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껏 달그락거려 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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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55>이영자 "식당문을 닫으며"

앞니 빠진 술잔아
금간 주발아
손때 묻은 너하고
손보지 않은 이 내 몰골
묵은 정 포갠 채 늙어가는구나
일손 바쁜 설거지통에서
애꿎게 닥달나던 술잔아

상한 맘으로 떨구던
눈물까지 받아주던 주발아
행여 이웃에게
싫은 언행 남겼을까
귀한 것 생기면 나눠 먹던
접시에게 묻는다
산너머 고향이 좋아
문중 곁으로 가는데
서른 몇 해 정들여온
여기가 뒤바껴 고향 되겠네

아이들 낳은 곳이라서
이야기 끝도 없고
지아비를 보낸 몸이라 더
서럽던 고장
삭은 이 빠지면 빠진 대로 살고
사랑에 금이 가도 기척없이
살아온 우리네 청승을
밤새껏 달그락거려 볼거나

 

 
   
  ^^^▲ 시랑에 금이 가도 기척없이
ⓒ 이종찬^^^
 
 

사람들은 늘 새로운 그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것은 그 사람의 품안에 들어가는 순간 이내 헌 것으로 바뀌고 맙니다. 다시 말하자면 새롭다는 것은 사람들의 품안에 있지 않을 때, 아니 저만치 한발짝 쯤 떨어져 있을 때 새롭게 보인다는 그 말입니다.

또한 그 새로운 것이 내 품안에 들어오더라도 금새 익숙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마치 남의 신발이나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새롭다는 그 이유 하나 만으로 새로운 것에 스스로를 애써 익숙시켜 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스스로의 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그 모든 것들도 처음에는 새로운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것들도 나와 함께 생활하는 동안 마치 내 몸처럼 익숙해지면서 헌 것으로 바뀌고 맙니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내 몸에 익숙해지려는 순간 싫증이 나서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어떤 것들은 아무리 오래 바라보고, 아무리 오래 생활을 같이 하더라도 마치 소중한 내 벗처럼 아끼고 싶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비록 이빨이 빠지고 금이 가더라도 밤새도록 함께 달그락거리고 싶은 저 그릇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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