 그럴 리는 없다. 아무리 유창선이 '새대가리'라 해도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유창선은 여기서 왜 갑자기 <동아일보>를 들고 나오는 것인가?
물론 열심히 유창선의 뜻에 맞춰 읽어주자면 그 이유가 없지는 않다. 창사랑이나 한나라당이나 <동아일보>가 모두 아날로그적 사고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시대의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지적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유창선의 어거지를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유창선의 자세는 결코 바르다고 할 수 없다. 유창선의 지적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시대의 가치와 기준이 디지털 시대에는 폐기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우선 타당해야 하는데 유창선의 글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논구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허두에서 유창선의 글쓰기를 '사이비 교도 스타일'이라고 말한 이유이다. 즉 유창선은 자신의 기준만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이상한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사실 어떤 믿음을 갖건 그건 순전히 유창선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자신의 믿음을 일반화하여 그 믿음을 타인에게 강제하는 순간, 유창선의 그 믿음은 일종의 폭력이 된다. 유창선의 허접한 인상비평에 굳이 나서 이 글을 쓰는 까닭이다.
게다가 유창선의 주장은 그 자체가 이미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유창선의 주장이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갖기 위해서는 유창선은 스스로가 먼저 나서 선관위에 재검표를 요청해야 옳다. 유창선의 주장대로라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아날로그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 정신을 차리게 하는 데는 그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란 없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창선은 그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넌센스다. 언제까지 이런 넌센스 놀음을 계속할 것인가?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현재 제기되고 있는 재검표 주장에 대해 한마디 하기로 하자.
▲ 오마이뉴스의 관련기사 화면 | ||
현재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곳 <뉴스타운> 게시판에도 상당수가 올라와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이들이 주장하는 바가 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기본적으로야 내가 애써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의혹을 제기하고 재검표를 주장하는 이들의 논지가 선명하게 적시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의혹을 주장하는 사람이 모든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점을 정확히 적시하는 일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그 논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의혹을 주장하고 재검표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이 점에서 조금은 부족한 모습이다.
지금 돌아가는 추이를 보면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대해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 이건 옳지 못하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이 나중에 가서 말 그대로의 의혹으로 끝난다고 해도, 그들이 요구하는 재검표 주장만은 분명한 명분을 지닌 것이고 국민으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 결과가 당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몸을 사린다면 그것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정당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적극 나서 이 문제에 대해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가 없다면 그 논의를 통해 문제없음을 확인하면 될 일이고, 문제가 있다면 시민들의 노력에 한나라당이 힘을 실어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당은 이미 정당이라 할 수 없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아무리 작고 하잘 것 없는 목소리라 해도 국민의 목소리에 기꺼이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이 사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이것도 논쟁입니까?
인터넷 공간을 어지럽히지 말고 모두 밖으로 나가 싸우시오.
당신들은 이미 공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듯하오.
사적인 감정 사움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